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은 항상 어려워
나는 10개월간의 공백기에도 불구하고 나의 가치를 가장 인정해주는 현재 스타트업에 입사하게 되었다. 오늘로써 벌써 수습기간 2개월 차인데 신기하게도 입사한 날부터 지금까지 계속 생각과 상황이 달랐다. 정말 다이나믹한 스타트업
입사 첫 주는 마냥 즐거웠다. 새로운 사람과 조직문화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스타트업 치고 촘촘히, 체계적으로 짜여 있는 온보딩 프로그램은 뉴비로써 환영받는 분위기에 푹 젖어있기에 최적이었다.
*온보딩(onboarding)이란? 영어로 '배에 탄다'는 뜻으로 신규 직원이 조직에 수월히 적응할 수 있도록 업무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 등을 안내·교육하는 과정을 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주 차부터 슬금슬금 회사의 단점이 보이기 시작했고 3주 차부터는 작은 업무들을 맡아보면서 회사 업무 프로세스에 적응해볼 수 있었다. 한 달이 조금 넘어가며 조금씩의 소음이 발생했었는데 결론적으로 지금은 잘 해결됨과 동시에 배운 점들이 있었다.
나는 이전 회사에서 End-to-end 디자이너로 상위 기획부터 Output 제작, 개발자 커뮤니케이션, 기능/디자인 QA를 전부 담당했었다. 쉽게 말해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담당했었다. 그래서 PM과 한 팀이 되어 문제 해결에만 집중해본 구조에서는 일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어디까지 PM에게 요청해야 하는지, 어디까지가 그들의 업무범위인지 너무 헷갈렸다. R&R을 침해해서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면 어떻게 하지? 하는 불안감도 있었다. 그게 얼마나 무례한지 아니까.
그리고 항상 개발자와 다이렉트로 이야기해서 기능 구조를 빠르게 파악했었는데 PM만 바라보고 기다려야 하는 느낌이 드니 살짝 답답한 감도 없지 않았다. 그래서 업무 적응을 위해 제일 먼저 한 것은 PM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 그리고 그들은 나에게 어떤 방식의 기획문서를 전달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알고자 칼럼을 읽어보았다.
가장 좋았던 칼럼 2가지
두 번째로 한 것은, 내가 담당한 도메인을 함께 만들어갈 PM과 합을 맞추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이걸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데 그냥 항상 '요즘은 프로덕트 디자이너와 PM이 함께 일을 하며 스프린트로 일을 해 나아간다'라는 문장만 들었지 내가 직접 해보는 것은 처음이라 어버버 했다.
PM의 업무 특성상 미팅이 굉장히 많았고, 일부러 담당 PM들과 프디(Product designer를 줄여서 이렇게 말하겠다)들이 바로 옆자리에 앉도록 자리가 배치되었지만 거의 2~3주간 PM과 언제든지 대화할 수 있는 여유 따위는 없었다. 이러다 온보딩 기간이 흐지부지되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에 PM에게 건의를 했고, 우리는 매주 미팅 날을 잡아 그때 작정하고 업무상황을 공유하고 싱크를 맞춰가기로 했다.(이렇게 글로 적어보니 굉장히 단순해 보이는데, 그때 당시에는 이게 맞나? 싶어 조심스러웠고 안 그래도 각자 팀별 미팅이 많은 상황에서 서로에게 좋은 방향일지 고민이 많았다. 초반에 맞춰갈 때 상대방 상황을 많이 고려하는 편이라 더 끙끙거렸던 것 같다.)
그러면서 또 느낀 점은 아래와 같다.
스타트업은 절대 떠먹여 주지 않는다. 항상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곳.
입사하기 전 히스토리를 아는 방법은 없다. 내가 직접 부딪혀야 한다.
문서화는 이제부터 시작.
모르는 것은 메모했다가 꼭 질문하기.
고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기로 했다. 온보딩이 아쉽다고 불평불만하지 말고. 대기업이라고 완벽한 온보딩 교육을 해주지 않으니까. 애초에 문서화도 잘 되어있고 히스토리 파악이 잘되면 그건 시스템이 이미 완벽하니 문제가 없을 텐데, 그럼 내가 왜 입사했겠는가. 문제가 있으니 경력직을 뽑았겠지...
세 번째로 기존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스타트업 특성상 전체 플로우나 문서화가 부실한 부분이 있었고 히스토리를 파악하려면 직접 건드리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내 도메인은 이미 담당하던 프디가 계셨는데 그분이 이미 디자인 완성한 화면이 있어 내가 만든 화면이 아니다 보니 빠르게 흡수하는 것이 어렵다고 느꼈다. 그래서 담당한 도메인의 첫 시작과 끝을 모두 정리한 플로우 문서를 만들었다. 확실히 정리하고 나니 개선할 부분도 보이고, 현 상황이 보이니 그 안에서의 디테일한 부분들을 질문을 통해 바로 흡수할 수 있어 좋았다.
현재는 내가 담당한 도메인뿐 아니라 모든 도메인을 여러 명의 프디들이 최신 전체 플로우를 볼 수 있게 하도록 문서관리 차원을 고민하고 있다. 동시에 어드민을 뜯어보며 어떤 식으로 굴러가는지 관찰하며 재미있게 적응하고 있다.
너무 일 이야기만 했는데, 이러면 너무 재미없지. 틈틈이 팀원들과 점심 약속을 통해 친해지는 것도 빠질 수 없다. 내가 속한 디자인 셀에는 프디말고도 다양한 팀들이 함께하고 있어 그분들과 밥을 먹기도 하고, 타 도메인 PM과 대화하며 어떻게 프디와 협업하고 있는지 경험을 들으며 재미나게 지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조직 구성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파악하면 추후에 서로 협업할 때 편리한 부분이 있어 미리 파악하고 각 팀의 담당자들을 익혀두는 편인데 이건 성향마다 다른 것 같다. 나는 워낙에 조직문화나 구성에 관심많아 이래저래 돌아다니는 것이니 참고만 하시길.
그 외 체크하면 좋은 사항은 요 정도가 있을 것 같다.(참고 링크 퇴사한 이형)
회사 공간 파악하기 - 미팅룸 구조, 미팅룸 잡는 법, 부서별 간략 위치(협업 시 찾아가기 수월하다.)
커뮤니케이션 파악하기 - 항상 같은 기능과 구조여도 각 회사마다 지칭하는 용어가 다르다. 하다못해 미팅 잡는 방식도 다르니 그런 세세한 것들 미리 파악해두면 좋다.
시스템 및 도구 익숙해지기 - 프디들은 대다수가 피그마를 사용할 텐데 디자인 스타일이나 가이드가 있다면 미리 숙지하면 바로 투입할 때 수월할 것. 업무 프로세스도 미리 파악하고 개발팀 구조도 미리미리 틈틈이 파악하기
주의사항 : 전 직장과 비교 금지, 뒷담 금지, 적응 기한은 90일이니 잊지 말기, 성과에 너무 압박을 갖진 않아도 되지만 주어진 기간 내에 적응하는 것이 수습기간의 포인트!
쓰다 보니 생각보다 1.5개월 동안 한 것이 많아서 뿌듯하다. 한 거 없는데 시간은 왜 달리나 싶었는데 최대한 있는 환경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듯하니 앞으로도 잘 적응해보고 싶다.
빨리 수습기간을 지나 다음번에는 시원하게 기록을 남기길! 모든 이직러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