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의 역사 -10- 브랜드의 미래
이제 앞선 역사들을 정리해 볼까 합니다. 브랜드 이전의 브랜드에는 소유물에 대한 권력과 장인의 제품에 대한 보증, 그리고 출처의 상징이라는 세 가지 기능이 있었습니다. 브랜드는 ‘나의 것’을 구별해 표기하는 일이자, 장인의 자부심의 상징이었고, 출처와 품질을 보증하는 역할이었으며, 나아가 권력과 그 영향력을 상징하는 상징물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브랜드가 어떠한 정체성으로 받아들여게 된 것은, 산업혁명으로 인해 제품을 만들고 파는 주가 장인에서 기계로, 상인에서 기업으로 변화된 상황 속에서 상품을 신뢰할 수 있는 인간적인 매개가 여전히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브랜드는 정체성이 되어 기업과 상품의 얼굴이 되었고, 이제는 문화와 가치의 총체적 상징으로까지 발돋움했습니다. 넘쳐나는 상품과 서비스 속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고 설득하기 위해, 이제 브랜드는 거의 모든 곳에 자신의 손을 뻗으며 모든 주체들이 창의적으로 차별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브랜드는 어떻게 될까요? 기술적 측면에서 바라보자면, 최근 사회적인 임팩트가 가장 컸던 생성형 AI가 브랜드를 기획하고 만드는 활동을 민주화할 수 있습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의 연구에 따르면, ChatGPT는 이미 마케팅 전문가 대비 정보 처리와 문제 해결 능력에서 40% 이상 앞선 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즉, 어떤 측면에서는 브랜드 전략을 구상하고 슬로건을 만들며 로고를 디자인하고 고객별 맞춤 콘텐츠까지 만드는 일을 누구나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죠.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정된 수의 AI가 모범적 평균에 가까운 콘텐츠를 만들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여러 연구는 ChatGPT가 콘텐츠 생산 속도는 상승시키지만, 콘텐츠의 다양성은 감소시킨다고 말합니다. 이는 고만고만한 다수의 브랜드를 낳고, 결과적으로 브랜드의 과포화와 블랜디피케이션Blandification을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가 가진 의미는 어떻게 변화될까요? 앞서 살펴보았듯 ‘기업이 브랜드의 통제권을 잃어가고 있다’는 징후는 여러 곳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한 편으로는 그만큼 브랜드가 문화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여지며 소비자에 의해 자유로이 향유되는 물건이 되었다고도 볼 수 있지만,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인터넷의 발달로 소비자가 그 어느 때보다 제품과 기업에 대한 정보를 풍부하게 탐색하고 또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합니다. 애초에 브랜드의 기능 중 하나가 품질 보증을 위한 출처의 표기였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제는 브랜드 없이도 전문가나 사용자 리뷰를 통해 제품에 대한 정보를 알수 있게 된 시대가 되었죠. 이는 일종의 ‘브랜드 리터러시’를 키우며, 브랜드가 가리고 있었던 품질과 제품의 속성에 대해서 파악하고 비판적 의문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브랜드가 가진 품질 보증의 기능은 그에 걸맞는 품질을 갖추지 못하는 한 퇴색되기 쉬워졌으며, 그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거의 무의미한 취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 또한 이로 인해 달라졌습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기업과 브랜드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존재가 아닌, 브랜드 가치와 변화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존재이자, 브랜드에 자신과 세상의 가치에 부합하는 더 세분화된 가치를 요구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에 따라 브랜드는 더욱 세분화된 개인의 니즈에 맞춰진 브랜드 경험을 주고, 브랜드 커뮤니티를 통해 실시간으로 교류하고 충성도 높은 관계의 팬 층을 구축하며, 소비자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브랜드에 적용함으로서 함께 브랜드 서사를 만들어 나가는 공동 창작(Co-Creation)까지도 필요에 따라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브랜드가 기업이 거머쥔 거대 권력으로 자리잡게 된 것에 대한 비판점도 존재합니다. 캐나다 출신의 사회운동가 나오미 클라인의 저서 「노 로고(No Logo)」는 세계적 거대 브랜드들의 힘과 그 폐해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으로 유명한데요, 클라인은 글로벌 기업들의 공격적인 브랜딩 전략이 소비자의 정체성과 문화를 침투하고, 제품의 실제 가치보다 로고의 가치를 우선시킴으로써 자본주의적 이윤만을 추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다국적 브랜드가 전세계로 확장하면서 발생하는 노동 착취, 환경 파괴,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를 날카롭게 분석하며, 브랜드 자체에 대해 저항해야 한다고까지 말했죠. 이러한 비판이 전적으로 받아들여져 모든 브랜드를 폐기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브랜드 이면의 윤리에 대해 돌아볼 필요성은 커졌습니다. 브랜딩 경쟁을 역으로 이용해 노 브랜딩 전략을 추구한 무인양품, 이마트 노 브랜드 등이 결국 또 다른 브랜드로 남게 된 사례 또한 눈여겨 볼만 합니다. 이들이 한 때 주목을 받았던 것은 브랜드가 가치를 부여하는 수단이라는 것을 역이용해, 합리적 이미지를 위해 오히려 브랜드를 가리우고 대신 스스로를 개념화했기 때문이니까요.
브랜드가 짊어져야 할 책임감에 대한 요구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10년의 브랜딩을 살펴 보면 그 어느 때보다 다양성과 포용성, 공정성, 지속 가능성 등에 대한 이슈가 브랜드를 사로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브랜드를 소비하는 것이 곧 어떠한 신념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기도 한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러한 움직임이 단순히 겉모습을 꾸미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오히려 소비자들이 그러한 행위를 ‘워싱’으로 배격하며 노동과 경영, 공급망 등 전 측면에서 진정성 있게 가치를 입증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일부 다양성과 포용성과 관련된 키워드들은 인간 본성을 넘어선 정치적 지향성의 강요로 일종의 피로감을 낳기도 했으나, 여전히 지속 가능성, 포용성 그리고 공정성에 대한 담론은 브랜드 내에서 유효한 화두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일관성’은 브랜드가 추구해 왔고, 앞으로도 추구해야 하는 요소로서, 그 의미가 품질을 넘어 윤리적인 부분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브랜드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브랜드의 역사 속에서 브랜드라는 형식이나 형태는 많은 변화를 겪어 왔지만, 한 편으로 브랜드의 존재 의의는 결국 ‘소비’ 내지는 ‘소유’라는 지점에서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를 떠올리게 됩니다. 어찌 보면 프롬이 언급하는 소유적 양식과 존재적 양식 사이의 가장 모호한 지점에 위치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 상품이라는 소유물의 소유나 출처, 지위 등을 드러내던 브랜드라는 양식은 상업화와 경쟁 시장 속에서 정체성과 가치관을 실천하는 방식으로, 더 나아가 소유하지 않거나 존재하지 않아도 경험되어질 수 있는 무언가로 확장되어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브랜드는 현대인의 정체성을 둘러싼 가장 중요한 혼종적 장(場)이 되어가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프롬이 지적했듯 ‘소유’ 혹은 ‘존재’ 모두가 인간의 본질적인 성향일 뿐, 둘 중 어느 것이 더 낫다고 할 수는 없고, 브랜드 또한 어느 한 쪽으로의 극단화를 주장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상업화로서 끊임없는 소비를 조장하는 브랜드의 과포화에 거의 무관심에 가까운 피로를, 최근 몇 년간 남다른 정체성과 가치를 부여하고자 했던 브랜드에는 오히려 진정성에 대한 의심과 메시지에 대한 염증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상징과 그 의미에 대한 우리의 애정은 인간 생활의 모든 측면을 브랜드화하여 상품으로 판매하는 ‘브랜드 세계관Brand Universe’으로 변질되고 말았다.’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지금도 새로운 브랜드 전략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도 있죠. 어떠한 브랜드 전략이든, 영원히 성공적인 브랜드 전략은 없을 것입니다. 모두가 차별화를 외치는 세상에서 진정한 차별화를 이루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일 것이고, 소비자는 점점 그 이면을 눈치채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니까요.
우리가 바라보았던 역사가 보여주듯이, 결국 브랜드는 우리에게 주어진 소유물을 우리가 어떠한 방식으로 얻고 소비하게 되며, 또 어떠한 방식으로 대하고 있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혹자는 이를 ‘욕망’ 혹은 ‘니즈’라고도 부르죠. 브랜드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언제나 같았습니다. 사람들이 갖고 싶고, 사고 싶고, 애정하고, 경험하고 싶은 무언가가 되는 것이었죠. 우리에게 쓸 물건이 있고, 그 물건을 자신의 소유이자 진심으로 만들어진 무언가, 그리고 자신의 존재 증명으로 애착하는 인간이 있는 한, 브랜드는 영원할 것입니다.
그러나 브랜드는 또한, 한 편으로 게속해서 변화될 것입니다. 시장의 형성과 상품의 확대, 경제 체제의 변화 속에서 브랜드는 사람들 마음에 들고, 결국은 팔리기 위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변화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변화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열쇠는 어떠한 이론적 배경, 통제적 전략이 아닌, 소비자의 마음과 환경 속으로 직접 들어가, 결국 마음 속에 크고 작은 공감대를 얻는 이들만이 찾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