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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공 Jan 26. 2024

중고 나라로 삶을 선물받다


       




중고나라 하면 일반적으로 무슨 생각이 떠오르나요?


저는 우선 네이버 중고나라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네이버 중고나라보다 요새는 당근마켓이 더 생각이 납니다.



이 책의 제목은 '중고나라 선녀님'입니다.


책에서는 정확히 어떤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주인공인 '선여휘'여사가 중고 거래를 하는지는 나와 있지 않죠.



선여휘 여사는 한남동 대저택에 살고 있습니다. 최고급 롤스로이드 팬텀 안에서 개인 운전기사와 요리사, 비서들을 거느리고 있는 '일성그룹'의 대주주이기도 하지요.



남들이 보기에는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그녀에게는 아픔이 있습니다. 바로 아들 '부용재', 대학교 입학 선물로 사준 '페라리'차를 몰고 나가던 날, 음주 운전 차량에 치여 식물인간이 되고 만 것입니다.



그리고, 선여휘 여사는 어느 날 '중고 거래'를 시작하게 됩니다. 중고 거래를 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여러 사연을 듣고, 느끼고, 감동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면서 그 감동을 병원에 입원해 있는 아들에게 들려주며 또 하나의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롤스로이트 팬텀을 모는 기사는 차실장에서 백기사로 바뀌게 됩니다. 백휘황, 그 또한 선여휘 여사의 중고 거래 상대방에서 우연히, 아니 필연적으로 선여휘 여사의 운전 기사가 되지만, 원래의 꿈은 화가였고 그 꿈을 선여휘 여사를 통해 이어가게 됩니다.



이 책의 모든 줄거리를 이야기하면 안 됩니다. 마치 영화의 결말을 미리 얘기하는 것과 같다고 할까요?



이제 이 책에서 의미 있게 보았던 문구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중고 마켓을 알기 전까지, 그녀는 매일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내키는 대로 쇼핑을 했다. 그러나 이따금 죽고 싶었다. 그녀에게는 2조 원대의 주식과 6조 원대의 국내외 부동산, 4조 원대의 현금이 있었지만 그래도 한 번씩 사는 게 부질없었다. 그런데 중고마켓을 알고부터, 세상은 드넓고 인생은 소중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억지로 웃지 않아도 웃음이 났고, 용재의 일을 떠올릴지라도 우울하지만은 않았다.



아들이 없을지 모르는 미래보다 아들이 이뤄낸 하루하루의 기적에 집중하는 것, 그것은 중고 마켓에서 배운 삶의 한 태도였다. 새 명품 가방을 사지 못해 우울해하기보다는 소유 가능한 중고 가방을 구입해 즐기는 것, 그것은 중고 시장 사람들이 보여준 행복의 한 방식이었다.





<작가의 말>



이 험한 세상에서, 무엇이 우리를 견디게 해주는 것일까요?



모든 날 모든 순간이 행복한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러나 운이 좋게도 한동안 행복한 상황에 놓이는 사람은 있지요. 그러나 보면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때로는 그 여유가 흘러넘쳐 아무런 목적 없이도 타인의 마음을 도닥여줍니다. 살다 보면, 때로는 그렇게 도움을 받고 때로는 다른 이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는 것이지요.



이 책을 쓰면서 우리 모두가 '중고 인간'이 되어간다고 생각했습니다. 중고 물건을 거래하는 마켓에서는 누군가에게 필요 없어진 물건, 처치 곤란인 물건도 다른 이에게 쓰임을 받지요. 



저는 이 소설을 구상하면서 중고 거래를 시작했어요. 이제 두 돌을 넘긴 딸아이 물건을 주로 내놓고, 또 구입해 보았지요. 



여러 가지 모양으로 생긴 마음을 만나며, 저 자신의 마음도 여러 가지 색으로 변하는 것을 느꼈어요. 이제는 딸에게 작아진 신발을 빨며, 그 신발을 신어줄 아기가 내내 건강하기를 바랐습니다.





저 또한 당근마켓을 종종 이용합니다. 당근마켓에서 햄스터 케이지, 자전거, 아이들 중고 서적 등을 구매했고, 또 판매한 적도 있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지만, 이 책을 낸 허태연 작가님처럼 생각하지는 못했습니다. 작가는 특별한 게 아니라 평범함 속에서 특별함을 찾아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슴 따스한 책을 써주셔서 감사하며, 앞으로 중고 거래를 할 때 물건에 어떤 사연이 있는지,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지, 또 내가 어떤 마음으로 물건을 팔지 생각해볼 것 같습니다. 



더불어 중고나라 보다는 알게 모르게 당근마켓이 더 끌리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바로 만남, 요새는 비대면도 많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물건을 보고 사람을 보기 때문에 만남을 통해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것이 장점이지요.



앞으로 저도 중고나라 선녀님처럼 거래하는 상대방이 기뻐하는 거래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 책의 마지막을 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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