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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공 Feb 14. 2022

제주 한 달 살기 첫째 날

3년 만 제주도

안녕, 우리는 이 나라를 이제 떠나는 구나”

“하하하, 사랑아 우리가 가는 곳도 우리나라야, 제주도”

짐을 싸서 집을 나가면서 첫째 사랑이는 우리나라를 떠난다며 웃음을 주었다. 드디어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하러 떠나는 날이었다. 아침 8시에 일어나 챙겼는데도 집을 떠나기 직전인 10시 45분까지 쉴 새 없이 집을 정리하고 또 정리했다. 아무래도 단기 여행이 아니라 장기 여행인지라 여기저기 확인해야 될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어서 타라”

“할아버지”

마침 아버지가 쉬시는 날이라 공항까지 태워주시기로 하셨다. 덕분에 편안히 짐을 싣고 공항까지 갈 수 있었다.

김포 공항에 내리자 코로나가 무색하게 많은 사람들이 공항 내에 있었다. 우리도 그렇지만 놀러가는 사람들이 정말 많음을 느꼈다. 오히려 코로나 때문에 해외여행보다는 국내 여행, 그 중에서도 제주도로 여행을 가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았다.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 20분경, 비행기 탑승 시간은 오후 1시 20분이었다. 먼저 키오스크에서 모바일 셀프체크인을 했다. 예약하고자 하는 항공사인 티웨이를 누르고 항공사 예약번호를 누르니 탑승권 4장이 주르르 나왔다.

이제 남는 시간에 뭐를 할까 고민을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제주도에 도착하면 점심시간을 넘길 것 같았다. 3층에 있는 ‘SKY31 푸드에비뉴 김포공항점’으로 갔다. 여러 음식점들이 모여 있었는데 아이들이 돈가스를 먹고 싶어 해 일식집으로 들어가 점심을 먹었다.

든든히 배를 채운 뒤 2층으로 내려가자 이미 사람들이 줄서서 탑승 수속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을 먹는다고 했지만 늦을 것 같아 제주도에 가서 먹자고 했다. 다행히 수속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우리가 타야하는 비행기 게이트는 2번, 거의 맨 끝에 있었다. 왜 항상 내가 타는 비행기는 끝까지 걸어가야 하는 걸까? 저가항공기라서 그럴까? 한참을 무빙워크를 이용해서 가니 오후 1시 10분, 아슬아슬하게 도착했다.

버스를 타고 비행기로 이동했다. 버스에 내려 비행기로 올라가니 승무원들이 반갑게 우리를 맞이해 주셨다. 아이들 뿐 아니라 우리 부부도 오랜만에 비행기를 타니 기분이 묘했다. 아내와 아이들이 한 줄로 같이 타고, 나는 옆쪽에 혼자 앉았다. 공항 활주로 사정으로 우리 비행기는 약 10여분 정도 늦게 출발을 했다.

“와, 하늘을 난다”

“와, 구름이다”

“와, 구름 밑에 집이네, 근데 작게 보이네”

둘째 행복이는 연신 감탄을 연발하며 웃음을 유발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바깥 세상이 신기했나보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가만히 있어서인지 자꾸 눈꺼풀이 감겼다.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며 짧은 잠을 청했다.

“이제 곧 제주공항에 도착합니다. 승객 여러분들께서는 비행기가 멈출 때까지 좌석에서 일어나지 말고 안전벨트를 매 주시기 바랍니다.”

금세 1시간이 지났다. 드디어 제주도에 도착이다. 우리가 탄 자리가 앞쪽이라서 비행기에서 빨리 나올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탁송 업체 기사입니다. 3층 4번 게이트로 올라오시면서 전화주시면 됩니다.”

우리 차를 가지고 기사님이 오셨다. 차 안에는 한 달 동안의 짐이 가득 차 있었다. 겨우 아이들이 탈 공간을 마련해 짐을 정리해서 아이들을 태웠다. 차 이상 유무를 확인 후 기사님께 인사를 드리고 출발했다.

“와, 3년 만이네”

“아 3년이나 됐어?”

우리 가족이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온 게 2019년도, 3년 만에 비행기도 타고 제주도도 오게 되었다. 그 동안 뭐가 그리 바빴을까? 물론 다른 곳을 여행하기도 했고 코로나도 있었지만 그래도 한 번 오는 게 큰 무리는 아니었는데.

차를 몰고 제주공항을 나와 우리 숙소로 향하는 길, 아이들은 신이 나서 떠들다가 하나 둘 잠에 빠졌다. 아무래도 오랜만의 여행에 힘이 들었나보다. 숙소로 가는 길에 보이는 바다와 길가에 보이는 야자나무를 보자 비로소 제주도에 온 게 실감이 났다.

40분 만에 도착한 숙소,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 2006번지 ‘에스톤 하우스’였다. 배정된 동은 107동, 바로 바다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협재 해변을 걸어서 5분 만에 갈 수 있는 거리였다. 관리자분께 연락해서 받은 비밀번호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우리가 살게 될 곳은 2층 단독주택, 8개의 동이 모여 있는 타운하우스였다. 아이들은 신나서 집 곳곳을 탐험하기 시작했다. 1층에는 안방, 거실, 주방, 화장실이 있었고, 계단을 올라 2층으로 올라가자 방 2개, 미니 주방, 화장실이 있었다. 청소를 해서 창문을 열어놔서인지 집 안이 썰렁했다.

사장님께 난방 사용법에 대해 물어보니 1층과 2층 각각 조절기가 있고 한 층만 켜도 온수는 나온다고 하셨다. 단, 지금 가스비가 작년 대비 30프로 정도 올라 참고를 하라고 하셨다. 제주도는 가뜩이나 도시가스가 공급되는 곳이 없다고 들어 가스비가 비싸다고 들었지만 거기서 30프로나 더 올랐다니, 공과금 걱정이 살짝 되었다.

짐을 대충 풀어놓고 보니 오후 5시, 배가 고파 미리 검색해 둔 흑돼지 맛집 ‘협재더꽃돈’으로 이동했다. 숙소에서 차로 1분 거리였다. 1층에는 자리가 다 차있어 2층으로 안내받았다. 두툼한 흑돼지 1근과 김치찌개를 시켜 배불리 먹었다. 직원들이 고기를 다 구워져 편히 먹을 수 있었다. 소문대로 돼지고기의 두툼한 육질이 입에서 살살 씹혔다. 아내는 음악 소리가 너무 시끄러웠다고는 했지만 음식 맛은 좋았다.

밥을 먹고 바로 앞에 있는 협재 해변으로 잠시 가서 구경을 했다. 비도 오고 날씨가 은근 쌀쌀해 잠시 동안만 보고 바로 차로 이동을 했다. 차를 타고 근처 하나로 마트로 갔다. 장기간 살아야 하기 때문에 필요한 음식과 물건들을 대량으로 구매했다. 쌀, 아이들 세제, 라면, 각종 요리 재료 등을 한 보따리 산 뒤 차에 실었다.

다행히 하나로 마트와 숙소 거리는 5분, 숙소에 도착해 사온 물건을 정리했다. 아이들이 2층에서 자고 싶다고 해 미리 난방을 돌려놓았더니 2층은 따뜻했다. TV를 보면서 간식을 먹으니 어느 덧 11시가 다 됐다. 2층 침대방 바닥에 이불을 하나 더 깔고 4명이서 같이 누웠다. 바닥은 따뜻했지만 공기가 찼다. 옆에 있는 행복이를 안았다.

제주도 한 달 살기 첫째 날이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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