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보다 강한 노래, 밥 말리

올림픽 성화보다 뜨거웠던 '평화의 사자'

by 최종병기

2026년 2월 6일 금요일.


오늘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제25회 동계올림픽의 성화가 타오르는 날입니다. 지구촌의 축제라고는 하지만, 뉴스를 틀면 여전히 곳곳에 포성이 들리고, 인종과 종교, 계층 간의 혐오는 식을 줄 모릅니다. '평화'라는 단어가 유난히 공허하게 들리는 요즘입니다.


2022년 동계 올림픽이 어디였더라... 시간이 이렇게 빨리...


그런데 오늘, 이 올림픽 개막일이 '평화'를 갈망하며 노래했던 밥 말리(Bob Marley)의 생일이라는 사실을 아시나요? 1945년 오늘 태어나. 45년전 36세 나이로 요절했던 그가 만약 살아있었다면, 오늘 81번째 생일이었겠죠.

하하의 레게 사랑으로 무한도전에서도 자메이카 특집편 방영했었죠.

총구 앞에서도 노래를 멈추지 않았던 그를 생각합니다.





1. 총을 맞고도 무대에 선 남자


1976년 자메이카. 정치적 내전으로 피비린내가 진동하던 때였습니다. 밥 말리는 무료 평화 콘서트 '스마일 자메이카'를 이틀 앞두고 괴한들의 습격을 받습니다. 가슴과 팔에 총상을 입었죠. 사람들은 공연이 취소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며칠 뒤, 그는 붕대를 감은 채 무대에 올랐습니다. "왜 쉬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죠.


"이 세상을 악하게 만들려는 사람들도 하루를 쉬지 않는데, 내가 어떻게 쉴 수 있겠나?"
(The people who are trying to make this world worse are not taking a day off. How can I?)



그에게 음악은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그가 가진 세상을 치유하는 '무기'였습니다.




2. "음악에는 국경이 없다"


그의 리듬(레게)은 단순했지만, 메시지는 강렬했습니다. 그는 36살이라는 짧은 생을 살다 갔지만, 그의 유산은 거대합니다. 레게는 밥 말리 이후 ‘지역 음악’에서 ‘세계 음악’이 됐고, 록과 팝은 물론 힙합까지 여러 장르가 그 리듬과 태도를 빌려갔습니다. 장르를 불문하고 에릭 클랩튼, 폴리스 같은 록 밴드부터 리한나 같은 팝스타까지 수많은 선후배 뮤지션들이 그에게서 '저항 정신'과 '영혼을 울리는 리듬'을 배웠습니다.


특히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에 출전해 전 세계에 감동을 줬던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영화 <쿨러닝> 실제 모델)의 도전이 남긴 감동은, 밥 말리 음악이 전하던 ‘작아도 굴복하지 않는 태도’와 닮아 있습니다.

오늘 개막하는 동계올림픽에서도 수많은 '언더독'들이 그의 노래 <Get Up, Stand Up>을 들으며 신발 끈을 조여 맬지도 모릅니다.


영화 쿨러닝과 실제 모티브가 되었던 자메이카 봅슬레이 팀




3. 2026년에 다시 부르는 노래 <War>


지금 우리 세계는 어떻습니까. 4년째 이어지는 우크라이나의 포성, 경제적 이익을 앞세운 국가 간의 장벽, 온라인에서 넘쳐나는 혐오 표현들. 밥 말리가 1976년에 발표한 노래 <War>의 가사는 50년이 지난 2026년 오늘도 여전히 유효한 울림을 던집니다.


"어떤 인종은 우월하고 어떤 인종은 열등하다는 철학이 최후에는 영구적으로 폐기되고 버려질 때까지, 그때까지는 전쟁이다. ... 피부색이 눈의 색깔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그날까지, 그때까지는 전쟁이다."


혐오와 차별과 전쟁이 없어질 때까지 (역설적으로) 전쟁하겠다고 노래하며 '평화'를 간절히 원했습니다.




4. "One Love, One Heart"


밥 말리가 그토록 '하나 됨'을 외쳤던 이유는, 어쩌면 그의 핏줄 때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사실 그는 영국계 백인 장교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그는 백인들에게는 흑인이라 무시당하고, 흑인들에게는 백인 핏줄이라며 배척당했습니다. 어느 쪽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했던 그 아픔은 역설적으로 그를 '경계인'이 아닌 '모든 이를 잇는 다리'로 만들었습니다.


1978년, '원 러브 피스 콘서트(One Love Peace Concert)'에서 그는 서로 죽일 듯이 싸우던 자메이카의 여당 대표와 야당 대표를 무대 위로 불러냈습니다. 그리고 정적이었던 두 사람의 손을 맞잡게 하고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렸습니다. 총칼로도 못 했던 화해를, 기타 하나 멘 가수가 해낸 것입니다.


억지로 끌려 나온 것 같은 표정...이지만 그래도 손 꼭 잡아요.


2026년 오늘, 올림픽 개막식의 화려한 불꽃놀이보다 더 필요한 건 바로 이 마음 아닐까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 나와 피부색이 다른 사람, 빈자와 부자가 함께 손을 잡을 수 있는 용기.


"One Love! One Heart! Let's get together and feel all right."




오늘 퇴근길엔 밥 말리의 노래를 들어야겠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우리 마음속 평화의 볼륨은 줄이지 말고 누군가를 미워하는 데 에너지를 쓰는 대신 밥 말리처럼 둠칫둠칫, 긍정의 리듬으로 한 걸음 내디뎌 보는 건 어떨까요?


평화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내 옆 사람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바로 'One Love'입니다.


[밥 말리 & 더 웨일러스 - No Woman, No Cry (Live At The Rainbow, 1977)]

https://www.youtube.com/watch?v=mZ6VezKMoRY


※ 밥 말리 필청 리스트

1. No Woman, No Cry (특히 Live 1975 Lyceum 버전 추천)
밥 말리를 전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곡입니다. 자메이카 빈민가 트렌치타운에서의 고단한 삶을 위로하는 따뜻한 가사가 일품입니다. "울지 말아요, 모든 게 다 잘 될 거예요"라는 메시지가 큰 울림을 줍니다.

2. One Love / People Get Ready
레게의 아이콘과도 같은 곡으로, "하나의 사랑, 하나의 마음(One Love, One Heart)"으로 함께하자는 평화의 찬가입니다. 광고나 영화 등에서 가장 많이 들어보셨을 멜로디입니다.

3. Redemption Song
밥 말리가 암 투병 중에 작곡한 곡으로, 레게 리듬 대신 통기타 반주 하나에 묵직한 목소리만 담겼습니다. "자신을 옭아매는 정신적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라"는 유언과도 같은 비장미가 느껴집니다.

4. Three Little Birds
"Don't worry about a thing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라는 가사로 유명한,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긍정적인 곡입니다.

5. Is This Love
가장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밥 말리의 러브송입니다. 특유의 여유로운 리듬과 로맨틱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6. Get Up, Stand Up

"일어나라, 맞서 싸워라"라며 인권과 권리를 위해 투쟁하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곡입니다. 밥 말리의 저항 정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곡 중 하나입니다.

※ 이미지 출처

① 밥말리:
https://blog.google/company-news/outreach-and-initiatives/arts-culture/bob-marley/

② 자메이카 봅슬레이 팀 :
https://www.sportshistoryweekly.com/stories/jamaica-bobsled-team-winter-olympics-devon-harris,1185

③ 밥말리 & 여야 정치인:
https://jacobin.com/2021/06/bob-marley-jamaica-peace-concert-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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