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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계피 May 10. 2022

어제는 광고? 시나리오 5편을 썼다

그리고 대차게 까였다. 힘들다.

살인적이다. 예전에 유튜브 숏폼 콘텐츠 시나리오 일주일에 3편 쓸 수 있는지 물었던 회사가 있다. 2편은 쓸 수 있지만 3편은 어렵다는 말을 하고 그 회사를 미련 없이 떠났는데(어딘지 짐작이 간다면 가지 마세요, 연봉은 높지만...) 요즘 종종 그 회사가 생각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숏폼 콘텐츠 시나리오를 쓸 걸 그랬나? 싶다.


사실 내가 광고 시나리오에 대해서 쓰는 이유는 나의 망함을 기록하기 위해서다. 오늘은 이런 이유로 망했으니 내일은 이런 이유로 망하지 말자는 의미에서 시작했다. 그래도 브런치 심사는 통과해야 하니까 제법 아는 척을 했는데, 나름대로 아는 척이 먹혔는지 딱! 한 편으로 브런치 작가가 됐다.


 이제 브런치 작가가 됐으니까 내 마음대로 망함에 대해서 써도 되겠지.


그렇다. 이 글은 광고 시나리오 주니어 작가의 생존기이자, 광고 시나리오 주니어 작가의 망함의 기록이다. 다시는 망하지 않기 위해서 나의 실패를 기록하고 분석하려고 어쭙잖게 시도하는 글이라고나 할까. 이 망함의 기록을 보는 당신은 부디 나 같은 실수는 하지 않고 한 번에 성공하기를 바란다.




인서트를 5편을 썼다. 내가 쓴 것은 티저, 종합 인포모셜, 하우투, 니즈, 캠페인이다. 캠페인은 엄밀하게 말하면 초안이 나와 있었고 또 인서트에 포함이 안 되는 것 같은데 잘 모르겠으니, 그냥 포함시켜서 적어야지.


홈쇼핑 인서트는 처음이라서 진짜로 죽는 줄 알았다. 영상의 구조를 분석하고 그에 맞춰서 조합하는 거였다. 그러니까 제품 시연, 뷰티샷, 3D와 같은 짧은 영상들의 틀을 먼저 잡은 뒤에 티저, 종합 인포모셜을 스토리텔링 해서 만들면 되는데. 일이 한꺼번에 닥쳐서 티저는 티저대로, 종합 인포모셜은 종합 인포모셜대로 만들어야 해서 너무 힘들었다.


안 좋은 인서트의 예, 절대로 따라 하지 말 것


위의 사진이 티저 보드라고 치면 구성이 #1은 뷰티샷, #2는 티저, #3은 니즈. 이런 식으로 영상의 구성이 다 돼 있다. 이 뒤에는 하우투, 핸드폰의 내부와 특징이 잘 살아나는 3D가 들어가는 것 같다. 즉 순서를 교묘하게 맞춘 조립식 영상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 같다. 다만 영상에 순서가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은데 이것은 제품의 특징에 따라 조금씩 위치를 바뀌는 것 같다. 보통 인서트 영상은 찍어내기 때문에 홈쇼핑 회사에 다니지 않는 이상 경험할 일이 별로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왜 나는...

 

벽돌 사진은 그냥 넣어봤습니다. 재밌잖아요.


이 말인 즉, 티저나 종합 인포메이션 영상은 뷰티샷, 니즈, 하우트, 3D 등등의 영상이 먼저 나온 다음에. 그것들을 바탕으로 구성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왜 나는 이걸 역순으로 만들고 있는가? 이런 생각이 작업하는 내내 들었다. 사막에 충전기 없는 아이폰과 단 둘이 버려진 기분이 들었다. 우주에 나와 컴퓨터 단 둘만이 남은 것 같은 쓸쓸하고 외로운 기분.


이런 걸 5개 만들고 있으니까 뇌에 쥐가 날 것 같았다. 그동안 정보 나열형의 광고에 익숙해져 있는 나에게 회사는 스토리텔링을 요구했다. 뭐, 그런 요구야 할 수 있다. 그런데 생전 처음 겪는 일 앞에서, 딱 봐도 정보 나열식인 영상 앞에서 스토리텔링? 나는 인서트에 스토리텔링을 어떻게 하지? 하고 마음으로 울며 처절하게 작업하고 또 작업해야 했다.


솔직히 나는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엎어지니까 좀 속상하기도 했지만, 나는 생활적인 측면에서 자존심 세우는 일을 지양한다. 못하면 배우면 되지, 마인드가 강해서 누가 엎든 말든 별로 상처받지 않는다. 다만 듣지 않아야 하는 말을 듣게 하는 경우에는 매우 화내는데... 이 작업을 하다가 듣지 않아도 되는 말까지 들어서 매우 화가 났던 기억이 있다.




사실 이 글의 목적은 5개의 시나리오 작업을 모두 피피티로 작업하는 것이었는데. 5개를 작업할 생각을 하니까 이 글을 쓰는 일이 전혀 즐겁지 않아서... 글을 또 미루고 미루기만 해서... 그래서 그냥 적당히 1개만 올리기로 했다. 회사에서 일한 것을 올릴 수는 없으니까... 업체랑의 의리도 있고 기밀이기도 하고 또... 아무튼 그렇게 처절하게 망한 걸 올리고 싶진 않다.


참고로 오늘도 회사에서 망했다.


시나리오에 소질이 없는 것 같다.


때려치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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