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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한 여름 밤의 꿈(4)
by
허공
Jan 18. 2026
정신없이 수색을 하는 도중, 순신은 바닷가 벤치 위에 놓여 있던 구두를 발견했다.
'이 구두는?"
검정 구두, 남자 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았다. 버리고 간 것이라기에는 낡지 않았다.
벤치가 있는 곳의 밑을 손전등으로 비쳐보았다. 방금 전까지 수색한 곳이 아니다.
바로 몸이 움직였다.
'탁, 탁, 탁'
바다를 향해 손전등을 비추었다. 저 멀리 사람이 보였다.
아니, 저 멀리 사람이, 아니 여인이 바다에서 헤엄치는 게 보였다.
이 시간에 바다 속에 있을 사람은 오직 한 명 뿐이었다.
"나오세요, 들어가면 안 되요!"
"찾았습니다, 여기 사람 있어요!"
순신의 말이 들리지 않는지 여인은 계속 저 먼 곳으로 헤엄쳐갔다. 마치 바다에 몸을 맡긴 듯 했다.
내 삶이 어떻게 흘러가도 상관없다는 듯 파도에 따라 이리 저리 몸이 움직였다.
순신의 목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몰려왔다.
박경장도 왔고, 소방 대원들도 왔다. 하지만 모두 급하게 내려 왔는지 아무도 구조 장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기다리셔야 해요, 아무 장비도 없이 들어가면 위험합니다."
옆에 있던 소방 팀장이 말했다.
순신은 여인을 쳐다보았다. 잠시 전까지만해도 시야에 보였던 여인이 점점 멀어져갔다.
장비를 갖춘 구조대를 기다리는 게 맞았다. 아니면 순찰차나 소방차에서 튜브나 구명조끼를 가지고 와서 직접 뛰어드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여인이 더 위험해진다면?
순신은 차고 있던 조끼를 벗었다.
"박경장, 부탁해"
"네?"
순신은 순식 간에 바다로 뛰어들었다.
"김경위님!"
수심이 깊지는 않았다. 하지만 칠흙 같이 어두운 바다, 삼킬 듯이 다가오는 파도에 누구나 선뜻 바다로 뛰어들 엄두를 낼 수 없었다.
순신은 잘 하지 못하는 수영으로 여인이 있는 곳까지 헤엄쳤다. 그리고 여인의 목을 감아 나오기 시작했다.
여인은 아무 힘도 없는 듯 순신에게 몸을 맡겼다.
10분이 1시간 같았다. 순신은 힘에 부치는 듯 몇 번이나 파도에 휩쓸려 물을 먹었지만 여인을 놓치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해변가까지 여인을 끌고 나왔다.
"괜찮으세요?"
박경장과 다른 소방 대원들이 여인을 해변가 바위까지 들어 옮겼다.
'켁, 켁'
다행히 여인은 숨을 쉬고 있었다. 얼굴을 창백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순신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쓰러지듯 주저 앉았다.
온 몸이 젖어 있었다. 무거운 솜을 먹은 듯 옷이 천근, 만근이었다.
순신은 여인을 바라보았다.
'헉'
바로 꿈 속에 나타났던 여인이었다.
왜 그 여인 꿈에 나타났던걸까? 자신을 구해달라고 나타났던걸까?
꿈 속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에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순신이 바로 생명을 구했다는 것.
파도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잠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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