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화 취향은 수더분하다. 수더분이라는 국어사전의 뜻은 '성질이 까다롭지 아니하여 순하고 무던하다'로 단순히 영화의 성격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전체적인 것이 아닌 부분적인 볼품이 나의 감성과 맞아야 한다. 따지는 조건의 첫 번째로는 이미지, 두 번째로는 색감이다. 보통은 영화의 포스터에서 '느낌'이 오느냐 안 오느냐의 차이다. 결국은 포스터 제작을 담당하는 디자이너의 감각인 것인가..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를 외치며 반드시 혼자서 봐야만 하는 영화가 있다. '문라이트'는 그런 영화이다. 오롯이 비워진 내면을 채우는 정적인 시간. 느린 전개만큼이나 느린 호흡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게 된다. 몰입을 할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 중의 하나는 눈빛이 닿는 시선을 따라가는 것.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으라고 한다면 그림으로 그려진 이 장면이다. 물론 완벽한 눈빛을 손으로 담아내기에는 부족하지만 그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쏟아지는 감정을 삼키며 터지는 가슴을 밀어내던 가엾은 샤이론. 하지만 그는 결코 나약하지 않았다. 그 누구보다 뜨겁고 커다란 용기를 가졌으며, 처연한 분노가 아닌 스스로에게 떳떳한 감정이었으리라. 나는 알 수 있었다. 나와는 같은 눈빛을 지녔기에 분명히 '다르다'라는 것을 알았다.
"달빛을 쫓아 뛰어다니는구나. 달빛 속에선 흑인 아이들도 파랗게 보이지."
우리가 겪는 성장통의 상처는 처음에는 파랗다. 스스로를 반추하며 경험을 거듭한 우리의 유년기는 사춘기를 겪으며 성장한다. 달빛을 받아 발하는 푸른빛의 피부색을 가진 주인공처럼 자기 자신을 알아간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삼키고 내뱉는지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어두운 밤, 버스를 탈 때면 나를 따라다니는 달빛이 사실은 내가 쫓아다닌 이념이 아니었을까. 선택과 결정의 날들을 지나 슬픔과 기쁨에 맞서는 용기를 배우고, 어떤 상황에서든 나를 바로 세울 가치관에 도달할 것이다.
취향이 같다면 영화 문라이트를 통해서 나와 다른 감정을 이해하고 온전한 나를 발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