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우면 요리가 는다.

2. 깻잎 절임

by 전찬준

흔한 남자의 입맛은 두 번 바뀐다.

어머니에서, 아내로.

나도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을까?


따져보면, 어머니 밥상엔 아버지 입맛도 들어가 있고, 아내 밥상엔 아내의 어머니, 아버지 입맛이 들어가 있을테니 단순히 두 번은 아니다. 거기다 할머니, 할아버지 입맛까지...


내 기억에 음식으로 충격을 받는 경험은 세 번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할머니께 떡볶이를 해달라고 했는데, 빨간 떡볶이가 아니라 누런 빛깔의 간장 떡볶이가 접시 위에 올려져 있었을 때. 서울로 대학을 와서, 학교 앞 식당에서 순두부찌개를 시켰는데, 정체불명의 빨간 국물에 생달걀이 올라가 있고, 뚝배기 안에 두부인지조차 알 수 없는 무엇(연두부)이 들어 있었을 때.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내 고향이 강릉(초당 두부 원산지)인데 연유한 거다. 마지막은 자취를 하고 있는 망원동 친구 집에 놀러 가서 짜파게티를 대접받았는데, 짜파게티인지 라면인지 분간할 수 없는 국물 자박한 짜파게티와 마주했을 때. 세 경우 다, 진심으로 울뻔했다.


친구들을 초대해 옥탑에서 고기를 쌈 싸 먹고 남은 채소가 냉장고 가득 있었다. 채소 가게에는 보통 천 원 단위로 무언가를 파는데, 1인 가구에겐 그것조차 양이 너무 많아서 대부분 버리기 일쑤이다. 다른 채소들은 어떻게, 어떻게 먹었는데, 깻잎 다 먹기가 보통이 아니다. 그래서, 깻잎을 오래 보관해 먹을 수 있는 깻잎절임을 해보기로 했다. 생각만 해도 침이 고인다. 갓 지은 밥과 먹으면 이만한 것도 없으니까.


지식인으로 검색하긴 싫어서 요리사 친구에게 조언을 구했다. 조언은 도움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 결국, 내가 원한 것은 우리 엄마의 깻잎 절임이었으니까.


일단, 깻잎을 씻은 뒤, 가지런히 접시에 담아 놓고, 간장과 물, 마늘, 설탕을 적절히 섞어서 끓인다. 간장도 종류가 여러 가지다. 나는 재래식 국간장과 진간장을 가지고 있는데, 당연히 진간장을 써야 했지만,

왠지 재래식 국간장으로 하면 더 맛있을 것 같아서 재래식 국간장을 듬뿍 넣어 끓였다. 국간장은 생각보다 짰고, 양파를 한가득 썰어 넣고, 물을 연신 부어 간을 맞췄다. 양념을 식힌 뒤, 젓가락으로 깻잎을 한장한장 뒤집어가며 양념을 발랐다. 정성을 기울였으나, 맛을 기대하진 않았다. 그래도 깻잎향이 좋아서인지 양념장이 엉뚱해도 갓 지은 밥과 먹으니 나쁘지 않다. 누구나 스스로가 만든 요리에는 관대하고, 요리는 항상 다음이 더 맛있게 된다. 새삼 백반집 이모들의 반찬실력을 우러러보게 되었다. 두장 싸 먹고 엄마에게 전화해 조리법을 다시 배웠다.


장마비가 우두둑 떨어졌고, 어제 서촌에서 사 온 식은 고로케를 프라이팬에 데웠다. 화분에서 애플민트를 따고, 레몬을 썰어, 얼음이 담긴 탄산수에 섞어 마셨다. 간장 냄새가 덜 빠진 밤이다.

2015.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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