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단상 - 합정, 홍대
사람들은 착각한다.
슬럼가, 빈민가, 달동네 이렇게 불리는 곳들이
아직 도시가 개발되지 않은 곳이라고.
그러나 잘 살펴보라.
그곳은 개발이 안된 게 아니라
도시 개발 때문에 생긴 곳이다.
개발에 밀려난 삶이 그 속에 자리를 잡지만
다시 그곳에서 쫓겨난다.
다시 폐허가 된다.
도시는 폐허로 번식한다.
그래서일까?
아이러니하게도 폐허는 정말이지......
매력적이다.
우리는 주름 깊은 노동자의 손을 그린다.
다 부서진 달동네의 벽들을 찍으며
알몸의 여인들이 폐가에서 포즈를 취한다.
심지어 도시의 번화가에 가짜 폐허를 만들고 구경한다.
폐허조차 스펙터클이 된다.
터전에서 밀려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슬프고 고통스러운데
왜 부서진 도시는 아름다운 것인가.
파토스와 에로스?
이런 말로만 풀기엔
도시는 너무 복잡하다.
이렇듯 삶에서 아름다움은
슬픔과 고통의 대척점에 있는게 아니라
바로 그 곁에 뒤엉켜 있지 않을까.
시간이라는 그물에 포획된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