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단상 - 쇼윈도 마네킹
쇼윈도 너머에 있는 멋진 의상과 장신구를 한 마네킹.
도시 속에 사는 우리들의 이상형이다.
하지만 나르시스처럼 뽐내는 그들의 눈이 어쩐지 덧없다.
벗기면 그저 플라스틱 조각들.
도시의 화려한 스펙터클.
그 뒤를 밟으면 또 다른 얼굴이 있다.
텅 빈 가게에 서있는 발가벗은 마네킹처럼, 도시는 부끄럽게 뒤돌아서 있다.
내 시선은 도시의 불빛이 만든 의상 밑을 표표히 헤맨다.
그러다 간혹 맨살 스치는 마주침이 일어난다.
그러나 함부로 그 속살에 다가가지 못한다.
벌거숭이 도시를 관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