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설득 - #7 소진열전(소진)

자존심을 건드려 상대를 움직이는 설득법

by 최종병기
사마천의 <사기열전> 속 인물들을 21세기 비즈니스 정글로 소환합니다. 현대 경영학 이론과 실제 비즈니스 현장의 생생한 에피소드를 버무려, 오늘 당신이 회사와 가정에서 마주할 문제들에 대해 '2,000년 전 꼰대'들이 날카로운 훈수를 둡니다.

사기(史記)로 삶의 통찰과 함께 나를 지키고 위로를 얻으세요.


파트#2 천하를 움직이는 말의 전략(Persuasion & Strategy)


"칼에 베인 상처는 아물지만, 말에 베인 상처는 평생을 간다. 반대로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기도 한다."


회의실에서의 말 한마디가 당신의 연봉을 결정하고, 무심코 던진 농담이 당신의 평판을 좌우합니다. 여기, 말 한마디로 적을 친구로 만들고, 유머 하나로 왕의 고집을 꺾은 언어의 마술사들이 있습니다. 단순히 말을 잘하는 기술(Skill)이 아니라, 상대의 심장을 꿰뚫는 '말의 전략(Strategy)'을 배울 시간입니다.




제7챕터. 소진열전(소진) - 설득이란 상대의 '결핍'에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다.

(부제: 외부 고객을 유혹하기 전에 내부 구성원부터 '세일즈'하라)


Step 1. 공감: 공허한 메아리가 된 '고객 중심 경영'


마케팅은 결국 설득입니다. 우리 제품이 고객의 불편함을 어떻게 해소하고 어떤 혜택을 주는지 집요하게 증명하는 과정이죠. 그래서 우리는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데 수억 원의 예산을 쓰고 밤샘 회의를 거듭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입니다. 밖으로는 그렇게 '고객 경험'을 외치는 리더들이, 정작 바로 옆에 있는 '구성원들의 경험'을 챙기는 일에는 놀라울 정도로 무관심합니다. 구성원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들이 몰입하기 위해 어떤 동기부여가 필요한지는 뒷전인 채, 그저 숫자만 던져주고 달성하지 못하면 채직질하기 바쁩니다.

심지어 조직 내에서 목표가 상충하는 비극도 비일비재합니다. 홍보 부서는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사용자 수(MAU)를 늘리는 데 사활을 거는데, 영업 부서는 사용자당 매출액(ARPU)이 떨어질까 봐 홍보 부서의 성공을 시기합니다.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진 부서들이 각자의 성(Silo) 안에 갇혀 서로를 적대시하는 상황에서, 협력이 일어날 리 만무합니다.


내부 구성원조차 설득하지 못해 엇박자가 나는 조직이 어떻게 까다로운 외부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을까요? 구성원의 마음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외치는 '고객 중심 경영'은 그저 입안에서 맴도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입니다. 설득의 고수는 밖으로 나가기 전, 먼저 내부의 엉킨 실타래부터 풀 줄 알아야 합니다. 2,300년 전, 뿔뿔이 흩어진 6개 나라를 하나로 묶어 천하를 호령했던 소진처럼 말입니다.




Step 2. 사마천의 이야기: 상대의 언어로 판을 짠 전략가


전국시대, 젊은 소진은 큰 꿈을 안고 당대 최강국인 진(秦)나라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혜문왕에게 "천하를 통일할 비책이 있다"며 열 번이나 제안서를 냈지만, 결과는 처참한 실패였다. 가진 돈이 바닥난 그는 찢어진 옷과 짚신 차림으로 비참하게 고향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그를 기다린 것은 가족들의 냉대였다. 아내는 짜던 베틀에서 내려오지도 않았고, 형수는 밥상을 차려주지 않았으며, 부모조차 그와 말을 섞지 않았다.

소진은 방문을 걸어 잠그고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졸음이 쏟아지면 송곳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찔러 잠을 쫓았다. 1년 뒤, 그는 설득의 본질을 깨닫고 다시 길을 떠났다. 이번에는 진나라가 아니라, 진나라를 두려워하면서도 서로 눈치만 보던 6개국(조, 연, 한, 위, 제, 초나라)을 돌았다. 소진은 결코 하나의 논리로 세상을 설득하지 않았다.


조(趙)나라(공포): 강력한 진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던 조나라에게는 '공포'를 자극했다. "진나라가 조나라를 치지 않는 이유는 다른 나라들이 뒤를 노리기 때문입니다. 6국이 깨지면 조나라는 가장 먼저 먹잇감이 될 것입니다."


연(燕)나라(안심): 멀리 떨어져 방심하던 연나라에게는 '관계의 실익'을 강조했다. "먼 진나라보다 가까운 조나라와 친하게 지내는 것이 연나라의 평화를 지키는 길입니다."


한(韓)·위(魏)나라(자존심): 비굴하게 진나라에 땅을 바치던 왕들에게는 '자존심'을 건드렸다. "차라리 닭의 부리가 될지언정 소의 꼬리는 되지 마십시오(계구우후, 鷄口牛後)."라는 말로 그들의 투지를 일깨웠다.


제(齊)·초(楚)나라(자부심): 국력이 강했던 나라들에게는 '국격과 패권'을 논하며 그들의 명예욕을 자극했다.

상대가 처한 상황과 결핍에 따라 설득의 카드를 자유자재로 바꾼 것이다. 그의 전략은 적중했다. 6개 나라의 왕들은 앞다투어 그를 재상으로 모셨고, 소진은 허리춤에 '6개국의 재상 도장(육국검상)'을 차고 금의환향했다.


그가 고향에 돌아오자, 예전에 그를 무시했던 형수가 땅바닥에 엎드려 뱀처럼 기어와 사죄했다. 소진이 웃으며 물었다. "형수님, 어찌 전에는 그리 오만하시더니 지금은 이토록 공손하십니까?" 형수가 떨며 대답했다. "도련님의 지위가 높고 재물이 많기 때문입니다." 소진은 탄식하며 말했다. "가난하면 부모도 자식을 무시하고, 부귀하면 친척도 두려워한다. 세상 인심이 이토록 얄팍하지만, 내가 권력을 쥐지 못했다면 어찌 이 진리를 깨달았겠는가."




Step 3. 지혜의 재해석: 모든 관계는 ‘상대’의 결핍에서 시작된다


이러한 설득의 원리는 비단 국가 간의 외교나 거창한 비즈니스 협상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설득의 성패는 늘 '누가 주어(Subject)인가'에서 갈립니다.


대표적인 예가 채용 인터뷰입니다. 수많은 후보자가 면접관 앞에서 "나는 이런 사람이고, 이런 성과를 냈으며, 얼마나 훌륭한 역량을 가졌는지"를 열정적으로 어필합니다. 하지만 채용사가 진정으로 듣고 싶은 것은 후보자의 '자기자랑'이 아닙니다. 그들은 "당신의 그 능력이 우리 회사가 지금 겪고 있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줄 것인가?"에 대한 답을 듣고 싶어 합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솔루션을 던지는 후보자가 결국 합격 통지서를 거머쥐게 됩니다.


이것은 남녀 사이의 연인 관계나 소개팅 자리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합니다. 상대방은 로맨틱한 분위기를 원하는데 나만 아는 전문 지식을 뽐내거나, 상대가 평소 갖고 싶어 하던 선물 대신 내가 보기에 멋진 선물을 주는 것은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 됩니다. 상대가 무엇을 갈망하는지 파악하지 못한 채 내 마음만 앞서는 것은 설득이 아니라 강요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의 깊은 이해관계와 내면의 욕망을 건드려 성공한 가장 유명한 경영 사례 중 하나는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존 스컬리 영입 작전입니다. 잡스는 애플의 이익을 구구절절 말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스컬리가 느끼고 있던 '자본주의의 부속품'이라는 결핍을 건드렸고, 그에게 '역사의 주인공'이라는 가치를 세일즈한 단 한 문장으로 판을 뒤집었습니다.

"평생 설탕물이나 팔면서 남은 인생을 보내겠습니까, 아니면 저와 함께 세상을 바꾸겠습니까?"


미국 자동차 산업의 아버지 헨리 포드(Henry Ford)는 설득의 본질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성공의 비결이 단 하나 있다면, 그것은 상대방의 관점을 이해하고, 내 관점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각도에서 사물을 바라볼 줄 아는 능력이다."




Step 4. 마지막 한 수


당신이 지금 추진하는 프로젝트가 내부의 반대에 부딪혔나요? 혹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대화가 겉돌고 있습니까? 그렇다면 잠시 멈춰 서서 소진처럼 자문해 보십시오.

"저 부서장은 지금 무엇을 가장 두려워하는가?", "내 연인은 지금 어떤 위로에 목말라 있는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잠시 내려놓고, 상대방의 결핍에 당신의 제안이나 진심이 '해답'이 되는 순간을 설계하십시오.


상대방의 신발을 신고 세상을 바라보는 그 작은 차이가, 굳게 닫혔던 상대의 마음을 열고 천하를 움직일 전략의 판을 짜는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