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탄생 22주년

연결될수록 외로워지는 아이러니

by 최종병기

2026년 2월 4일 수요일.


22년 전 오늘, 2004년 오늘 2월 4일 하버드의 좁은 기숙사 방에서 "더페이스북(TheFacebook)"이라는 서비스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데이빗 핀처 감독은 이 탄생 실화를 영화 <소셜 네트워크(2010)>로 옮겼습니다. 아카데미 각색상과 편집상 등을 휩쓴 이 수작(秀作)은 흥미로운 아이러니를 보여줍니다. 전 세계 5억 명(당시 기준)을 연결한 마크 주커버그가, 정작 영화 속에선 가장 가까운 친구(왈도)에게 소송을 당하고 사랑했던 연인에게 외면받는 '관계 부적응자'로 그려진다는 점이죠. 영화의 포스터 카피는 섬뜩합니다.


"적을 만들지 않고서는 5억 명의 친구를 얻을 수 없다."


영화 포스터도 페이스북의 레이아웃을 그대로 따왔습니다.




1. SNS 친구는 500명인데, 함께 고민을 나눌 사람은 없다.


화면 속 '좋아요'는 넘쳐나는데, 정작 "오늘 소주 한잔하자"고 편하게 전화할 사람은 줄어들었습니다. 페이스북은 사람을 기술(알고리즘)로 연결했지만, 그 연결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온도’는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기술은 지구 반대편과의 거리를 0으로 좁혔지만, 정작 마음의 거리는 지구 반대편만큼 멀어진 것 같습니다.


초창기 2004년의 페이스북 페이지


"온라인의 '친구'는 '숫자'일 수 있지만, 오프라인의 '관계'는 '온기'이다."




2. 타인의 하이라이트 vs 나의 비하인드


SNS의 출현으로 인류의 ‘관계’는 완전히 재정의되었습니다. 트럼프도, 아이유도 이제는 신문 1면이 아니라 SNS 글 한 줄로 우리에게 말을 겁니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촘촘하게 연결된 세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연결될수록 우리는 불행해집니다.


체력이 방전되어 퇴근하는 길에 습관적으로 켠 SNS에는 타인의 ‘하이라이트’가 가득합니다. 오마카세 맛집, 승진 소식, 명품 언박싱, 해외에서 찍은 사진들…


SNS 공간에서 자신의 일상 중 가장 빛나는 찰나의 순간을 정교하게 오려내 전시합니다. 반면, 스크린을 바라보는 우리는 가장 무방비하고 초라한 '현실' 속에 앉아 있죠. 편집된 그들의 '하이라이트'와 날것 그대로인 나의 '비하인드'가 충돌하고 비교됩니다.


미국의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자살을 시도한 팬에게 남긴 편지가 화제였다고 합니다.

그녀의 악필 속 담긴 위로는 명필입니다.
Sammi's Daily reminders.
1. Never compare myself to other people. It is comparing my behind the scenes to their highlight reel.
2. Stay here, now. I will not think too far forward or back.
3. It's okay to not be fine.
4. Taylor needs me so I'm going to take care of myself.

1. 타인과 절대 비교하지 마라. 그것은 그 사람의 하이라이트를 나의 비하인드와 비교하는 것과 같다.
2. 너무 먼 미래와 과거에 머무르지 마라.
3.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4. 나는 내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나는 나를 소중히 여길 것이다.


화려한 무대 위에서 많은 이들의 환호를 받는 슈퍼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조차도 남과의 비교에서 오는 박탈감은 피할 수 없고 자신의 멘탈을 관리하기 위한 자신만의 문장이 있는 것 같네요. 하물며 우리와 같은 범인들이야 말할 필요도 없겠죠.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행복 지수가 높은 나라)'였던 부탄도 최근 조사에서 행복지수가 100위까지 내려갔다고 합니다. 그들이 가진 것은 어제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달라진 건 단 하나, 스마트폰을 통해 타인의 삶을 훔쳐보게 된 '시선'뿐이었습니다.


https://news.koreadaily.com/2022/06/05/society/opinion/20220605154904763.html




3. 로그아웃, 그리고 사람 냄새


오늘 하루만큼은 스마트폰 속의 알림 숫자와 온라인 친구들이 올리는 사진에 일희일비하는 대신 고개를 들어 옆 사람을 보셨으면 합니다. 내가 오늘 누군가에게 육성으로 "요즘 어때?"라고 묻는다면, 그건 타인의 화려한 전시회를 구경하는 관객이 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지친 일상을 안아주는 진짜 친구가 되는 것입니다.




오늘은 알고리즘이 추천한 타인의 삶을 구경하는 대신, 내 마음이 기억하는 사람에게 안부를 전해보는 건 어떨까요? 차가운 텍스트가 아닌, 따뜻한 육성으로 말이죠.


"잘 지내? 나는 그냥… 네 목소리 듣고싶어서."


오해를 없애는 가장 확실한 방법



※ 이미지 출처
① 소셜네트워크 포스터 : 구글 이미지
② 페이스북 :
https://www.businessinsider.com/facebooks-first-8-features-from-2004-2014-8
③ 테일러스위프트 손편지 : https://blog.naver.com/insightmedia/2237184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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