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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순이 Aug 05. 2024

2024년 8월 5일 월요일

요즘 꿈자리가 뒤숭숭하다. 몸도 불편하고 여러가지로 걱정이 많은 모양이다. 그래도 꾸는 내내 기분이 불쾌했지만,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 꿈도 있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이런 미신적인 방향으로 생각하는 것도 재밌다. 일단 더러운 꿈이었고, 이 꿈을 꾼 날 로또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꿈을 로또꿈이라고 명칭하겠다. 사실 집에 이미 당첨된 로또가 2장 있었다. 둘 다 5천원에 당첨되었다. 나는 당첨운 따위가 별로 따르지 않는다. 살면서 처음으로 당첨돼본거다. 바꾸러 가는게 귀찮아서 한참을 방치하고 있다가, 이번에 로또꿈을 꾼 김에 바꾸러 가기로 했다. 주말에 창원에 다녀왔는데 복권방이 보이길래 그곳에서 바꿨다. 토요일날 바꿔서 짧은 시간 내에 당첨 결과를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진짜로 당첨이 되어버렸다. 이번에는 심지어 5천원짜리 로또 1장으로 5천원짜리 2장에 당첨돼버렸다. 재밌는 일이다. 바꾸러 가자니 또 귀찮다. 이것도 잘 모셔뒀다가 로또꿈을 꾸는 날에 바꾸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말에 창원에 다녀온 것에 대한 일기를 썼다. 그동안 여행도 종종 하고 이런저런 에피소드가 많았는데 따로 정리를 해두지 않았다. 사진첩에 사진이 가득 있는데, 그냥 묵혀두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확실히 이번 글은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런가 글이 길다. 내가 써놓은 글이 기록해둘만한 가치있는 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건 시간이 흐른 후 판단하면 된다. 일단 지금은 그런 식으로 구구절절 쓰고 싶은 모양이다. 시간이 지나면 아무래도 쓸 내용이 증발한다. 블로그라도 다시 하던가 해야겠다. 나중에 내 아이가 내가 남긴 글과 사진들을 볼 수도 있겠구나 싶다. 아이에게 많은걸 남겨주고 싶다. 자녀의 입장에서 부모의 과거 일기를 보는 기분은 어떨까. 일단 경험해보지 않아서 상상이 잘 되지 않지만, 어쨌든 나는 내 아이의 뿌리니까, 자신의 뿌리에 대해서 관심이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그 전에 서로 친해야 관심이 가겠지.


기록을 습관화해두고 싶다. 그동안 써둔 글들이 많은데, 다시 읽어보면 부끄럽기도 하고 자세하게 설명하기 힘든 내용들이 많다. 일단 나부터도 이해가 잘 안 되기 때문이다. 삭제를 하는게 맞을까, 과거는 과거려니 그대로 남겨두는게 맞을까, 잠깐 고민해본 결과, 후자를 선택하기로 한다. 이런 식이라면 남아나는 글이 없겠다. 살면서 변해가는 나를 기록하는 것도 나름 재밌는 일 같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일상을 보내야한다. 어차피 내가 쓰는 글이라는게 내 생각과 내 일상을 기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좋은' 이라는게 도대체 뭘까. 어떤 생각을 할 때, 어떤 생활을 할 때, 내가 좋은 기분을 느끼는지, 내 감각에 집중해봐야겠다.


아침으로 오메기떡과 복숭아를 먹었다. 간식으로 냉동실에 얼려두었던 당근케이크를 한 조각 꺼내서 커피와 함께 먹었다. 점심은 뭘 먹을까 하다가 쿠팡이츠로 순대국밥을 시켜먹었다. 쿠팡회원으로 100원이 할인되어 8,900원이 결제됐다. 배달료는 없다. 돈을 더 받는 것도 아니고, 왔다 갔다 하는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 매장에 직접 가서 먹는 것 보다 훨씬 좋은 것 같다. 일회용 용기 쓰레기가 나온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긴 하지만. 저녁 때는 김치찌개를 끓여먹을거라서 이따가 잠시 정육점에 다녀올건데, 그때 대충 씻어서 챙겨나가서 버려야겠다. 지금 창 밖을 보니 햇빛이 과하게 쨍쨍한 것이 도저히 나가고 싶지가 않다. 여섯시쯤 나가도 늦지 않을 것 같다. 물론 그때도 해가 지지 않겠지만 적어도 지금보다는 낫겠다.


다대기를 조금 풀어넣으니 간이 딱 맞아서 소금간은 굳이 안 해도 되겠다. 딸려온 밑반찬으로는 고추된장무침과 깍두기가 있는데 전자는 손이 안 가고 후자는 맛이 별로다. 국밥 먹을 때 필수적으로 넣어 먹는 새우젓은 어째서인지 없다. 이 식당에서 원래 안 쓰는건지 배달 시에는 안 챙겨주는건지 모르겠다. 어쨌든 국밥 자체는 맛있어서 든든하게 잘 먹었다. 한동안 배달음식을 잘 안 시켜먹었는데, 한번 먹다보니 너무 편리해서 자주 시켜먹고 싶어진다. 너무 의존하지는 말아야겠다.


국밥을 먹으니 땀이 나서 몸이 눅눅해졌다. 일어나서 여태 씻지도 않았는데 슬슬 샤워를 해야겠다. 주말동안 안 하고 미뤄둔 설거지와 빨래를 해야한다. 청소기도 좀 밀어야겠다. 날이 덥다보니 행동반경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집 안에서만 하더라도 침실 안에만 머물게 된다. 에어컨을 켤 수 있기 때문이다. 거실에서 에어컨을 틀기에는 전력 낭비가 너무 심하다. 심지어 국밥도 침실에서 작은 테이블에 올려두고 먹었다. 방 안에만 있을 때는 모르겠는데 잠시 나갔다오면 방 안에서 음식 냄새가 난다. 남편이 다른건 아껴도 에어컨 트는건 아끼지 말라고 했다. 확실히 덥게 지낼 때 건강 상태가 많이 나빴던 것 같다. 특히 6월에는 에어컨을 거의 틀지 않고 지냈는데 사실 그때도 체감상 지금만큼 더웠고, 하루에 샤워를 다섯번은 하고 옷도 수시로 갈아입었다. 낮에는 계속 기운이 없고 무기력해서 낮잠도 많이 잤다. 지금 돌이켜보면 전기를 아끼는 대신 수도비와 시간을 낭비한 셈이다. 지금은 그때만큼 낮에 잠이 오지는 않는다. 어쨌든 누진세 구간만 넘기지 않으면 된다.


월요일은 스케쥴이 없다. 화요일과 수요일은 도서관에 가고 목요일은 병원에 간다. 금요일도 스케쥴이 없고, 주말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아무 것도 안 하고 이 시기를 보내도 되는걸까. 뭔가를 해야만 할 것 같다. 뭔가를 놓치고 있는 것 같다. 어학공부는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다. 책도 잘 안 읽힌다. 책을 읽긴 읽어야한다. 며칠 전에 가고 싶은 곳에 대해서 쭉 정리해봤는데, 정리하면서 어쩐지 시들해져버렸다. 날씨가 덥고, 몸이 불편하고, 왠지 돈 쓰기가 아깝고, 귀찮고, 이런 이유로 당장 못 가는거지, 시간이 없어서 못 가는 건 아니다. 리스트를 다시 들여다보니 가고 싶은 마음이 다시 스멀스멀 생기는 것 같기도 하고. 게으름 좀 그만 부리고 할 일 좀 해야겠다. 일단 좀 씻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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