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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코 Dec 08. 2022

모험이 필요해서 숨기로 했다



언어가 나에게 날아와 내 가슴과 머리에 박힐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가 옮겨 적는 행위를 하는 것뿐인 나는 오늘이나 내일을 영위하기 위해 글을 적는 사람이 아니라 그 순간들에 몸을 싣고 오히려 육체노동을 하는 데에 집중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았다. 


중언부언 여러 말을 옮길 필요 없이 문장으로 사람의 마음을 쪼개고 그 사이에 생명력이 소통되는 듯한 여운을 남길 수 있다면 수행자로서 기이한 길을 걸어가는 모험을 떠나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쉽게 쓰는 연습을 게을리해서는 안될 일이겠지만, 그저 내 마음에 떠오르는 일들을 적는 데에도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다. 아니, 사실 시간은 부족하지 않지만 행위로 까지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꽉 쥐고 있기가 버거운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정도의 수행적인 태도가 없이는 이뤄지지 않는 일이 바로 글쓰기 세상이 아닐까. 


포개고 포개는 글들 사이에 아무런 맥락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 소리들을 쭉 따라가다 보면 발견되는 또 다른 각자의 생이 있기를 바라면서, 하염없이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기보다 먼저 다가가는 쪽을 선택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이들을 위해서. 때로는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인데 말이다.


속삭이는 목소리가 차츰 개이고 생각보다 간단하고 단순한 삶의 수용체로 살아가는 일은 굉장히 즐거운 것 같다. 생각을 많이 하기를 거부하는 일, 그렇다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외부의 것을 몰아낸 자리는 그대로 비워둔 채로 저 너머의 대상에게 손짓을 하기 위해 아등바등 애를 쓰고 있다.


옮겨 적을 뿐이라는 게으름뱅이는 어디 갔는가요? 가끔은 시가 부러워서 적는 일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다. 끝에는 아무도 아무것도 남지 않을지라도 우리는 모두 탐험가다.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해서 그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휴지점을 향해 달려가는 화면 속의 글들이 때로는 무서울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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