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나순이 Jun 16. 2024

결혼

여름 글쓰기클럽 숙제2

공백포함 글자수 4,507 (byte 수 7,712 byte)

공백제외 글자수 3,328 (byte 수 6,533 byte)


결혼이란 남녀가 정식으로 부부 관계를 맺는 일을 일컫는다. 이 사회에서 남녀가 정식 부부로 인정받으려면 일단 표면적으로는 결혼식, 혼인신고, 함께 살 집 마련, 양가 부모님의 허락 등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서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야 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경우 어쨌든 결혼하겠노라 최소한의 통보라도 해줘야 할 것인데, 이 절차의 경우 보통 상견례 라는 형식을 통해 진행될 것이다. 상견례란 예비 신랑 신부가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혼인 승낙을 받고 혼인 절차를 의논하기 위해 만나는 공식적인 자리를 뜻한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많으니까 두 사람의 결혼에 양가 부모님이 개입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결혼식과 혼인신고 따위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동거 만으로도 서로 부부라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도 물론 있을 것이다.


모두 존중받아야 할 다양한 삶의 양식이긴 하다마는, 뭐 어쨌거나 나와 내 남편은 사회가 오랜 기간에 거쳐서 만들어놓은 전통적이고 보편적인 기준과 상식을 따라서 부부가 되기로 했다.


나와 내 남편은 앞으로 새로운 이성을 만나서 또 다른 인생 계획을 짤 생각이 없고, 앞으로 쭉 같이 살 것이며, 두 사람의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낳아서 보편적인 가정을 꾸릴 것이다. 그 일련의 과정의 첫 시작으로 우리는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그렇게 얼마 전에 결혼을 했다.


최근 즐겨보는 다큐멘터리에서는 요즘 젊은 사람들이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함께 살고 싶은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도 결혼하지 않고 그냥 동거만 한다고 한다. 내가 동거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딱 떠오르는 느낌은 대략 다음과 같다.


편의를 따지고 책임을 회피하며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어쩐지 한 발을 빼는 것만 같다. 그러니까 관계보다는 개인에, 미래보다는 현재에 중점을 둔 선택으로 보인다.


함께 살면서 할 수 있는 이것저것을 다 하는데 굳이 결혼을 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결국 서로 법적으로 엮어서 피곤한 일을 만들고 싶지 않은게 아닐까. 사랑하지만 결혼하지 않으려는 이유를 내 나름대로 분석해봤다.


일단 상대방의 가족들과 엮이지 않고 온전히 둘 만의 관계로만 편리하게 동거 생활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다. 나와 함께 사는 사람이 그저 연인이자 동거인이기를 바라지 내가 상대방에게 어떤 책임과 의무를 가져야 하고 상대방이 내게 어떤 권리를 행사하게 만들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 것 같다.


그러니까 결국 이 모든게 다 내 인생에 불필요한 것들을 굳이 씌우지 않고 싶은 것이고, 자유롭게 살고 싶은 것이다. 이게 뭐가 좋고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어쨌든 그 결혼하지 않고 동거만 하는 방식이 딱히 내 취향은 아닌 것 같다.


여기서 말하는 결혼은 결혼식과 혼인신고 등의 형식을 말하는 것이다. 결혼식이라는 행사를 열어서 사람들을 초대하고 그 사람들에게 두 사람 관계의 영원한 결속을 증명해 보이고, 거기에 혼인신고라는 법적인 구속 또한 더한다.


그런 형식을 거치고 나면, 살면서 관계가 위태롭고 삐걱대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그 결속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떻게든 극복하고 맞춰가려고 애쓰게 되지 않을까. 결국 그런 형식이 있고 없고 가 두 사람의 관계 유지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그리고 결정적으로, 애초에 서로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이 만나서 신뢰하고 맞춰가며 살아가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그 쉽지 않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그런 형식이 불가피하지 않을까.


아무튼 저 두 가지 형식이 생각하기에 따라 하등 쓸모없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어쩐지 두 사람의 지속적인 관계 유지를 위한 상징적인 일이 될 수도 있지 않나 생각된다. 그것만으로도 그 형식의 필요성은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젊음은 오래가지 않고, 살아가는 동안 환경은 계속 변해갈 것이고, 영원할 거라 믿었던 감정은 달라지고, 모든 관계는 언젠가는 끝날 것이다. 결국 모든 관계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끝나기 마련인데, 관계를 유지해야만 하는 강제성이 부여되고 책임과 의무가 주어진다면 거기에 맞게 계속 노력하면서 살 게 될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무슨 드라마를 봤던가, 다큐멘터리를 봤던가. 결혼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아무튼 거기에 나왔던 비혼주의자 여성이 '진짜 사랑하면 결혼하지 않고도 살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요' 라고 말했다. 무슨 말인지 알 것도 같다. 진짜 서로 사랑하면 그런 형식 없이도 계속 함께 살 수 있어야 하는 건 맞는 말 같다.


세상에는 결혼하지 않고도 계속 함께 살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결혼을 해야만 그 관계에 더 강한 애착을 형성해서 안정적으로 함께 살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결혼을 안 했으면 진작에 갈라섰겠지만 헤어지지 못해서 참고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어느 쪽이 더 진짜로 사랑하는 관계일까. 당연히 결혼하지 않고도 함께 살 수 있는 사람들이려나. 아니면 결혼하지 않았으면 오래 가지 못 했을테지만 결혼으로 인해 관계가 이어지고 그렇게 살다보니 더 끈끈해진 사람들이려나. 사실 이 사람들이 결혼을 안 했으면 진작에 갈라섰을 거라는 어떻게 장담할 수 있을까.


애초에 사랑이 뭔지도 잘 모르겠다. 사랑이라는 것도 결국 생존본능과 연결되는 감정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사회에서는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게 생존에 도움이 된다. 의식주 해결에 도움이 되고 안정적인 종번식을 할 수 있으며 외로움과 고립감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결혼을 잘 했을 경우에.


서로 맞지 않은 남이 법과 제도로 강제로 묶여서 '어쩔 수 없이' 참고 맞춰가며 산다고 한들, 내 생각에는 그 인내의 끝이 마냥 나쁠 것 같지는 않다. 만약 그런 강제성 없이는 함께 할 수 없는게 인간이라면 애초에 혼자 사는게 정답인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혼자 생활하는 것 보다는 함께 생활 할 때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많다보니 어느 정도의 인내는 할 수 있지 않나 생각든다.


상대가 나의 분신이 아닌 이상,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은 분명 있다. 아니 너무 똑같은게 오히려 맞지 않으려나. 어쨌든 그 맞지 않는 일부분을 잘 조율하다보면 다른 더 큰 이익이 따를 수도 있다.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 미뤄봤을 때, 혼자 살던 예전과 함께 살 사람이 생긴 지금을 비교하자면 확실히 지금이 훨씬 낫다. 느낄 수 있는 감정의 깊이가 다르고, 설계할 수 있는 미래가 다르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끼고 있다.


생활의 질도 달라진다. 혼자 살 때 1만큼의 생활을 누리기 위해서는 온전히 1만큼의 자원을 스스로 만들어야 하지만, 함께 1만큼의 생활을 누리기 위해서는 각자 0.5씩만 준비하면 된다.


혼자 보다는 함께 하는게 분명 생활 안정에 효율적이다. 물론 상대가 마이너스인 경우에는 내가 희생해야하는 문제가 발생하겠지만,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마이너스지만 그걸 내가 채움으로써 또 다른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그 희생도 기꺼이 할만하다고 본다.


이익이니 마이너스니 하는 이야기를 하다보니, 내가 괜히 인간관계에 손익계산만 하는 속물처럼 느껴지는데, 여기서 말하는 이익은 단순히 물질적이거나 실체가 있는 것을 떠나서, 추상적인 것도 해당된다. 가령 이 사람과 함께 함으로써 내가 살아갈 이유를 얻는다거나, 더이상 외롭지 않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를 다 따져보고 아무리 계산해봐도 손해라고 생각된다면, 굳이 관계를 이어나가고자 애쓸 필요는 없겠다. 어쨌든 다들 이것저것 따져보고 최종적으로 결혼을 선택하는 것이겠지.


경우에 따라 판단이 잘못될 수도 있고, 원치 않는 비극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원하는대로 흘러간다면야 어쨌든 결혼을 하는게, 결혼을 하지 않았을 때보다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경우의 수를 다 따지자면 사실상 할 수 있는 일이 없긴 하다.


아무튼 이 이익들이 혼자 살기 보다는 누군가와 같이 살면서 얻게 되는 것이라고 했을 때, 굳이 결혼식이나 혼인신고와 같은 형식 없이 단순히 동거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앞서 했던 말을 거듭 강조하자면, 지속적인 관계 유지에는 확실히 형식을 갖추는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게, 결혼을 직접 경험해본 내 입장이다.


물론 아직 결혼을 하고 얼마 지나지도 않은 사람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 논리가 빈약하고 신뢰도가 떨어지겠지만, 어쨌든 나는 결혼의 장점을 보고 결혼을 선택한 사람인지라 현재까지는 결혼에 긍정적일 수 밖에 없고 이렇게 밖에 말할 수 없다.


기성세대 부모님들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자녀가 결혼을 하기를 바라고 있다. 비록 다른 세대를 살아온 사람들이라 그 사람들의 가치관이 현세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정답이 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아본 부모들이 왜 그렇게 자녀들이 결혼하기를 바라는지 그 이유를 직접 경험으로 알아봐도 좋을 것 같다.


아무튼 그렇게 나와 내 남편은 얼마 전에 결혼을 했다. 서론이 길었는데 지금부터 내가 본격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물론 결혼에 관해서겠지만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적자면, 우리가 이 결혼을 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결혼식 준비과정을 거치고 얼마의 비용을 발생시키며 이 일을 성사시켰는지에 관한 구구절절한 이야기이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해 보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취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