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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순이 Feb 14. 2024

연애 1 _ 외모

봄 글쓰기모임 숙제1 재업로드

1


주변 사람들로부터 남자친구와 닮았다는 이야기를 더러 듣는다. 사람들이 사회생활 차원에서 뭐라도 말을 갖다 붙이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고 싶어서 괜히 하는 소리일 수도 있겠지만, 이게 한 사람에게서만 들은 말이 아니고 여러 사람들에게 반복적으로 들은 말이다 보니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진짜 서로 닮은 모양이다. 남자친구와 함께 거울을 들여다보거나 함께 찍어놓은 사진들을 보면 확실히 우리 눈에도 서로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커플들을 봐도 어딘가 묘하게 외모가 닮아있다. 생김새도 그렇지만 분위기가 닮았다는 말이 더 적합한 표현이겠다. 그림체가 비슷해 보인달까.


사람들에게 남자친구와 내가 서로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또 그 이야기에 공감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다른 커플들은 어떤가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거리의 커플들을 관찰해 봤다. 확실히 닮았고 잘 어울리며 커플이라는 느낌이 분명히 있다. SNS에서 커플들이 찍어 올린 사진과 글들을 구경했다. 역시나 닮았다. 특히 어떤 유부녀가 자신의 SNS에 자신과 남편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신기하게도 둘이 닮았다. 남매 같은 사람끼리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산다." 라며 자화자찬을 하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애초에 닮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끌려서 만나는 건지 만나서 함께 생활을 공유하다 보니 서로 닮아가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외모라는 건 어느 정도 타고난 부분도 있겠지만 식습관, 생활습관, 건강상태 따위로 인해 달라지기도 하니까, 함께 비슷한 일상을 공유하다 보면 비슷한 외모로 변해서 결국에는 서로 닮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뭐가 어찌 됐든 커플들은 그렇게 비슷한 느낌을 풍긴다.


사실 완전히 다르게 생긴 커플들도 있지만, 어딘가 잘 어울린다. 예를 들어 같은 단지에 살아서 종종 마주치는 이웃 부부의 경우, 여자는 하얗고 깡마르고 남자는 까무잡잡하고 덩치가 크고 푸근한 인상이다. 뭐가 어떻게 잘 어울리는지 논리적으로 설명은 못 하겠는데 뭔가 잘 어울린다. 이렇게 적고 보니 답을 정해놓고 너무 막 갖다 붙인 것 같지만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는 서로 닮았다는 것이다.


나는 남자친구의 외모가 마음에 든다. 나는 내가 마음에 들어 하는 남자친구와 닮았다. 그럼 남자친구를 닮은 내 외모도 내 마음에 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가만 보니 내 외모도 그럭저럭 마음에 든다. 나는 남자친구를 만나기 전까지는 오랫동안 내 외모를 싫어했다. 그런데 그토록 싫어하는 나를 닮은 사람을 좋아하게 됐다니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사실 나는 애초에 내 외모가 내 취향에 가까웠고 어느 정도 자기애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해서 내가 나를 싫어한다고 착각하며 자기혐오에 빠져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내게는 이제 내 외모를, 즉 나 자신을 좋아해야 할 의무가 있다. 내가 나를 좋아한다는 건 나를 닮은 내 남자친구를 좋아하는 것과 같은 의미고, 나를 좋아해 주는 내 남자친구의 마음을 믿고 존중하는 것과 같은 의미일 테니까. 남자친구가 나를 좋아해 준 덕분에 나도 나를 좋아할 수 있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나를 좋아해 주는 남자친구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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