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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공 Oct 07. 2022

10년 뒤에 할 걸


"아, 10년 뒤에 할 걸"

"뭐? 아니야, 그래도 건강 생각하면 지금 하는 게 낫지!"


꿀꺽 꿀꺽, 물을 들이켰다. 그냥 물이 아니었다.

약간 포카리스웨트 같은 맛이었다.

바로 대장내시경 장 정결제인 크린뷰올산을 섞은 물이었다.


2022년 10월 7일 10시로 대장 내시경과 위 내시경 예약을 했다.

아직 만40이 되지 않아 위 내시경의 나라에게 주는 혜택은 못 받았다.

주위 친구들은 모두 내시경 검사를 몇 번 째 하고 있었다. 그래서 갑작스럽게

내시경 예약을 하게 되었다. 물론 비수면은 무서워서 수면으로 선택했다.


3일 전부터 식단 조절을 시작했다. 먹고 싶은 것을 못 먹는 것은 상당한 고역이었다.

지금까지 자연스럽게 먹던 야채와 과일 뿐 아니라 술 또한 당연히 못 먹었다.

덕분에 몸이 조금씩 건강한 느낌이었지만 힘이 점점 빠지는 느낌도 들었다.

식단 조절 마지막 날인 어제는 흰 죽과 바나나, 카스테라로 배를 채웠다. 원래는 흰 죽만 먹으라고 했지만 바나나와 카스테라도 조금은 먹어도 된다고 했다. 그렇게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살짝 배를 채웠다.


저녁에 퇴근한 뒤 아내와 아이들은 카레를 먹었다. 평소에는 그냥 카레라고 생각했겠지만 향긋한 카레향이 유달리 코를 찔러왔다.

"아 맛있겠다"


크린뷰올산을 섞은 물을 500미리 먹고, 다시 통에 500미리 물을 채워 다 마셨다. 천천히 먹으라고 했는데 급하게 먹어서 속이 울렁거렸다.

장 정결제를 다 복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밑에서 신호가 왔다.

바로 화장실로 달려갔다.

"아빠는 이제부터 없는 사람이야"

"헤헤, 아빠는 설사쟁이"

그렇게 4~5번을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리고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오늘 새벽 4시 45분에 깨서 다시 약을 먹는 중이다.

다행히 전날 병원에서 전화가 와 10시 검사 시간을 8시 30분으로 당길 수 있냐고 물었다.

공복과 설사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어서 바로 시간을 변경했다.

이제 3시간도 안 남았다.

부디 아무 이상 없이 몸이 괜찮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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