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기 Apr 22. 2016

도시의 번식법

도시 단상 - 합정, 홍대

사람들은 착각한다.

 슬럼가, 빈민가, 달동네 이렇게 불리는 곳들이

아직 도시가 개발되지 않은 곳이라고.






그러나 잘 살펴보라.

그곳은 개발이 안된 게 아니라

도시 개발 때문에 생긴 곳이다.







개발에 밀려난 삶이 그 속에 자리를 잡지만

다시 그곳에서 쫓겨난다.

다시 폐허가 된다.


도시는 폐허로 번식한다.





그래서일까?

아이러니하게도 폐허는 정말이지......

매력적이다.

우리는 주름 깊은 노동자의 손을 그린다.

다 부서진 달동네의 벽들을 찍으며

알몸의 여인들이 폐가에서 포즈를 취한다.

심지어 도시의 번화가에 가짜 폐허를 만들고 구경한다.

폐허조차 스펙터클이 된다.


터전에서 밀려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슬프고 고통스러운데

왜 부서진 도시는 아름다운 것인가.

파토스와 에로스?

이런 말로만 풀기엔

도시는 너무 복잡하다.





이렇듯 삶에서 아름다움은

슬픔과 고통의 대척점에 있는게 아니라

바로 그 곁에 뒤엉켜 있지 않을까.

시간이라는 그물에 포획된 채로.


매거진의 이전글 벌거벗은 도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