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잠깐 지낼 때는 맥도널드에서 일을 했고, 이민을 위해 호주에 갔을 때는 가구 공장에서 일했다. 한국에서 대단히 전문적인 일을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 대기업에서 열심히 일을 하며 지냈다. 그러나, 해외에서 일한 경험은 나의 사고 방식을 싸그리 무너뜨렸다. 물론 외국인 노동자인 내가 화이트 컬러의 일을 하기는 어려워 선택했던 일이지만, 일에 대한 만족도, 급여, 활용 가능한 개인 시간 등 많은 부분이 좋았다.
직업에 귀천은 없다고 생각했었지만, 머리로만 이해했을 뿐 진실된 마음은 그렇지 않았나보다. 내가 경험을 해보니 이 말이 백번 공감된다.
27살부터 청소일을 시작한(엄밀히 따지면 청소사업 창업) 저자의 생각을 적은 6컷 만화형 에세이다. 청소일에 대한 세부적인 경험과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을 기대했는데, 220페이지 중 그런내용은 아주 조금 나온다.대부분은 청소일을 하며 저자가 느낀 감정과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저자가 청소일을 시작한 계기는 본인이 진짜 하고 싶은 그림 그리는 작업을 하기 위함이다.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저자의 노력은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림도 매우 단순하다.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인 마스다 미리의 그림 역시 썩 잘 그리는 편은 아니기에 그 부분은 논외로 하고싶다. 하지만, 마스다 미리의 작품은 읽으면서 마음속에 무언가의 울림이 있는데 반해 이 책은 그 깊이까지 느껴지지는 않는다.
선택한 일은 마냥 의미 없진 않아요.
하기 싫은 일이었지만, 결국 필요해서 선택했고 그 필요성을 충분히 채워줬잖아요.
친구들을 만나면 잘 지낸다고 말한다.
그러곤 집으로 돌아올 때 사실은 안 괜찮아 라고 생각했다. 진짜 마음은 결국 내가 달래야 하는 것.
회사에 입사하거나
자신에게 맞는 직종에 들어갔을 때 그들에겐 설명이 필요하던가? 그러나 나는 필요했다.
누군가
나에게 무엇이 되고 싶냐고 물어본 그 말들이 생각이 되고 고민이 되어 지금의 내가 원하는 무엇이 된 걸까?
남의 시선을 어떻게 이기나요?
저는 이기지 못했어요. 이겼다기보단 견뎠어요. 마음으로 이기고 싶었지만 사실 이기질 못하더라고요. 시선 때문에 포기하지 마세요.
저는 명함이 없어요.
하고싶은 일을 꿈꾸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행동으로 보여준 작가의 용기에 갈채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