제1부- 불안 속에서 피어난 생존좌표
불안감
10년 넘게 하던 일을 그만둔다는 불안감
30대라면 당연한 것들을 이루지 못한 불안감.
내 삶이 이도저도 아닐 것 같은 불안감.
남들과 같지 않은 불안감.
내 행동과 실수가 누군가에게 비난받을까 봐 불안감
이 외에도 수시로 찾아오는 불안감.
나는 그걸 회피하고, 외면하며 살아왔다.
십수 년을 그렇게 살아왔다.
조금 더 노력하면 수십 년이 될 것 같아서
이제는 마주해보고 싶어졌다.
불안이란 녀석이 도대체 뭔지,
왜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지,
도망만 다니면 어떤 모습으로 돌아오는지.
이제는 불안의 근원을 들여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강력한 동기이자 인간의 창조에너지
나는 남들에게 꽤나 열심히 사는 사람으로 비치고, 치열한 편에 속한다.
그래서 듣는 이야기가 '성실하다'라는 말을 듣는데,
돌이켜보면, 그 안에는 언제나 불안감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그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서 나는 몸을 움직였고 행동했다.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불안을 달래기 위한 기록들이 많이 보인다.
인간은 불안을 피하고 극복하려고 문명을 만들었다.
1. 죽음은 끝이 아니라 이어진다는 불교의 윤회 사상 >> 삶이 계속 이어지고, 선행을 쌓으면 더 나은 존재로 태어난다고 믿었다. 소멸의 공포를 덜어내는 방식이었다.
2. 업적과 기록 >> 예술가와 작가들은 남긴 기록으로 죽음 이후에도 자신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3. 결혼과 출산>>유전자를 남기고 대를 잇는 가장 원초적인 방식. 인간은 사후세계, 기록, 유전자 같은 여러 방식으로 시간과 공간을 통제하려 했다.
불안을 어떻게 다루려는 방식들이 들어었다.
측정과 예측
하이데거는 말했다.
“인간은 시간과 공간 속에 아무런 준비 없이 내던져진 존재다.”
무한한 시간을 마주할 용기가 없으니, 인간은 시간을 쪼갰다.
하루, 24시간, 일주일, 한 달, 일 년…
반복되지 않는 시간을 ‘반복된다’고 믿으며 안도했다.
공간도 마찬가지다.
깊은 바다, 무한한 우주—측정 불가능한 공간은 두렵다.
그래서 인간은 그것을 축소하고 재현했다.
지도를 만들고, 도면을 그리고, 작은 종이에 세계를 옮겨 놓음으로써 불안을 줄였다.
세상을 측정가능하고 예측이 되는 존재로 정의함으로써
불안을 극복하려고 하였다.
김정운 교수의 [에디톨로지]를 참조했다.
존재의 불안
나라는 사람의 불안은 어디에서 시작하는가?
현재의 나에겐 죽음보다는 존재의 불안이 더 컸다.
죽음이란 망각하여 매 순간 떠올리지 않아도 되지만,
'나의 존재감과 쓸모'는 매일 매 순간 함께한다.
‘나는 필요한 존재인가’
‘나라는 사람의 가치’
‘나는 어디 있어야 하는가’
'어디에 있을 때 나는 빛나는가?'
'나의 재능은 어디에 있는가?'
스스로에게 물었다.
넌 어디에 있고 싶어?
생존좌표
이 질문을 시작으로
나의 불안감은 '흔들리는 나의 좌표'에서 온다고 느꼈다.
때는 2012년 대학생.
숙소를 잘못 예약해서
언어하나 통하지 않는 이탈리아 시골
누구의 도움 없이 찾아가야 하는 막연한 불안감.
조악한 인터넷은 구글맵 좌표를 못 잡았고,
시간은 해는 산등성이 아래로 내려가는 7시를 넘어
어둑어둑한 앞이 보이지 않는 산자락의 버스 정류장.
어떻게든 버스를 타고 가지만, 침묵만이 감도는 시간.
그 불안감은
나의 좌료를 알 수 없음에서 기인했다
'지금 도대체 여긴 어디지?'
'제대로 갈 수 있을까?'
'너무 무섭다.'
좌표가 잡히지 않은 공간의 공포. 그것은 나의 불안감과 이어져 있었다.
'나를 필요로 하고, 내가 원하는 그 어느 곳'
이런 불안감은 주변사람들에게 손짓발짓을 하면서
용기 내어 묻는 것에서 극복하기 시작했다.
내가 가야 하는 장소를 보여줬고, 믿고 따르면서 움직여봤다.
비록, 버스를 잘못 타서 다시 돌고 돌아
9시 반이 되어서야 도착했지만 말이다.
나는 이렇게 손짓발짓 내 모든 것을 꺼내고 살피고 묻는 일들이
나의 좌표를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일련의 과정은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꼭 찾아야 하는 좌표.
'생존좌표'라고 일컬었다.
그것을 위한 수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
나만의 사업을 해보고,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사람들을 모아보고,
그리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경험
그 도착 끝에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내 인생 최고의 여행이었다.
단 한 명의 외국인도 없는 시골마을에
1년에 가장 큰 마을 축제
대장장이, 와인 오크통, 전통음식, 전통 춤...
단 한 명의 동양인에게 호기심을 동반한 시선은
마을축제의 방문자로 호의로 대해줬고,
대장장이 할아버지에게 즉석에서 만든 대못(?)을 선물 받았다.
골목사이로 비치는 따뜻한 불빛과
여름이지만, 건조함이 느껴지는 산속의 바람들
그리고 오크통을 테이블 삼아 삼삼오오 모여있는 마을사람들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나는 그렇게 좌표를 찾다 보면 예상치 못한 좋은 일들이 나를 맞이할 것이라는
묘한 기대감을 가지고 산다.
나의 생존좌표를 찾기 위해 작은 기록들을 시작한다.
나의 시간, 나의 공간, 나의 생각을 찬찬히 살피며,
나를 가장 필요한 곳, 가장 즐거운 곳에 두기 위해서.
‘너 자신을 알라.’
하지만 알기만 해서는 안 된다.
네가 존재할 이유를 찾아서,
네가 가장 빛날 수 있는 자리에 너를 놓아라.
그것이 나의 생존좌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