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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순이 Dec 10. 2024

신경질 오만상, 수면교육 그거 도대체 어떻게 하는건데

간만에 일기를 쓴다. 아기를 낳고 기른 지 벌써 3개월이 다 되어간다. 아기가 태어난 지 88일이 됐다. 아기는 목도 어느 정도 가눌 줄 알고, 옹알이도 굉장히 많이 한다. 이러다가 조만간 엄마 소리를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지금도 엄마 발음 비슷한 소리를 하기는 하지만, 뭘 알고 하는 소리 같지는 않다. 갓난아기 때는 잉잉거리거나 우는 것 밖에 할 줄 몰랐는데 지금은 뜻 없는 소리를 내면서 신경질을 엄청나게 부리기 시작했다. 뭔가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예전에는 배가 고프면 흐에흐에 하고 울었는데 지금은 뭔가 계속 말하듯이 소리를 내면서 투정을 부린다. 가끔 비명 같은 것도 지른다. 웃음도 많아졌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눈과 입에서 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울면 눈물이 나오고, 어떤 경우인지 모르겠지만 종종 침도 흥건하게 나온다. 신생아 때는 눈물이 거의 안 나왔고, 침 또한 마찬가지였다. 나름대로 잘 자고 잘 먹고 잘 놀며 잘 성장해가고 있는 것 같다.


다만 새벽에 잠드는 시간이 조금 늦다. 빠르면 자정, 물론 흔하지는 않고, 평균 1시에서 2시 사이에 잔다. 늦어지면 3시가 되어도 안 잔다. 4시에 잔 적도 있다. 아무튼 그렇다 치고, 자기 전에는 일부로 좀 많이 먹인다. 일단 아기가 이 시간대에는 유독 많이 먹으려고도 하고, 양껏 먹어야 이윽고 잠자리에 들기 때문이다. 또 잔뜩 먹어야 아침까지 장시간 잘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이 시간에 자면 아침 7시가 넘어서 깬다. 잠든 지 서너 시간 만에 깨는 경우도 있다. 3시나 4시쯤 깼을 때 분유를 먹이면 또 금방 잠들어서 아침에 깬다. 새벽 내내 안 깨고 푹 자고 아침에 일어나주면 정말 고맙다. 아침에 분유를 먹이고 나면 머지않아 또 잠든다. 그러면 그 이후로 정오쯤 깨서 또 분유를 찾는다. 그전까지는 나도 아기와 같이 잔다. 새벽에 못 자도 오전에 잘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아기를 낳고 두 달 정도는 잠을 거의 못 잤는데 요즘은 이런 패턴이 생겨서 잠자는 시간이 늘었다.


새벽에 엄청 늦게 자고 오전 내내 자고 낮에 깨서 아기랑 놀아주거나 집안일을 하다 보면 금방 남편 퇴근 시간이다. 아기가 대변을 누면 목욕을 시켜준다. 한동안 낮에 대변을 눠서 내가 거의 매일 목욕을 시켜줬는데, 한 며칠 동안은 밤에 대변을 눠서 남편이 몇 번 씻겨줬다. 저녁에 젖병 설거지를 하고 뭐 이것저것 하다 보면 하루가 끝난다. 아기에게 밥을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는 것 외에는 하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데 하루가 정말 짧다. 남편과 함께 있으면 시간이 금방 간다. 오늘은 같이 카페에 가서 몇 시간 동안 앉아있다가 와서 늦은 저녁을 먹었더니 벌써 잠잘 시간이 됐다. 물론 내일 출근해야 하는 남편만 자고 나는 아직 못 자고 있다. 아기는 분유를 잔뜩 먹고 잠깐 잠드는가 싶더니 깨서 한참을 보채더니, 다시 분유를 먹고 겨우 잠들었다. 먹은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심지어 한 번에 200은 먹은 것 같은데, 과식하는 걸 알면서도 일단 재워야 하니까 달라는 대로 먹이고 겨우 재웠다. 먹다가 잠들어서 역방쿠 위에 눕혀놨다.


수면교육? 그거 도대체 어떻게 시키는 건데. 자꾸 안아주면 손 타서 키우기 힘들다는 말을 많이들 하던데 글쎄다. 아기가 어른 손을 타면 왜 안 되는 걸까. 어차피 때가 되면 기고 걷고 해서 결국 엄마 품을 떠나게 될 텐데. 일단 막 키울란다. 아기 태어나고 두 달 정도는 혼합수유를 했는데 이제는 아예 완분이다. 초유 먹였으면 됐다. 요즘은 분유도 잘 나온다. 티아니모빌, 아기병풍, 옆잠베개 따위 없어도 아기 잘 키운다. 내가 인간 모빌이다. 유팡소독기 없어도 된다. 냄비로 열탕 소독 부지런히 하고 있다. 그럼 나도 이제 그만 아기 따라서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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