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사유의 필요
2026년 1월 29일부터 1월 31일까지 제가 겪은 일이 이 브런치북을 시작하게 했습니다. 3일간 저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1월 29일 목요일
수요일 저녁에 tvN 채널에서 <유 퀴즈 온 더 블럭> 프로그램을 합니다. 제가 딱히 챙겨보는 프로그램은 아니라 저는 본방송을 보지 않았고 누가 나왔는지도 몰랐어요.
목요일 저녁에 딱히 할 게 없어서 채널 숫자를 올렸다 내렸다 방황하던 중 그 프로그램을 재방송하는 걸 발견했어요. 윤혜정이라는 국어 선생님이 나오셨더라고요. 초중고 교육과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는 제 입장에서는 잘 모르는 분이었습니다. 국어 선생님이라 그런가 이야기도 재밌게 하셔서 어느새 빠져들어 보고 있었습니다. 국어를 잘하려면 생각을 해야 한다는 말씀도 인상적이었어요.
그런데 마지막에 이 분이 하신 말씀을 듣고 굉장히 감명받았어요. 아래 그 부분만 편집한 숏츠 영상을 링크했으니 잠시 같이 보시죠.
https://youtube.com/shorts/HoYmIQ_Wiho?si=-PAno9ZxUYvqf9ZY
요즘 아이들 심심할 시간, 생각해 볼 시간이 없다.
이게 우리나라 전체 상황이고, 비효율적이다.
흥미와 적성을 발견할 기회를 줘야 한다.
뭐가 옳은지 다 같이 고민했으면 좋겠다.
와, 정말 감동적이다. 저렇게 아이들을 생각하는 분이라니.
이 날은 이러고 넘어갔습니다.
1월 30일 금요일
그 주에 시간 날 때마다 어떤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제 나름의 편견을 갖고 읽기 시작했어요. '이 작가, 너무 지나친 긍정 인간 아니야?' 하면서 말이죠. 책 내용은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작가에 대한 삐딱한 시선은 거두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날 저녁 책을 다 읽고 덮으며 탄식했습니다. "내가 오해했구나, 내 편견이 깨졌어!"
마지막 장에서 제가 이 책과 작가에 대해 품었던 편견이 와장창 깨진 경험을 하고 말았거든요.
이 책에 대한 감상을 제 독서 노트에 정리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생각했기 때문에 편견을 가진 거고, 생각했기 때문에 편견이라는 걸 알게 된 거 아닐까? 그냥 남들이 좋다 해서 읽고, 아무 생각 없이 이 책 내용을 받아들이기만 했다면 이런 충격을 받았을까?'
1월 31일 토요일
주말이니 외식을 하기로 했습니다. 점심을 먹으며 유퀴즈 이야기와 전날 읽은 책 이야기를 했습니다. 책 이야기를 했을 땐 이런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너는 네가 편견을 갖고 있다는 걸 자각했고 그걸 깨뜨렸네."
그 말을 듣고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전에 SNS에서 본 건데 문학 작품을 읽은 사람들은 '이 인물이 왜 이런 행동을 할까?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이런 상상을 하기 때문에 비판적 사고를 많이 하는 편인데, 비문학을 주로 읽은 사람들은 대개 정보를 얻으려고 읽다 보니 그 책 내용을 그냥 받아들여 흡수하고 비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 그래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어떤 책을 읽어도 좀 꼬아서 보는 경향이 생겼는데 그렇게 봤음에도 '와 이건 인정이다' 싶은 건 받아들이려고 해."
그런데 말입니다. 다들 그런 경험 있지 않으신가요? 별 관련 없는 줄 알았던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뭔가 파지직! 하면서 영감이 떠오르는 그런 경험 말이죠. 실은 제가 그 상황이 되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그 국어 선생님,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라고 했어. 심심할 시간, 생각할 시간이 없다는 거. 그런데...'
책을 읽으면 생각할 수 있잖아?
집에 돌아가서 제 독서 노트를 뒤졌습니다. 그리고 분류를 시작했습니다. 이 브런치북의 시작입니다.
문명은 발전하며 인간을 자유롭게 하겠다는데 왠지 우리네 삶은 더 팍팍하고 힘든 것 같죠. 실제로 많은 것들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거나 간편하게 해 주었습니다. 나무를 베서 불을 붙일 필요가 없이 가스나 전기로 열을 낼 수 있고, 빨래는 세탁기가 해주고, 로봇청소기는 원하는 시간에 알아서 청소할 수 있습니다. 영아사망률은 매우 줄었고 인간의 평균 수명은 늘어났어요. 노화 속도도 좀 더뎌진 것 같습니다. 근데 왜 더 바쁘고 시간이 없는 것 같을까요? 우린 자유로워진 게 맞을까요?
자유 [自由]: 남에게 구속을 받거나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뜻에 따라 행동하는 것 (출처 링크)
하루 중 위 사전적 의미처럼 자기 뜻에 따라 행동하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요? 별로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앞서 얘기한 유퀴즈에 출연한 선생님 말씀처럼 모든 스케줄이 꽉 차있어서 멍 때릴 시간조차 없는 경우가 꽤 많죠. 혹은 시간이 있다 해도 저 사전적 의미에서 말하는 '자기 뜻'의 범주에 '생각' 및 '사유'가 없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공부든 회사일이든 정신적으로 너무 지쳐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거죠.
생각이나 사유가 꼭 필요할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사유의 필요는 이렇습니다.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내가 가는 길이 주체적으로 가는 것인지 남이 시킨 대로 가는 것인지를 알고,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를 대비하고, 현재를 잘 살기 위한 것이라고요. 그리고 그렇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책을 읽습니다. 생각하고 사유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제 경우는 책 읽기였거든요. 또한 그런 이유로 저는 주변에 책을 권합니다.
아, 근데 수면이 부족할 정도면 생각이고 사유고 나발이고 간에 잠부터 주무셔야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어떤 책을 읽더라도 생각하고 사유할 수 있습니다. 도저히 별점을 매길 수도 없을만치 엉망인 책을 읽더라도 가능하죠. 예를 들면 “이런 책이 어떻게 출판사의 문턱을 넘었을까?”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읽은 책 중에도 그런 책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읽은 모든 책을 이야기하는 건 지나친 거 같고요. 이 브런치북에서는 '제 인생이나 가치관에 영향을 준 책' 위주로 선정하려고 합니다. 현재 계획상으로는 총 스무 권의 책이 등장할 듯합니다.
특정 책을 언급하므로 소개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의 의도는 특정 책을 추천하거나 그 책을 비평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씀드립니다. 그 책으로 인해 어떤 생각을 하게 됐고, 그게 제 인생이나 가치관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위주로 이야기하려 합니다. 자연히 제 개인 사상이 많이 드러날 거고, 일부 독자 입장에서는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매주 목요일에 새 글이 올라올 예정이며, 현재로서는 휴재 계획은 없습니다. 혹시 그런 상황이 생기면 브런치북 소개에 업데이트하겠습니다.
또한 다음 화부터는 멤버십 전용으로 발행합니다. 사실 '책으로 사유할 수 있다'가 핵심 주제이기 때문에 이 글만 읽혀도 괜찮습니다. 다음 화부터는 사실 타겟 독자가 바로 저 자신이긴 합니다. '내가 그 책을 읽으며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깨달음을 얻었더라'하는 걸 기록하고 되새기는 여정이기 때문이지요. 여정에 함께 하신다면 너무도 감사하겠지만 제목을 통해 지켜만 보셔도 괜찮습니다.
그저 이 글을 보셨다면 어떤 책이라도 꼭 읽으시기를, 그거 하나만 청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