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져가는 DC를 심폐 소생시킨 원더우먼

오또영: 오늘은 또 어떤 영화를 #7

by 길진범 칼럼니스트

원더우먼 <Wonder Woman>

액션/어드벤처/판타지/SF
2017.05.31 개봉
141분, 12세이상관람가


DCEU(DC 확장 유니버스)에서 야심 차게 내놓은 영화 <원더우먼>이 개봉 첫 주만에 전 세계 2억 3000만 달러의 흥행을 이루며 내놓는 작품마다 고베를 마시며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던 DCEU에 희망의 빛을 내려주었다. 이로서 2017년 11월에 나올 <저스티 리그>로 향하는 발걸음은 한층 가벼워졌다.


<원더우먼>은 1941년 처음 코믹스로 발간되어 현재까지도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슈퍼 히로인들의 조 상격쯤 되는 DC코믹스의 대표 슈퍼 히어로 중 하나이다. 76년 만에 실사 영화로 탄생하게 된 <원더우먼>은 이번 솔로 영화에 앞서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강렬하고 화끈한 등장으로 관객들의 뇌리에 깊이 박혀 이번 솔로 영화의 기대감을 높였다.

<원더우먼> 은영화 <몬스터>로 ‘샤를리즈 테론’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긴 여성 감독 ‘패티 젠킨스’가 메가폰을 잡으며 제작 초기부터 여성 감독이 만드는 여성 히어로물에 지대한 관심을 갖게 해주었다. ‘패티 젠킨스’는사실 <몬스터> 외에는 이렇다 할 작품을 내놓지는 못했고 그렇기에 ‘검증’된 감독인지는 물음표가 붙었다.

감독 패티 젠킨스

원더우먼 ‘다이애나’ 역에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로 익숙한 배우 ‘갤 가돗’이 맡았다. 미스 이스라엘 출신 다운 178센티의 큰 키와 각종 무술로 단련된 근육으로 ‘최적’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원더우먼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그녀의 순박하고 천진난만함 그리고 폭력적인 이면 심지어 아름다움까지 겸비한 모습은 러닝타임 내내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극 중 다이애나와 러브신을 비롯한 군 장교로서의 액션으로 돋보이는 케미를 보여주며 영화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 ‘스티브 트레버’ 역은 <스타트렉> 리부트 시리즈의 제임스 T. 커크 역으로 유명한 ‘크리스 파인’이 맡았는데 이번 작품에서 그의 매력적인 연기는 극 전체의 밸런스를 확실하게 잡아주며 존재감을 십분 발휘해 주었다.

영화 <원더우먼>은‘다이애나’의 탄생 배경을 다루는데 그 기원을 통하여 확실한 캐릭터 구축에 성공했다. 그러므로 내러티브의 개연성이 적절히 살아 숨 쉬며 영화 후반까지 설득력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이러한 긍정적인 영향은 원더우먼의 가치관이나 신념이 드러나는 씬에서도 충분히 납득을 시켜주며 인과성이 살아있는 작품이 될 수 있었고 ‘로튼 토마토’ 지수 93점과 ‘메타크리틱’ 76점이라는 역대 DCEU 작품들 중 가장 좋은 평가로 이어졌다.

하지만 러닝타임 내내 왠지 모를 망작의 향기가 느껴지던 것은 액션 연출의 조악함 때문이었다. 액션씬마다 슬로를 남발하는 <배트맨 대 슈퍼맨>의 ‘잭 스나이더’ 표의 연출은 몰입을 방해하고 긴장감을 늘어지게 만들었다. 게다가 식상하고 단순한 패턴의 적의 공격들과 아군 조연들의 역할의 부재는 액션신을 한층 더 가볍게 만들었다. 순수하던 원더우먼이 인간의 이기적임과 전쟁의 참혹함을 겪으며 성장하고 분노로서 각성하는 장면들은 클리셰로 진부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새로운 것이 없는 액션은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영화 <원더우먼>은 앞으로 DCEU에서 선보일 수많은 히어로 시리즈들에게 좋은 촉진제 역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몇 년간 DCEU에서 내놓은 작품들이 기대 이하의 평가를 받아 <원더우먼>이 상대적으로 좋은 작품으로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사실 허점이 곳곳에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마블의 흥행 불패를 부러운 눈으로 지켜보던 DCEU에게는 이번 <원더우먼>은 상당히 고무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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