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싸기
이제 오늘이다. 드디어 제주도 한 달 살기 출발 날이다. 그저께는 여행을 가기 전 중요한 것 중에 하나, 짐 싸는 날이었다.
먼저 집 안 구석에 고이 모셔 두었던 캐리어 2개를 꺼내 들었다. 대형 캐리어 1개, 소형 캐리어 1개이다. 캐리어의 닫아두었던 지퍼를 열어 쫙 펼쳤다. 그 동안 숨을 쉬지 못해 힘들었었지? 캐리어 안을 걸레로 한 번 닦아 주고 말렸다.
다음은 무슨 짐을 쌀지 정하는 일이었다. 내 옷, 아내 옷, 아이들 옷, 먹는 약, 상비약, 음식류 등을 이면지에 쭉 적어보니 대충 무엇 무엇을 싸야할지 감이 왔다. 우선 내 옷을 옷 방에서 가져와 펼쳐 놓았다. 제주도는 육지보다 따뜻할 것 같아 간절기용 옷도 몇 벌 준비를 해야 했다.
잠바, 윗옷, 바지, 양말, 속옷 등 내 옷만 봐도 많아 보였다. 캐리어에 다 들어가지 않을 것 같아 방에 있는 다른 큰 가방을 하나 꺼내어 차곡차곡 옷을 넣었다. 아이들 옷은 아내가 아이들 방에서 꺼내 넣었다. 아무래도 두 명이라서 그런지 부피는 작았지만 큰 캐리어 하나가 아이들 옷으로 가득 찼다.
다음은 음식이었다. 거의 한 달 동안 집을 비워야 하기 때문에 냉장고 내에 상할 염려가 있는 음식은 모두 비우거나 가져가야 했다. 지난 1주일 동안 열심히 냉장고 안의 음식과 과일을 먹었지만 아직 상당히 많은 양이 남아 있었다.
음식을 그냥 쌀 수 없어서 아이스박스 2개를 준비했다. 미리 사놓지 못해 근처 대형마트로 가 15리터짜리 스테인리스 아이스박스 1개를 샀다. 내부를 열어보니 생각 외로 용량이 작았다. 어쩔 수 없이 처남에게 SOS신호를 보내 23리터짜리 아이스박스 1개를 빌려 왔다.
어제 아침, 미리 얼음을 2개의 아이스박스에 넣어 안을 차갑게 유지시켰다. 아침 9시 40경 모르는 전화번호로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제주 굿 서비스입니다. 차를 가지러 가려고 하는데 언제가 편하실까요?”
“아, 언제 오실 수 있으세요?”
“지금 출발하면 40분 뒤에 도착할 수 있어요”
“아 그럼 그 때 보시죠”
바로 탁송서비스업체의 전화였다. 남자 기사분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자 기사분이셨다.
40분이 남았다. 부랴부랴 아이스박스를 열어 냉장고에 있는 음식을 담기 시작했다. 미리 장모님이 보내주신 아침 대용 쑥떡, 김치, 과일, 야채 등을 나누어 넣었다. 마지막으로 아이스팩을 넣고 있었다.
“아빠, 똥 매려”
“그래 어서 화장실로 가자”
“아빠, 나도 똥 매려”
“뭐? 사랑이는 안방 화장실로 들어가자”
갑자기 아이들이 동시에 배 속에서 신호가 왔다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아내는 머리를 하러 미용실에 간 상태, 서둘러 아이스박스의 내용물을 정리했다.
아이들 뒤처리를 한 뒤 탁송 업체의 기사님께 전화를 드리니 거의 다 도착을 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금방 나갔다가 온다고 얘기하고 양손에 아이스박스를 들은 채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아이스박스를 안전하게 차에 실어 놓았다. 기사님을 만나 차키를 건넸다. 시흥까지 차를 몰고 가 캐리어에 싣고 목포까지 이동 후 제주도에 배편으로 이동을 한다고 한다. 차가 떠나는 모습을 보니 이제 큰 문제를 해결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렁크는 물론 뒷좌석까지 빽빽이 짐을 싸 보냈는데 생각해보니 내일 제주공항에 도착해 뒷좌석에는 아이들을 태워야 했다.
‘앗, 어떡하지? 뭐 트렁크에 약간 여분 공간이 있으니 되겠지 뭐’
이럴 때만 무한 긍정론자다.
이제 비행기 출발까지 약 7시간 전이다. 감사하게도 아버지가 김포공항까지 태워주신다고 한다. 공항까지는 20분 거리이니 2시간 20분 전에 출발 예정이다.
하루 하루 여행을 기록할 생각이다. 매일 글을 쓰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일상을 기록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기억이 잘 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에게 평생 기억을 남을 긴 여행이 이제 시작된다. 앞으로 이런 여행을 또 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 지금 이 순간을 보고, 느끼고, 맛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