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집어 치우고 옥상으로 갑시다.

세상이 시끄러울수록 볼륨을 높여라

by 최종병기

2026년 1월 30일 금요일.

어느덧 1월의 마지막 금요일입니다.

뉴스를 보면 세상은 복잡하고 어지럽습니다. 미국의 관세 폭탄에 우리 경제는 혼란스럽고 지구촌 여기저기에서는 정치적, 종교적 갈등 등, 시끄러운 소음으로 가득합니다.


지금으로부터 57년 전 1969년의 오늘 1월 30일의 런던으로 갑니다.




1. 엉망진창이었던 전설들


전설적인 비틀즈의 마지막 공연, '루프탑 콘서트'가 열린 날이 바로 57년 전 오늘입니다.


당시 비틀즈는 지금의 국제 정세만큼이나 엉망진창이었습니다. 멤버들은 서로 말도 안 섞을 정도로 사이가 나빴고, 법적 분쟁에 휘말려 있었으며, 기정사실화된 해체설이 밴드 멤버들을 괴롭혔습니다. 마지막 공연을 어디서 할지를 두고도 사하라 사막이니, 크루즈 선상이니, 튀니지 원형 극장, 아픈 팬들을 위해 병원까지 후보를 두고 며칠을 탁상공론과 싸움으로 지쳐있었죠.


그때 비틀즈의 드러머 링고스타가 말했습니다.

"회의 집어 치우고 그냥 옥상에 올라가서 합시다. (Let's go upstairs.)"


그는 드러머답게 화끈하고 거침 없는 성격이었나봅니다.

그들은 한참을 다투다가 결국 거창한 기획도, 화려한 조명도 없이 그들의 사무실과 스튜디오가 있던 애플 사옥(훗날 스티브 잡스의 애플과 30년간 상표권 소송을 벌이게 되는)의 옥상으로 앰프를 낑낑대며 들고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찬 바람이 부는 겨울, 1월 30일 옥상에서 연주를 시작했습니다.




2. 우리는 노래한다


서로 으르렁대던 네 명의 남자는 연주가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의 눈을 맞추고 웃으며 <Get Back>을 불렀습니다. 현실의 골치 아픈 문제들을 잊고, 오직 '음악'이라는 본질에만 집중한 것이죠. 세상이 시끄럽게 떠들거나 말거나 좋지 않았던 외부 환경으로 악화되었던 그들간의 불화도 모두 잊고 그들은 그들의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생각보다 단촐한 약 42분간의 공연은 전설이 되었다.


그들의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지만, 본질에 집중하는 순간 문제는 배경이 되었습니다.




3. "오디션에 합격했나요?"


하지만 점심시간 런던 거리에 느닷없이 굉음(?)이 울려 퍼지자 시민들은 항의했고 결국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음악 소리에 거리로 몰린 시민들과 들이닥친 영국 경찰들


"당장 끄세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건물 위(옥상)는 순수한 음악의 열정으로 추운 겨울을 달구었지만 건물 아래(현실)는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소음 신고, 경찰의 압박, 얽히고설킨 법적 문제들... 42분간의 게릴라 콘서트가 경찰에 의해 강제로 중단되자, 존 레논은 마이크를 잡고 씩 웃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I'd like to say thank you on behalf of the group and ourselves,
and I hope we passed the audition."

(밴드를 대표해 감사드립니다. 그나저나 저희가 오디션에 합격했는지 모르겠네요.)


이미 세계 최고의 밴드였던 그들이 "오디션에 합격했으면 좋겠다"라니 마지막 순간까지 잃지 않았던 그 유머와 여유. 결국 역사는 그날의 소음 신고나 멤버 간의 불화가 아니라, 옥상 위에서 가장 뜨거웠던 그들의 '음악'만을 기억합니다.




4. 그리고 그 이후...


비틀즈의 루프탑 게릴라 콘서트는 그냥 ‘전설적인 한 번의 이벤트’로 그치지 않았습니다. 무대가 아니라 ‘일상의 공간'에서 관객을 미리 모으지 않고 형식에 구애받지 않은 '즉흥성'과 청춘의 '자유로움', 음악이 '도시 풍경과 평범한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 낭만 등을 표현하는 공연 문화의 상징적 포맷이 되었습니다.



2021년에는 '반지의 제왕' 감독 피터 잭슨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비틀즈: 겟 백 (The Beatles: Get Back)>이 바로 루프탑 콘서트를 다룬 작품으로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되기도 했죠.


그 이후 U2, Red Hot Chili Peppers, Taylor Swift 등 수많은 뮤지션들이 공연, 프로모션 등의 용도로 루프탑 컨서트를 했고 최근에는 BTS가 서울, 뉴욕, UN 건물 옥상, 고층 빌딩 루프탑 콘서트를 다수 했다고 합니다.


비틀즈는 자신을 둘러싼 소음과 고통을 음악이라는 본질에 집중함으로써 극복했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8개월 후인 1969년 9월 또 하나의 전설적인 명반이자 그들의 해체(70년 4월) 이전의 마지막 앨범인 <Abbey Road>를 발매하며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그들은 멈추지 않고 자신들의 길을 걸었다.




1969년 런던의 비틀즈처럼 2026년 현재 여러분들이 처한 상황 또한 소란스럽지는 않으신가요? 구분하기 어려운 소음과 신호가 복잡하게 뒤섞여 여러분을 혼란스럽게 하지는 않은가요? 지나고나면 본질에서 벗어난 무쓸모한 걱정과 고민으로 내 삶을 갉아 먹고 있었구나 라는 것을 깨닫기도 합니다.


내 주변의 소음이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더라도 나는 나만의 볼륨을 높여야 합니다.

목청 높여 힘껏 노래 부를 여러분의 옥상은 어디인가요?


루프탑 콘서트 마지막 노래 'Get Back'

기~빽~! 기빽~ ♪ 기빽투으러허으어르어투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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