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이스티
모두 입버릇처럼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왕 먹고 사는 거 직접 해먹고 살아보자. 대단한 요리일 필요는 없고, 뭔가 직접 하는 것이면 충분하다.
아침에 일어나 모카포트의 제일 아래층에 물을 담고, 바스켓에 간 커피를 숟가락으로 폭신하게 퍼담고, 보글보글 끓여, 가끔은 우유, 가끔은 설탕을 넣어 창가로 컵을 들고 간다. 볕이 좋든 비가 오든 창가에 앉아 차분히 커피를 마시는 아침 시간을 사랑한다. 그리고, 그 일련의 과정, 내가 직접 무언가를 만드는,을 좋아한다. 혼자 무언가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다는 사실은 제법 뿌듯한 일이며, 고단한 생을 살아가는 데 때론 작은 힘이 되기도 한다. 가끔 친구들을 초대해 한 잔씩 대접했을 때, 맛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날은 내내 기분이 좋다.
음악과 요리는 참 비슷하다.
여러 가지 재료를, 갖가지 도구와 기술을 사용해 정성과 마음을 담아 하나의 결과물을 만든다. 그리고 그것을 사람들 앞에 내어 놓는다.
사람들은 그 결과물을 좋아하기도 하고, 더 나아가 감동을 받기도 한다. 그것을 다시 찾기도 하고, 그 안에는 각자의 추억이 담겨있다.
음악이나 요리를 하는 것은 어쩌면 또 다른 '추억 만들기' 일지도 모르겠다.
아이스티.
친구가 준 twg 얼그레이를 끓는 물에 5분 정도 우린다. 투명한 유리잔에 얼그레이를 적당량 따르고, 또 다른 친구에게 얻은 마스코바도 설탕을 티스푼으로 2 스푼 넣는다. (마스코바도 설탕은 식민지하에 필리핀사람들이 직접 먹기 위해 재배한 비정제 설탕) 미리 얼려둔 얼음과, 탄산수, 그리고 레몬 슬라이스를 넣으면 완성.
오늘은 자체 휴일이라 망원시장을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기름진 것들을 먹었더니, 깔끔한 음료가 먹고 싶어서 집에 오는 길에 탄산수 한 병을 샀다. 그리고 아이스티. 꽤나 괜찮은 아이스티였다.
2015.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