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무슨 드라마를 봤던가, 다큐멘터리를 봤던가. 아무튼 결혼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거기에 나왔던 비혼주의자 여성이 '진짜 사랑하면 결혼하지 않고도 살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요' 라고 말했다. 무슨 말인지 알 것도 같다. 진짜 서로 사랑하면 그런 형식 없이도 계속 함께 살 수 있어야 하는 건 맞는 말 같다.
세상에는 결혼하지 않고도 계속 함께 살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결혼을 해야만 그 관계에 더 강한 애착을 형성해서 안정적으로 함께 살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결혼을 안 했으면 진작에 갈라섰겠지만 헤어지지 못해서 참고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어느 쪽이 더 진짜로 사랑하는 관계일까. 당연히 결혼하지 않고도 함께 살 수 있는 사람들이려나. 아니면 결혼하지 않았으면 오래가지 못했을 테지만 결혼으로 인해 관계가 이어지고 그렇게 살다 보니 더 끈끈해진 사람들이려나. 사실 이 사람들이 결혼을 안 했으면 진작에 갈라섰을 거라는 어떻게 장담할 수 있을까.
애초에 사랑이 뭔지도 잘 모르겠다. 사랑이라는 것도 결국 생존본능과 연결되는 감정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사회에서는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게 생존에 도움이 된다. 의식주 해결에 도움이 되고 안정적인 종번식을 할 수 있으며 외로움과 고립감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결혼을 잘했을 경우에.
서로 맞지 않은 남이 법과 제도로 강제로 묶여서 '어쩔 수 없이' 참고 맞춰가며 산다고 한들, 내 생각에는 그 인내의 끝이 마냥 나쁠 것 같지는 않다. 만약 그런 강제성 없이는 함께 할 수 없는 게 인간이라면 애초에 혼자 사는 게 정답인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혼자 생활하는 것보다는 함께 생활할 때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많다 보니 어느 정도의 인내는 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