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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공 Oct 08. 2022

하기 잘했네

대장내시경을 받기 위해 내시경실로 들어갔다. 이미 옷을 갈아입고 간호사가 말하는 침대에 옆으로 누웠다. 

"자 숨이 가빠질 수 있어서 산소 좀 줄거에요"

간호사가 코에 산소호습기를 끼워준다. 꼭 영화에 나오는 장면과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어머 어머"

엉덩이를 땔 수 있는 일회용 바지를 입고 있었다. 간호사가 엉덩이 천을 들추더니 팬티를 안벗었다고 했다.

'이런'

아까 옷을 갈아 입을 때 다 벗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팬티를 입고 일회용 바지를 입은 것이었다.

간호사가 준 일회용 비닐 장갑에 팬티를 넣고 수술복 상의에 넣어두었다.

조금 후 여자 의사 선생님이 오셨다. 뭐라고 설명을 하셨는데 아마 맥박은 좀 빨리 뛰나 심전도가 괜찮아 그대로 진행할 거라고 하셨다. 그리고 왼 팔뚝에 꽂아놓은 주사바늘로 뭔가 시원한 게  들어가는 듯 하더니 기억을 잃었다. 수면제를 넣어 잠이 든 것이다.

"끝났습니다."

잠에서 깨어 일어나보니 의사 선생님은 보이지 않았다. 간호사가 나에게 대장에 용종이 있어 제거를 했다며 종이를 주고 일어나 보라고 했다. 그렇게 어지럽지는 않았다. 내시경 시술 전 용종이 발견되면 영양제를 맞겠다고 서명을 했었다. 바로 회복실로 가서 영양제를 맞는 듯 했다.

저 앞에서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바로 아내였다.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온 것이다. 아내의 부축을 받으며 회복실로 들어가 누웠다. 영양제를 맞기 위해서였다. 

"괜찮아?"

"응, 속도 괜찮아"

용종을 제거했다고 하는데 몸에 전혀 이상은 없었다. 아내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였다.

약 40분 뒤 영양제 수액을 다 맞고나서 의사선생님을 만났다. 내 위와 대장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을 해주었다. 대장에 작은 용종 2개가 있어 떼어냈고 암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조직검사를 하는데 1주일이 걸리며 주의사항을 말해주었다.

"오늘 하루는 금식을 해야 합니다."

제일 절망적인 말이었다. 며칠 동안 제대로 먹지 못해 뭘 먹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루를 또 굶어야 하다니. 물과 이온음료, 주스 정도만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내는 혼자서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없다며 김밥을 샀고 나는 포카리스웨트를 샀다. 집에 가자마자 물을 먹고 음료를 마셨다. 그리고 아내는 라면을 끓여 먹었다. 바로 앞에서 먹는 것을 볼 수 없었다. 쇼파에 누워서 책을 들었다.

"어제만 해도 10년 뒤에 할 거라고 글 썼는데"

"뭐? 하하, 그래도 하기 잘했지, 용종 발견했자나"

"그러게"

앞으로 1주일 간은 식단을 조절해야 한다. 그래도, 대장 내시경 하기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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