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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종병기 Jun 19. 2019

<토이 스토리3> - 빛 바랜 추억의 한 페이지

그 아이들은 다들 어디 갔을까...


9년만에 돌아온 작은 영웅들 <토이스토리4> 개봉을 하루 앞둔 2019년 6월 19일날 올리는 <토이스토리3> 썩은 리뷰입니다.


헐리우드의 <박물관이 살아있다>같은 판타지/모험 물이나 <백 투더 퓨쳐>,<주만지>, <터미네이터> 같은 SF 영화를 보며 떠오르는 생각. 


'쟤네들 연기하거나 or 스토리 만들면서 손발이 오그라들지 않을까? 박물관에서 유물들이나 역사적 인간들이 튀어 나온다는 것도 웃기지만 그걸 진지하게 연기하고 있는 것도 왠만큼 철면피가 아니면 못할 짓 같은데...' 


하회탈 쓰고 이런 연기할 수 있겠어요?


스토리의 개연성이나 재미는 둘째치고라도 정말 상상력 하나만큼은 대.다.나.다. 라는 생각이 들지요. 저런 스토리를 만들고 구현하는 사람은 약간 독특하고 다소 4차원의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요? 우리나라에서 저런 스토리가 안 나오는 것은 공장 찍어내듯 획일화된 교육을 받고 남과 다른 생각과 행동은 민폐라는 생각을 주입 받는 환경? 그래서 유행에 민감하고 남들과 비교하면서 스트레스 받고 남들 하는 대로 살려고 하고. 


그 

런 

데 


말입니다. 


<토이스토리>에 나오는 장난감들의 이야기도 위에 이야기했던 그냥 상상 속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니아니아니에요. 


장난감은 실제로 생명을 가지고 있답니다. 단지 어렸던 우리가 그것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장난감들이 무생물인척 연기를 하고 혹은 우리에게 들킬 위기에서도 대처를 잘 하고 있었던 것이빈다. 


믿지 못하시는 여러분에게 제가 증거를 3가지 들어보이겠습니다. 여러분들도 같은 경험이 있는지 확인해보세요. 


첫번째, 

마지막으로 보았던 장난감의 위치나 포즈가 미묘하게 달라져 있다. 혹은 사라졌다가 엄한 곳에서 나타난다. 

이렇게 멈춰 있는 장난감 본 적 없으세요?

이것은 분명히 움직여서 다른 곳에 가려다가 예상 밖으로 빨리 온 주인에 놀라 다른 곳에서 널부러져 있었던 것이 틀림이 없다는 것입니다. 또는 주인이 잠시 나간 사이에 방의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니다가 책상 사이에 끼거나 침대와 벽 사이에 끼어서 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통 이런 장난감은 이사할 때 나타나죠. 장난감 입장에서는 벽 사이에 끼어 꼼짝도 못하고 주인이 자신을 구출해주기를 오랜 시간 기다리는데, 오랜 시간 후에 결국 주인이 발견하면 반가워하지만 주인은 먼지를 뒤집어 쓴 장난감에 외면하고 마는데 장난감 입장에서는 이보다 슬픈 일은 없겠죠. 


두번째, 

장난감이 뜬금 없이 부러져 있거나 고장이 난다. 


<토이스토리> 시리즈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들끼리도 질투를 하고 싸움도 하기도 합니다. 그들도 패거리 문화가 있고, 여당 야당 나누어 정치도 하고 개싸움도 하다보면 부러지고 다치는 장난감도 나오게 마련이죠.(그리고 부러진 장난감은 주인한테 버림 받고...) 

고가의 피규어도 이렇게 전쟁을 하곤 합니다.(출처:https://m.insight.co.kr/news/214849)


세번째, 산 적은 있으나 버린 기억은 별로 없다. 


잠시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봅시다.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로보트, 바비 인형... 꽤 많은 장난감을 엄마한테 조르고 졸라, 고르곤 졸라... 사서 가지고 논 기억은 있는데 버린 기억은 별로 없다는 것. 장난감도 마치 애완견처럼 사랑을 받고 싶어합니다. 우리가 성장하면서 관심과 사랑의 대상에 벗어나자 그들이 먼저 떠난 것이 아닐까요? 

나를 떠난 이 로봇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출처:http://blog.naver.com/adamasdia/100129834492)


저는 어린 시절 이것을 확인하기 위해 장난감을 안심시키려고 


"아~ 밖에 놀다 와야겠다." 


장난감 들으라고 일부러 크게 이야기하고 방 밖으로 나가서 몰래 방 문에 귀를 기울인 적이 많답니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려구요. 뭔가 소리가 들리는 듯 하여 잽싸게! 방문을 열면 역시나 잽싸게 바닥에 널부러져 있더군요.(이것들 전광석화 같은 몸놀림!)


어쨌든 상상이 아닌 실제로 생명을 가진 장난감들의 이야기 그 세번째 <토이스토리3>입니다. 95년 나온 1편보다 4년 후 99년에 나온 2편이 더 작품성과 흥행 면에서 더 좋은 작품이었으며, 그 2편 이후 무려 11년이 지난 2010년에 개봉한 3편이 더 좋은 평가를 받은, 속편으로 갈수록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좋은 작품으로 관객과 만나는 흔치 않은 작품이죠. 게다가 <라이온킹> <알라딘> 등으로 대표되는 2D 애니메이션의 종지부를 찍고 3D CG 애니메이션의 서막을 알린 기념비적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11년만에 나온 3년 대비 4편은 9년 후 나왔으니 이 정도면 양호하지 않은가요?


본 <토이스토리3>는 1편이 나온 이후 무려 15년 후에 개봉되어 그 해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 주제가상까지 휩쓴 픽사 최고의 흥행작이자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1위를 기록한 작품이기도 합니다.(물론 2013년~14년 겨울을 뜨겁게 녹인 레릿꼬~♪에 밀리고 말았지만) 

너는 주먹을 내라... 나는 보자기닷!


<토이스토리3>는 토이스토리 시리즈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실제 장난감을 모델로 한 10여개의 캐릭터들의 하나같이 개성있는 자신만의 매력을 뽐내고 있으며 그저 엑스트라로 끝나는 캐릭터가 아닌 나름대로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하는 캐릭터별 분량 안배도 적절하게 잘 배분한데다가 그 캐릭터를 제대로 활용하여 매우 훌륭하고 유쾌한 스토리 라인을 풀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인디아나 존스> 류의 모험 액션 류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헐리우드의 어떤 액션 영화도 <토이스토리>보다 낫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기 힘들 정도의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보여주고 있지요. 


장난감이 나오고 애니메이션이라 어린아이들 보는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하면 경기도 오산인 것이 오히려 어린시절을 그리워하는 어른 혹은 아이를 키우는 입장의 부모들이 더 잘 이해하고 감동 받는 스토리와 대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들이 하는 대사들이나 그 의미가 일반 성인 영화와 비교했을 때 그렇게 녹록한 수준은 아닙니다. 


최근 최종병기는 <TV 동물농장>을 보다가 고양이 목에 카메라를 달아서 고양이가 눈 높이에서 바라보는 시선을 TV 화면으로 본 적이 있었는데 우리 모두 같은 세상에서 살고 있지만 눈 높이에 따라 이렇게 다르게 보이는구나 하는 생각에 신선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들이 어린 시절 뛰놀던 초등학교 운동장을 시간이 흘러 가보면 그렇게 넓던 운동장도 좁아져 있고, 높아만 보이던 철봉도 왠지 낮아진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되죠. '나는 그대로인데 세상이 바뀐 것이야.' 라면서요. 이 영화를 보면 장난감의 눈 높이에서 바라보는 의자와 책상, 그리고 우리 바깥 세상들은 어찌나 절묘하고 그럴 듯하게 묘사를 했는지 감탄을 하게 됩니다. 같은 공간이라고 할지라도 시선의 위치가 달라지면 완전히 다른 모양과 느낌이 됩니다.

각도는 이렇게 중요합니다. (출처:https://www.asiae.co.kr/article/2013081109541749507)


무엇보다 <토이스토리3>의 미덕은 마지막 부분 눈시울을 적실 수 밖에 없는 드라마에 있습니다. 우리가 로맨스 영화 속 주인공의 눈물을 보며 함께 감동 받을 수 있는 것은 우리도 유사한 사랑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겠죠. 


우리 모두 자라면서 어린 시절 로보트나 인형과 함께 둘도 없는 소중한 친구로 놀았고 혹여나 부러지거나 하면 참을 수 없는 짜증에 드러 누워 발을 동동 구르던 기억 있을 겁니다.(나만 그랬나? 나만 쓰레기였나?) 또, 그들과 원하든 원치 않든 이별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별의 순간 장난감은 아닌 척 하느라 그 슬픈 감정을 우리들에게 보여주지 못했지만(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장난감도 생명을 가지고 있다니깐요) <토이스토리3>의 장난감들은 그 슬픔을 여실히, 감동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지요. 


어린 시절의 이쁜 기억과 추억, 그리고 가지고 놀았던 귀염둥이 장난감이 있었던 분이라면 본 작의 마지막 주인과 장난감들의 이별씬에서 


① 떠나는 주인을 바라보며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장난감의 아쉬움과 슬픔 

② 어엿한 성인으로 자라 넓은 세상을 향해 떠날 주인에게 장난감이 보내는 응원 그리고 성장한 주인에 대한 대견함 

③ 자신을 오랜 시간 사랑해주었던 친구로서의 고마움과 감동 


등이 교차하는 감정을 표현하는 장난감을 보며 그 어떤 영화에서도 보기 힘든, 피할 수 없는 아름다운 이별의 정수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최종병기도 어쩔 수 없이 눈에서 물을 확인할 수 밖에 없었던 마지막의 드라마 장면입니다. 


어쨌든 아쉬움을 뒤로 하고 2010년 3번째 시리즈로 막을 내릴 것 같았지만 열화와 같은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드디어 4편이 개봉하니 <토이스토리> 시리즈의 팬들은 다시 한 번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돌아가 사랑스러운 장난감들을 만날 수 있겠군요. ^^


p.s. 그나저나 내 소중한 재산 1호, 매일 아침마다 비닐봉지에 들어 있던 딱지를 확인하고 뿌듯해하곤 했는데 그 딱지는 다 어디 갔을까. (엄마가 버렸겠지 뭐.)


<끝>


<토이스토리3 - 빛 바랜 추억의 한 페이지를 함께 했던...> written by 최종병기, ⓒ 최종병기

병맛나는 삼류 쌈마이 글, 자유롭게 퍼가셔도 좋지만 출처는 표기해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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