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산책을 나선 그때, 고양이를 만났다. 사람이 사는 동네에서는 흔한 일이다. 고양이는 몸을 웅크리고 가자미 눈을 뜬 채 밝은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곳으로 이사 온 지 2년이 조금 넘었다. 익숙해진 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 옮겨온 후 행동반경이 많이 줄어들었다. 여러 갈래의 골목길과 빽빽한 빌라, 주택이 즐비한 이 곳은 그전에 살던 아파트와는 풍경부터 달랐다. 밥 짓는 냄새가 고소하게 풍겨오고,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정겨운 동네다.
집의 거실은 작은 창이 하나뿐이어서 어둡고, 시야가 많이 좁다. 나는 눈이 침침해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가득 찬 빛과 따스함을 눈과 손으로 감싸 안기 위해, 외투를 걸치고 집을 나선다.
매일의 풍경이 사람들을 기다리는 평범한 이 동네에서 간혹 귀여운 고양이들을 만난다. 가까이 다가가면 그만큼 거리를 두고 눈을 끔뻑거린다. 내가 지나가기를 바라고 있을 테지. 이 날도 무심코 돌아본 막다른 주차장에서 유유히 휴식을 취하고 있는 고양이를 만났다. 다른 고양이들처럼 숨기 바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나조차도 잠시그 옆에누워있고 싶을 정도로 평온한 자태였다. 요즘의 나에게 저 고양이와 같은 쉼은 있지만 절대 그런 표정이 나올리는 없었다. 조용히 숨을 내쉬며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시선이 닿는 모든 순간들이 있다. 전봇대에 붙은 찢어진 전단지, 바람에 이리저리 굴러가는 빈 깡통, 낡은 유모차를 끌고 가는 할머니, 불완전한 세상에 마주하는 시간을 제자리로 돌려주는 사소한 기억의 파편들. 기억에 비추어 서로 연결된 것이 없다면 그것은 지나치는 평범한 배경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소중한 시간을 사진으로 기록하듯 오늘도 나는 그림을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