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생존일지] 시즌 1 종료, 시즌2 형사재판

구약식 처분과 기소처분, 시즌1 종료 그리고 시즌2 예고

by 김계피

데스크탑이 터졌다. 꼭 중요한 일을 앞두고서 데스크탑은 터지는 것 같다. 남동생에게 말하니 내 스팩으로 5-6년 정도 사용한 것이면 이제 보내줄 때도 됐다고 한다. 2020년 1월에 산 컴퓨터가 2025년 10월에 터졌으니 감사하다고 해야 할 일일까.


요즘은 잠들기 전에 매일 물엇이든 물어보살을 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보다가보면 나만 이렇게 가족들에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돈을 빌려주고 바보 같이 이런 일을 겪은 것이 아니라는 점이 위로가 되면서도 저들은 또 지지해주는 친척이나 애인이 있어서 부럽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그래! 나도 남동생이 편을 들어주고 있으니, 그러니까 다행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본 글을 써보고자 한다.




사실 이 글을 쓰기 전까지 많이 망설였다.

무엇이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재판을 보면 가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든다. 미디어가 사건의 일부분을 보여주며 왜곡한다고 하는데 법정 다툼이라는 것도 미디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모든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상대가 일부를 확대 해석하고 극대화 하면 어째서인지 해명하고 싶어져서(별로 중요한게 아님에도) 이런 마음이 왜 드는 것인지가 궁금해진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오늘도 변호사님께 전화를 걸어 이해가 안 되는 지점을 여쭈었다. 민사 담당 변호사님은 뭐라고 해야할까. 카나리아가 변호사가 된 것 같은 분이시다. 섬세하고 촘촘한 언어로 답변서를 쓰시는데 그 언어를 보고 있으면 '내가 너무 극단적으로 화내고 있나?'라는 생각도 들고 '사람이 이렇게 우아하게 말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되게 언어적으로 좋은 분을 만난 것 같아서 의외의 곳에서 또 글쓰기에 좋은 스승을 만난 기분이다. (변호사님은 이 마음을 아실까, 내가 변호사님의 답변서를 사랑한다는 걸)


내 편을 들어주는 문장들에게 위로 받는게 아니라 이 사람이 세운 논리와 반박하는 촘촘한 언어가 상대를 존중하고 무엇보다 섬세하게, 상대에게 특별한 위해를 가하지 않으면서도 단단해서. 나는 변호사님의 언어가 참 좋다. 아무튼간에 다시 본론으로 돌아 와 이 글의 요지인 시즌2 형사 재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시즌 1이 경찰과 검찰의 조사였다고 볼 수 있는 1년이었다.


1년의 다툼 끝에 부모에게 내려진 형사적 처분은 모친은 아동학대 혐의로 구약식 처분을, 부친은 특수상해, 특수협박, 폭행, 아동학대 혐의로 형사재판에 넘어가게 됐다. 아마도 이것들을 기소라고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민사 2심에서 부모는 이것을 기소가 아니라고 우기고 있어서 나는 좀 정신이 아득하다. 이게 기소가 아니면 뭔데, 싶어서.


아동학대에 대한 혐의는 사실 나에 대한 부분이 아니기도 하다. 내 남동생에 대한 처벌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형사처벌이 그러하듯이 동종전과가 없는 경우 가정폭력은 형이 잘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본 사건은 당장 발생한 것 외에도 근래 10년의 과거를 담고 있는 사건이다. 그럼에도 모친이 구약식 처분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아마도(공소장이 아직이라 봐야지 알겠지만) 내가 동생에 대해서 증언한 부분들-즉 내 폭력에 대한 기억들이 동생과 내게 선명하게 남아 있어서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부친도 마찬가지다. 내가 그것들을 기억하고 기록해 두고 찍어두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 라는 희미한 기분은 좀 이상하다. 살아도 좋다는 허락, 같은 거창한 느낌은 아니고 그냥 '아, 너 거기 있었어?'라는 발견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내가 여기에 있었는데 이제라도 발견해 주어서 좋은 기분이다.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라 되게 특이하고 묘한 기분이다. 범죄피해자 지원어쩌고도 지원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현재 C-PTSD를 중심으로 재활이 필요한 나는 사회생활이 어려운 상황이라 생활금 지원 등을 받을 수도 있겠구나, 하고 공소장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상담센터에서 상담 받는 것도 지원이 나오면 좋겠다. 검찰에서 지정해 준 곳에서 받으라고 하는 데 거기서 받는 것은 싫다. 나는 좀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잘 받아서 상담사도 되게 싫어하는 데...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상담사에게 진료를 받지 않으면 3회기도 가지 않고 종료해버리기 때문이다. 아마도 검찰은 이런 내 마음을 모르겠지.


아무튼간에 이렇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이 써 주신 진정서와 탄원서가 저와 동생이 여기에 있음을 발견하게 해 주었습니다. 모친의 혐의 중 일부에 대해서는 다시 진정을 넣을 것이기 때문에 변호사님을 만나거나 유선상으로 회의를 해야 할거 같지만. 아무튼 여기까지 왔다는 것에 대해서 나랑 동생이 너무 기특하다. 특히 어린 나이에도 이 악물고 하나하나 증거 다 수집하는 방법을 배워오며 "이렇게까지 해야 나라가 알아준다고?!"라며 매번 감탄사인지 욕인지를 뱉어낸 동생이 웃기고 기특하다. 든든해.




모쪼록 혼자 아프지 않기로 했으니.

조금 더 다정한 삶을 살면서 버티자.

그러면 될거야, 하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