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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공 Oct 09. 2022

서평 <스물 넷 나는 한 번 죽은 적이 있다>


작가 소개: 하수연


13살에 중학교를 자퇴하고 15살에 대학교에 입학했다. 18살,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재생불량성 빈혈’이라는 희귀난치병에 걸렸다. 그리고 24살, 6년간의 투병 끝에 운 좋게 완치자가 되었다.



어렵게 되찾은 삶이었으나 지독한 박탈감과 번아웃에 시달렸다. 무너진 삶을 처음부터 다시 세워야 했다. 하지만 절망에 빠져 있기보다 새롭게 시작할 기회라고 생각했다. 고군분투하는 와중에도 빛나는 순간들을 발견하며, 첫 번째 삶보다 훨씬 단단하고 튼튼한 두 번째 삶을 꾸려나가는 중이다.



<본문 중>



잠과 밥을 줄여가며 목표만 바라보고 살다가 요절할 뻔한 나는, 이제 ‘열심’은 됐고 삶을 ‘진심’으로 살고 싶은 마음뿐이다. 나를 갈아가며 살고 싶지 않다. 더 이상의 아픔은 사절이고 삶의 낱낱들, 좋은 것과 소중한 것을 보듬으면서 천천히 내 속도대로 가고 싶다.



이게 가장 큰 행복이 아니어도 좋다. 어쨌거나 내 삶은 누군가의 선의 덕분에 가까스로 연장되지 않았나. 가족들과 웃으며 밥을 먹고 올해 걸었던 벚꽃길을 내년에 다시 걷는 게 목표였던 나는, 이제 ‘열심’과 작별한다.



기분이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을 때, 사는 게 적당히 재미있고 적당히 재미없을 때, 앞날이 기대되지 않지만 딱히 절망스럽지도 때, 살아있는 김에 유서를 쓴다.


유서를 쓰는 일은 죽음을 바라보고 살겠다는 게 아니다. 삶을 포기하는 게 아니며, 나를 팽개치고 대충 살겠다는 말도 아니다. 오히려 삶을 바라보겠다는 의지다.



내일이나 오늘 당장이라도 내가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죽음을 인식하고 자각해야만 삶을 바라볼 수 있다. 죽음이 없다면 삶도 없고, 삶이 없다면 죽음도 없다.



나는 무용하지 않은 무용의 기쁨과 행복을 죽을 때까지 누리고 싶다. 세상이 낭비라고 일축해 버리는 것들을 죄책감 없이 즐기고, 순간순간을 거리낌 없이 향유할 것이다. 그게 정말 시간 낭비, 돈 낭비, 기운 낭비일 수도 있다. 하지만 파울로 코엘료의 말대로 내가 웃는다면, 그건 낭비가 아니다.



죽음이 마지막 탈출구로 보일 때가 있다. 살아있다는 이유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 사실 정말로 무서운 것은 죽음 그 자체가 아니다. 죽기 전까지 겪어야 할 공포나 두려움, 고통 같은 것이다. 



골수 이식은 이 상황에서 빠져나갈 유일한 방법이었다. 모두가 아직은 할 때가 아니라던 골수 이식을 감행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숨 막히는 하늘 아래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자신 이외에 다른 것들은 낙원이 될 수 없다. 혼자 일어설 용기는 반쪽을 찾아다니는 일을 관둘 때 생긴다. 그리고 내 구원자는 나 자신이라는 걸 깨닫는다. 그 때 우리는 비로소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지 않고, 요정 할머니를 찾지 않으며, 지니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사소한 걸 애써서 사랑하고,


익숙해서 보이지 않는 걸 애써서 찾아야 한다.


삶의 낱낱들은 결코 하찮지 않다.



내 생애 마지막 벚꽃이라고 생각했던 


그 벚꽃은 너무 아름다웠다.


종종 내가 아름다운 걸 얼마나 많이 놓치고 살아왔는지 생각해 본다.



죽음 가까이 살아온 시간이 너무 길었던 탓일까


도대체 인간은 왜 태어나서 왜 살아야 하는지 고민했다.



생명체가 살아가려는 의지를 가지는 건


그저 생명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대단한 이유는 없다.






<나의 생각>


작가님은 이미 평범하지 않은 인생을 살았다. 13살에 중학교를 자퇴, 15살에 대학교 입학, 18살에 난치병을 앓고, 6년 만에 완치라니. 남들은 평범하게 대학교를 나와 연애를 하고 취직을 해서 일을 할 때 이미 인생을 다 살았다. 아니 죽음 가까이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그래서 지금 삶에서 사소한 행복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열심은 싫고 진심으로 살려고 한다. 유서를 쓰고 세 달에 한 번 업데이트를 하면서 삶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나도 유서를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불교에서도 말하지만 생사는 호흡지간에 있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지 못하면 바로 죽음이다. 이렇게 가까운 게 바로 죽음이다. 



나와 띠동갑인 작가님의 글이지만 나보다 인생 선배인 듯 싶다. 어제도 사소한 일로 아내와 다투고 아이들을 혼냈다. 삶의 아름다움을 놓치고 소중한 시간을 버렸다. 오늘은, 지금 이 순간은 정말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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