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Powerful Sound 파트너
마왕 신해철.
주로 영화 관련 글을 작성하는 사람으로서 신해철이 짧게나마 나온 영화로 본 영화를 리뷰하는 꼼수로 그를 추억합니다. 영화 말미 동남아에서 온 듯한 외모의 동남아중 김아중의 결혼식에서 본인의 역할로 특별 출연하여 본인 노래인 "일상으로의 초대"를 축가로 부르고 본인의 프로그램인 "뮤직 스테이션"의 라디오 DJ로 그의 신체사이즈만큼이나 짧지만 굵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정글 스토리>등 여러 영화 음악을 했지만 그가 관여한 마지막 영화인 이 영화의 마지막 대사를 마왕이 친다능!
지난 5월 6일 신해철 데뷔 30주년 기념 앨범, 'Ghost Touch'가 나왔습니다. 이 글은 본 영화의 리뷰 목적보다는 잠깐이나마 고인을 추억할 수 있는 글이 되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병아리 얄리를 만나러 먼 길을 떠난 마왕 신해철을 추모하며.
당신은
암투병 중인 것을 알면서도 그녀의 안정을 위해 서둘러 결혼한 진짜 남자,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정 맞는 삐딱한 돌맹이의 역할을 자처한 남자, 본인이 설령 실패하더라도 후배들이 쓰러진 자신의 몸을 밟고 갈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하겠다던 소름 끼치도록 멋진 남자, 자신을 희화화, 풍자하고 웃음거리가 되어도 그것에 개의치 않는 넓은 가슴을 지닌 남자였습니다.
지금껏 당신의 강렬하게 귀를 파고드는 멋진 노래와 가슴을 후벼파는 가사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당신과 함께 했는지 모릅니다. 학창시절, 노래방에서 당신의 노래인 Here, I stand for you의 마지막 고음 부분을 부르다가 다시는 노래를 부르지 못할 가수(?) 생명에 위기가 오기도 했습니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당신이 나의 베스트였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음을 고백합니다. 하지만 최근 당신의 노래를 다시 한 번 곱씹어 들으며 곰곰히 생각컨대 나를 구성하는 감성의 팔할은 당신으로부터 왔음을 부인할 수가 없었습니다. 누군가는 당신이 떠나고 그의 사춘기 시절의 추억이 통째로 날아간 듯한 허망함과 상실감에 허무하다 했습니다. 가슴이 먹먹하다 했습니다.
신은 재능을 가진 이를 질투하여 일찍 데려간다고 합니다. 아마 재능이라고는 1도 없는 나는 이천살까지 살 거에요. 그래도 당신이 가진 훌륭한 재능으로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리는 셀 수 없는 족적을 남기고 떠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당분간 긴 잠을 자고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신의 주옥같은 음악에 젖은 후배들이 당신을 뛰어 넘는 음악을 우리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당신의 존재가 우리에게 큰 의미였음을 알려주어 당신의 긴 잠을 깨워 줄테니까.
실험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거머쥔 음악인, 때로는 위악적인 모습으로 자신의 소신을 떳떳하게 밝혔던 마왕 선동가, 국악에서 발라드까지, 락에서 테크노 일렉트로닉까지, 재즈에서 댄스까지 모든 음악 장르를 넘나들며 최고의 음악을 대중들에게 선사했던 천재. 당신과 동시대를 함께 하며 당신의 음악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겠습니다.
당신 노래의 주옥 같은 가사를 인용하며...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소중한 것들은 변하지 않는다"(나에게 쓰는 편지)고 믿습니다. 때로는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고 묻던 불편한 질문부터 "마음이 이끄는 곳 높은 곳으로 날아 앞만 보며 날아가야"(해에게서 소년에게) 한다는 방황하는 청춘에게 던지는 응원의 메세지까지 많은 사람들이 "모든 시간, 모든 곳에서 난 당신을 느끼"(일상으로의 초대)고 있을 것입니다.
당신이 20대 초반에 스스로에게 묻던 질문 "내 노래는 누굴 위한 걸까."(재즈카페)의 물음에 늘 당신의 노래에서 위로와 고민에 답을 찾았던 내가 이번엔 답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신의 노래는 당신과 함께 살아가던 모든 청춘을 위한 노래라고 였다고 당신과 동시대를 살아서 행복했다고 답하겠습니다.
당신은 "긴 여행을 끝내고"(민물장어의 꿈) "이젠 아픔 없는 곳"으로(날아라 병아리) 돌아갔지만, "그대를 사랑하는"(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많은 이들이 영원히 "우린 함께"(힘겨워하는 연인들을 위해), "그대 숨결을 느낄 수 있을 것"(그대에게)입니다.
새벽 깊은 밤, 홀로 당신의 목소리를 들으며 웃고 울던 나의 지난 시간을 추억하며 닿지 못할 먼 길 떠난 마왕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합니다. 나의 PS(Powerful Sound)파트너 마왕 신해철, 안녕.
<나의 PS 파트너 - 나의 Powerful Sound 파트너> written by 최종병기, ⓒ 최종병기
병맛나는 삼류 쌈마이 글, 자유롭게 퍼가셔도 좋지만 출처는 표기해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