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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공 Feb 15. 2022

제주도 한 달 살기 2일차

(점보 빌리지와 협재 해변)

  

제주도의 첫 날 밤이 지났다. 아이들이 2층에서 잔다고 하여 2층 침대 방바닥에 이불을 하나 더 깔고 잤다. 새벽 5시, 조용히 잠든 가족들의 숨소리를 뒤로 하고 살금살금 1층으로 내려왔다. 새벽시간, 특히 제주도에서의 새벽 시간은 묘했다.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물론 소중하지만 나만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도 소중하기 때문이다.     


‘짹짹짹’

아침 7시 쯤, 새들이 지저귀기 시작했다. 새들도 잠에서 깨어 활동을 시간하는 시간인가 보다. 8시경 아이들이 잠에서 깨어 2층에서 내려왔다. 아이들은 간단히 짜장밥과 계란후라이로 아침을 주고, 아내와 나는 집에서 가져온 쑥떡과 계란 후라이로 아침을 먹었다.    

  

아침을 먹고 청소기로 집을 한 번 밀었다. 내륙이던 섬이던 집은 청소를 해줘야 한다. 예외는 없다. 1층과 2층을 청소기를 들고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게 쉽지 않았다. 계단을 올라다니니 다리 운동은 저절로 될 듯싶다.      

아이들과 집을 나서면서 나는 차를 천천히 몰기로 했고 아이들은 퀵보드를 타고 타운하우스 입구까지 가기로 했다. 해가 쨍쨍해 천천히 걷기에 좋은 날씨였다. 엄마와 함께 퀵보드를 타는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저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어제 가기로 했던 곳은 코끼리 공연 및 먹이 체험장인 ‘점보 빌리지’였다. 숙소에서 멀지 않았다. 평일이라 그런지 도로에는 차도 거의 없었다. 뒤쫓아 오는 차도 없고 앞서 가는 차도 없었다. 아무도 우리 근처에 없었다.      

“와 귤나무다”

“그러네”

길가에 서있는 귤나무도 보고, 야자나무도 보았다. 돌담도 보고 목장에 있는 말들도 지나갔다.     

 

점보 빌리지에 도착한 시간은 낮 12쯤 이었다. 공연 시간은 1시 30분, 시간이 남아 근처 맛집을 검색해서 찾아간 곳은 ‘거멍국수’라는 가게였다. 고기국수를 파는 곳으로 백종원의 3대 천왕에 나온 곳이었다. 자리에 앉으니 저 멀리 천방산이 금세 눈으로 파고 들어올 듯이 우뚝 솟아 있었다. 전망이 좋은 곳에서 노란 면발의 고기 국수를 먹으니 꿀맛이었다.      


1시 반에 시작한 코끼리 공연, 넓은 공연장에 코끼리 6마리가 조련사와 함께 나타났다. 큰 코끼리가 조련사의 조련에 따라 다리를 들어 올리고 볼링, 농구 등 묘기를 부렸다. 첫째 사랑이는 체험에 포함된 바나나를 코끼리에게 주었으나 둘째 행복이는 무서워서 코끼리에 다가가지도 못했다. 코끼리들의 묘기가 신기하기도 했지만 저렇게까지 하려고 얼마나 조련을 당했을까 하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50분 간의 공연이 끝나고 유명한 ‘새별오름’에 올라가려고 했다. 예전에도 가봤던 새별오름, 도착하니 바람이 쌩쌩 불어왔다. 아내는 부츠를 신고 있었고 행복이는 차에서 잠이 들어 있었다. 사랑이와 함께 올라가려다 사랑이가 그냥 집으로 간다고 하여 차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숙소로 돌아와 커피와 요플레, 삶은 계란으로 에너지 보충을 한 뒤 걸어서 10분 거리인 협재 해변으로 향했다. 이미 해가 질 시간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나와 파도를 즐기고 있었다. 해변에 도착하자마자 본 바다, 푸르고 넘실대는 파도에 우리는 신이 나 만세를 불렀다. 숙소 가까이에 바다가 있으니 언제든 나와서 보기로 했다. 아이들은 모래를 손으로 만지며 놀았지만 센 바닷바람에 감기가 걸릴 것 같았다. 사진을 찍고 얼른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갑자기 근처 치킨 집이 보였다. 아내가 치킨이 먹고 싶다고 하여 후라이드 치킨 1마리를 포장해서 집으로 들어갔다. 치킨과 함께 아내가 만든 어묵탕으로 배를 채웠다. 이렇게 둘째 날이 지나갔다.      

짧은 여행이 아닌 긴 여행이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제주를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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