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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공 Mar 13. 2023

꼬마야 꼬마야


"아빠, 꼬마야 하러 가자"


"그래, 근데 비가 그쳐야 하는데"


첫째 사랑이가 줄넘기 넘기 "꼬마야 꼬마야"에 푹 빠져버렸다. 그저께 친구와 함께 줄넘기 넘기를 하더니 끝까지 해보겠다고 난리도 아니었다.



오전 10시부터 밖에 나가겠다고 했지만 비가 오는 바람에 나가지 못하였다.


그리고 오후 3시, 일기 예보보다 1시간 일찍 비가 그쳤다. 아이의 성화에 못이겨 우리 가족은 모두 집을 나섰다. 



놀이터에는 아무도 없었다. 처음에는 아내와 내가 각각 줄넘기 끝을 잡고 돌려 주기 시작했다.


"꼬마야 꼬마야, 뒤를 돌아라, 꼬마야 꼬마야, 땅을 짚어라. 꼬마야 꼬마야 만세를 불러라, 꼬마야 꼬마야 잘 가거라"


아이는 잘 하다가 땅을 짚어라와 잘 거거라에서 자꾸 막혔다. 



결국 아내와 둘째 행복이는 어느 새 집으로 들어가고 보이지 않았다. 전화를 해 봤더니 오줌이 마렵다고 해서 집으로 갔다고 했다. 비가 그쳐서인지 바람이 너무 찼다. 아이는 날씨에 굴하지 않았다.



끝까지 해내겠다는 마음이 얼굴이 씌여 있었다. 줄넘기 2개를 묶어 놀이터 그네 기둥에 한 쪽을 묶어서 돌렸다. 수십 번을 그렇게 반복하고, 결국 잘 가거라를 성공했다. 


"됐다"


아이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아이의 얼굴에는 자랑스러움이 넘쳐 흘렀다. 



첫째 사랑이는 정말 지고는 못산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건 꼭 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렇게 저녁에도 아이는 엄마가 하다 만 뜨개질을 해보겠다고 하더니 울고 말았다.


"사랑아? 제발 천천히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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