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시나리오에 관심이 많은 당신에게
생업으로 광고 시나리오를 고르게 된 건 우연이었다.
마침 나는 무엇인가 쓸 때 이미지나 영상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이었고 영화도 좋아해서 촬영 기법에 대한 이해도 나름 있는 편이었다. 광고 시나리오를 쓸 때 중요한 건 어떻게 연출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 나름대로 생각할 줄 알아야 하는데(직장에서는 별로 안 중요하다고 해서 조금 상처받고 있지만), 뭐. 내가 생각한 대로 광고가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많은 사람들이 광고 시나리오 작가라는 직업과 카피라이터로서의 차이를 내게 묻는다.
내가 생각하기에 카피라이터는 제품의 기획과 의도 등을 종합해서 멋진 문장을 써 내려가는 사람이라고 생각다. 광고 시나리오 작가란 종합적으로 광고의 흐름과 맥락을 구성하고 그에 맞는 카피와 나레이션을 구성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말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먼 주니어지만 나름대로 내 이야기를 정리해 보려고 한다.
주변에 광고 시나리오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나에게 광고 시나리오 작가의 삶에 대해서 많이 묻는다. 아무래도 주변에 글을 쓰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광고 시나리오가 돈이 되는 것 같으니 업으로 삼고 싶어 은근슬쩍 물어오곤 한다.
솔직히 말하면 보드만 쓸 줄 알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보드에 적힌 것들이 합쳐져 어떻게 이미지가 될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한 전제라고 생각한다. 이걸 모르면 보드 쓰는 일이 조금 힘겨울 수 있기 때문이다. 완벽하게 연출할 필요는 없지만 어느 정도 연출점을 잡을 줄 알면 보드 쓰는 것이 쉽다, 이것이 내 의견이다.
쇼트 구성과 시간 배분은 어차피 대략 적으로 시간을 잡아 놓는 거기 때문에 많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나는 시간을 1초 정도 넉넉하게 잡아두는 편인데, 프리랜서 시절에 같이 일하던 피디님이 주신 팁이었다. 어차피 편집으로 자르면 되니까 넉넉하게 시간을 잡는 게 자기는 편하더라~ 이러셔서 1초 정도 나레이션이 들어가기 편하도록 잡아 둔다. 다른 시나리오 작가랑 같이 일해 본 적이 없어서 모두가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이게 내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포맷이다.
회사에 따라서 사용하는 포맷이 다르기도 한데 지금까지 이 포맷으로 일했다. 이 포맷을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있는데 1) 이미지를 최대한 비슷한 것으로 찾는 것이고(성별도 맞춰 달라고 요구하는 곳이 종종 있다) 2) 내용을 최대한 정확하게 쓰는 것이다.
대체로 광고주는 이미지와 내용, 자막과 멘트가 어떻게 어울리는지 모르기 때문에 이미지만 대충 보면서 자기가 원하는 컨셉인지 아닌지 파악하곤 한다. 자막과 멘트는 요즘은 컨셉이 잡혀서 오기 때문에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지만 성의는 보여야 한다.
광고 시나리오 작가는 나만의 카피를 쓰기보다는 주어진 내용을 "어떻게 하면 깔끔하게 정리할까?"와 "주어진 내용을 어떻게 구성적으로 스토리텔링 할 수 있을까?"를 중심으로 이어진 직업이라는 생각이 요즘 들어서 든다. 오로지 이미지와 내용만으로 승부해야 하기 때문에(자막과 멘트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선 전체적인 스토리와 구성이 광고주 마음에 들어야 하는 것 같다) 포토샵을 쓸 줄 안다면 좀 더 빠르게 작업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포토샵을 쓸 줄 몰라서 무료 사이트 몇 가지를 번갈아 쓰면서 누끼를 따고 불필요한 멘트나 이미지를 지우면서 사용하는 편인데. 솔직히 광고 시나리오를 쓸 때는 이렇게 해도 되지만(어차피 고화질로 인쇄할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획서를 쓸 때는 인쇄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고화질로 작업해야 해서 요즘은 포토샵에도 눈이 돌아간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우선 포맷은 이렇다.
이 포맷을 어떻게 하면 더 잘 쓸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천천히 풀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