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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발트 Jun 16. 2020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call me by your name (..... Spoiler 포함)


갱지 위에 연필 2020

                                                                                      

                                                    


               Call me by your name and i'll call you by mine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줘, 내 이름으로 너를 부를게                





이탈리아의  여름이 내리쬐는 푸른 청량감과 물 흐르듯 온몸을 감겨오는 음악

금방이라도 첨벙 빠지고 싶은 호수와 강물, 그리고 어스름한 분위기의 공기가 에워싸는 별장

두 주인공이 겪는 한여름밤의 꿈같은 사랑


이번에도 역시 어떻게든 담아두고 싶은 생각에 연필을 들었다.









 여름이면 생각나는 영화 'call me by your name 2017'

 2020년 6월, 재상영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영화를 예매했다. 영화관에서는 이번이 2번째 관람이었다. 메가박스에서 오리지널 티켓 이벤트를 진행했지만 아쉽게도 내가 관람한 곳에서는 받을 수 없었다.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영화관을 찾은 듯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좌석은 띄어쓰기를 하듯 표를 막아둔 상태였고, 나의 근처는 좌석이 다 차는 바람에 관람 직전 미리 예매해둔 자리를 취소하고 제일 뒷자리로 재예매를 해야만 했다. 왜냐하면 역시나 이 영화는 혼자 있는 것처럼 봐야 해!라는 이유에서였다. 사실은 집에서 홀로 감상한 기억이 좋았던 탓이다. 7월이나 8월 무더운 여름 장마가 한창이던 때 침대에 엎드린 채 보았던 기억. 그래서 이번 재상영은 반가운 마음이 가득했다.


 더위가 한창인 이탈리아의 별장은 여전히 나의 머릿속에 남아있던 장소와 비슷했다. 영화의 느낌을 나의 기억에 그대로 담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기억은 때로 상상을 더해 달라지기도 하니까. 엘리오와 올리버, 두 주인공의 사랑이 영원 할리 없는 것처럼.





 영화는 일단 나의 선호도와 맞물려 훌륭한 비주얼을 자랑한다. 넓은 저택의 곳곳은 앤티크 한 감성이 살아있고 벽지와 카펫, 심지어 의상까지 고풍스러우면서도 캐주얼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영화를 보는 동안 무릎을 탁 치며 아, 저거다!라고 숨죽인 외침이 나올 만큼 강한 소장욕구가 용솟음친다. 무엇보다도 여성 관람객을 사로잡을 만한 잘생긴 남자 주인공 티모시 샬라메와 아미 해머가 그저 끝판왕일지도 모른다. 그들이 입은 반바지와 티셔츠, 남방이 왜 그리도 멋지고 쿨해 보였을까! 영화의 내용에 집중해 본다면 적어도 영상에서만큼은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이 영화는 계절과 음악이 다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들의 짧은 만남은 여름과 잘 어울리면서 뜨겁게 불타오르는 태양처럼 서로에게  빠지는 과정이 흥미롭다. 여름과 겨울마다 별장에서 지내는 엘리오와 그의 가족, 그리고 매년마다 아버지를 돕기 위해 연구원의 자격으로 이방인. 그 이방인을 바라보는 소년의 동치는 감정을 들여다보면 무심코 지나쳤던 사춘기의 정체성과 감출 수 없는 설렘이 떠오른다.

 

 영화 내내 분위기를 연출하는 음악이 흐르고, 순간적으로 뚝 끊기는 화면의 전환. 이 모든 것이 마치 그들의 감정을 조율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스틸컷을 보는 것과 같은 착각은 머릿속에 강렬한 흔적을 남기기도 한다.  

 




 사실은 처음부터 소년에게 빠졌던 이방인 올리버는 소년의 낯섦에 거리를 두려 하지만 이내 자신의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결국 그에게 다가선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엘리오의 부모님 또한 그들의 관계를 알고 있지만 묵인하는 것과 같이 보이는데 언제나 아들의 입장에서 생각해주려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엘리오를 그 자체로 빛나고 성장할 수 있게 해주는 든든한 조력자임에 틀림없었다. 그들이 있기에 엘리오가 스스로의 감정을 감내하고 펼칠 수 있었으리라.





 느낌이 좋은 영화를 N차 감상하다 보면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혼신의 힘을 다해 음악에 몸을 맡기는 댄스파티 장면이 그중 하나이다. 춤을 잘 추지 못한다는 아미 해머의 발재간이 이다지도 멋지게 나오다니! 하물며 저스틴 비버 같은 미끄러짐을 구사하는 티모시 샬라메의 센스까지, 나조차도 덩달아 함께 무대로 뛰쳐나가야 할 것 같은 흥겨움을 선사한다. 그리고 누가 뭐래도 최고의 노래 선곡은 이 영화를 인생영화로 등극시키는데 한몫을 한다.





 확실히 원작인 그해, 여름 손님에 비해 감정선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이 영화에 대한 거부감과 불편한 시선을 두지 않는다면야 소년과 이방인의 만남으로 펼쳐지는 이 영화의 이미지와 전개는 필히 매년 돌아오는 여름마다 떠오를 것이다. 단지 사람 대 사람의 시각으로 본다면 말이다.


 끝내 헤어지고 마는 짧은 만남과 이별. 후에 서로의 이름을 바꿔 부르며 전화기 너머 속삭이는 장면은 아련한 여운을 길게 늘어뜨린다. 타오르는 모닥불 곁에서 눈물을 훔치던 엘리오의 모습을 끝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아, 정말이지 모든 것이 완벽한 엔딩이야. 나와 같은 감성을 가진 이들에게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그리고 영화의 속편 제작 소식이 들려왔다. 전편에 나온 배우들이 똑같이 출연한다는 반가운 정보다. 아직 촬영일과 개봉일 어느 하나 구체적으로 나온 것은 없지만 팬이라면 기쁘게 받아들일 것이다. 부디 바이러스의 세계에서 벗어나 마음 편히 관람하는 세상이 찾아오길 기다려 본다.

 그때까지 출연진들과 이탈리아의 여름이 그 모습 그대로 있길 바라는 것은 너무 과한 욕심일까.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https://movie.naver.com/movie/bi/mi/photoView.nhn?code=158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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