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단상 - 베를린의 밤
전쟁은 끝났다.
경계가 무너진 후
동서의 시간들이 만나고
고금의 공간들이 혼재한다.
비참함의 기억들이 솟아오른 그곳에
지금의 손길이 숨바꼭질한다.
매끈한 표면에 맺힌 눈물을 닦아낸다.
숭고의 유희다.
경계는 사라지고 문은 남았다.
만남의 승리.
육중한 기둥은 시간을 버티기위해
깊은 어둠에 파뭍힌다.
그러면 도시 한 구석에서는
새로운 시간들을 쏘아댄다.
석양은 조명, 기념비는 클러버
비동시성의 동시성이 춤을 춘다.
도시는
수많은 시간이 만나는 난교클럽.
낙서가 가득했던 장벽은 이제 없다.
기념비에는 금지된
환락과 자유의 기억이
여기에 휘갈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