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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결혼 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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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순이 Jul 17. 2024

비혼 할뻔하다가

결혼식을 한 건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 혼자 살던 나는 결혼 생각이 전혀 없었고, 앞으로도 계속 혼자 살겠거니 생각했다. 그때는 뭐랄까, '할 수 있으면 하고 싶다' 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그냥 왠지 나는 결혼을 못 할 것만 같았고, 한편으로는 여러 가지 복잡한 일을 생각하자니 안 하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이대로 쭉 혼자 살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결혼을 원하는 남자를 만나고 나니 가치관이 달라졌다. 가치관은 주로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다. 그러니까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어 하며, 할 수 없는 것을 하고 싶지 않다고 믿고 사는 것이다. 그동안 결혼 가능성이 있는 만남을 딱히 해온 적이 없으니 결혼을 생각할 기회가 없었다. 그러니까 결국 나의 그 '결혼 생각이 없어요' 의 속 뜻은 '결혼을 할 수 있어도 딱히 하고 싶지 않아요' 가 아니라 '결혼할 사람이 없으니까 굳이 생각할 일도 없어요' 가 되겠다.


그래도 남편과 만나는 동안에도 결혼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여전히 조금씩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특히 나는 혼인신고는 법적인 보호와 안정감을 준다는 부분에서 긍정적이었으나 결혼식에 만큼은 부정적이었는데, 굳이 돈 들여가며 식을 왜 올리는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직접 결혼하기 전까지만 해도 결혼식이 허례허식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허례허식이 되지 않기 위해 의미를 담아서, 실속 있게, 잘하면 됐다. 축의금 들어오는 것을 생각하면, 금전적으로 따져봤을 때 결코 손해가 아니라는 게 남편의 의견이었고, 막상 결혼해 보니 실제로 그랬다. 그리고 내성적이고 사람들 앞에 나서기 꺼려하는 성격 탓에 사람들의 시선과 이목이 집중되는 그런 결혼식의 주인공이 되는 게 너무 무서웠다. 하지만 용기 내서 해보니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었다. 결혼식은 기껏 해봐야 3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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