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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키미 Oct 31. 2019

에디팅은 곧 크리에이티브와 같은 레벨이다

브런치와 매거진 B는 왜 '에디터'에 주목하는가 - 브런치토크 전문 下

제6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브런치는 '이 시대의 에디터가 함께 만드는 당신의 책'이라는 카피를 내걸었다. 10인의 에디터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나섰다. 브런치와 매거진 《B》가 콜라보로 내놓은 두 번째 결과물은 바로 그 10인의 에디터 인터뷰집 《Things What You Read》.


이번 글은 '에디터'에서 '북 에디터'로 주제를 좁혀 본다. 필연적으로 그들과 협업하는(하게 될) 작가의 태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브런치북 7회 도전자에게 전하는 조언으로 가득찼던 자리, 카카오 크리에이터스데이에서의 토크를 글로 옮겼다.




카카오 크리에이터스데이 브런치토크 (c) Kakao Impact


브런치와 매거진 <B>는 왜 '에디터'에 주목하는가 

카카오 크리에이터스데이 브런치토크, 2019. 10. 26.

모더레이터:
김혜민 (카카오브런치 마케터 / 프로젝트 기획)

패널:
손현 (매거진 B 에디터 / 『잡스 - 에디터』, 《Things What You Read》 편집)
김진호 (카카오브런치 기획・제휴 담당 / 《잡스 - 에디터: 브런치북 에디션》 편집)




10인의 에디터에게 묻다


김혜민

브런치북 6회에 참여한 10인의 에디터는 지난 3월 10편의 대상 작품을 선정했습니다. 그리고 10편의 작품은 올 가을 10권의 책으로 출간됐습니다. 출간 시기에 맞춰 매거진 B에서는 10인의 에디터를 인터뷰한 내용으로 《Things What You Read》라는 소책자를 제작했어요. 『잡스 - 에디터』와 《잡스 - 에디터: 브런치북 에디션》이 에디팅이라는 행위, 에디터십을 통해서 영감을 주는 콘텐츠였다면, 이 인터뷰집에는 좋은 글을 쓰고 싶은 브런치 작가에게 전하는 직접적인 조언이 담겼습니다.


이 책도 손현 님이 편집을 담당하셨는데요. 책의 구성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손현

크게 세 파트로 구성돼 있어요. 첫 번째는 브런치북 6회 심사를 하면서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작품을 선정했는지, 작가와의 협업 과정은 어땠는지, 그리고 7회에 응모할 작가들을 위해 심사위원 입장에서 무얼 주로 보는지 등을 인터뷰를 통해 언급하고 있어요. 두 번째는 출판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 브런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브런치의 영향력이 날로 커져가는 시점에, 경쟁상대가 아니라 시장을 함께 키우는 파트너로서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었어요. 마지막으로는 커리어적인 측면을 물어봤어요. 에디터 열 분 모두 훌륭한 분들인데 자신이 작업한 책을 홍보하느라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될 일이 많지 않거든요. 이 기회를 빌어서 조금이라도 더 소개되길 바랐습니다.


《Things What You Read》 (c) Magazine B


김혜민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저는 브런치팀에서 에디터 분들이 대상작을 선정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는데요. 흥미로운 케이스가 있었어요. 김민섭 에디터가 대상작으로 고른 라디안 작가님의 구독자 수가 당시 2명이었다는 거예요. 라디안 작가님은 브런치북 최초 미성년 수상자가 됐죠. <고등학생 A의 기록>이라는 당선작이 『삼파장 형광등 아래서』라는 책으로 출간됐습니다.


브런치에서는 사람도 열심히 글을 보고, 기계도 열심히 글을 봅니다. 그런데 AI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좋은 것 중에서 더 좋은 것을 고르는' 에디터의 안목은 영원히 따라갈 수 없는 성질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김진호 님은 매거진 에디터로 오랜 경력이 있으시죠. 브런치에서는 북 에디터의 일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일을 경험을 하게 되셨어요. 매거진 에디터와 북 에디터. 에디터라는 직업은 같지만 왠지 다른 성격의 일이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어떤 차이점을 느끼셨나요?


김진호

일단 매거진 에디터는 자기 잘난 맛에 삽니다. (웃음) 그게 진짜 잘 나서가 아니라, 그렇게 믿어야만 독자를 설득할 수 있어요. 내가 대중보다 앞선다는 오만함이 없으면 자신감을 갖기 힘들거든요. 그런데 제가 《잡스 - 에디터: 브런치북 에디션》을 편집하는 동안 북 에디터와 유사한 일을 하면서 느낀 건, 북 에디터는 기본적으로 대중을 먼저 고려하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한 것 같아요. '이 글을 모으면 이런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겠다', 아니면 반대로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니까 이런 글을 모아봐야지'라는 식으로 일을 해 나가는 것 같더라고요.


요약하면, 매거진 에디터는 잘난 취향을 대중에게 일방적으로 제안하는 쪽. 북 에디터는 대중의 의중을 먼저 간파한 다음에 특정 메시지를 설정해서 전달하는 쪽에 가깝지 않나 생각합니다.


김혜민

듣다 보니, 손현 님이 『잡스 - 에디터』를 기획할 때 고민하셨던 맥락과도 닿는 것 같아요. 안에서의 기획을 밖으로 내보내는 것과 밖을 통해 분석한 기획을 안으로 가져오는 것에 대해서 오래 고민하셨잖아요.


손현

여전히 고민이긴 해요. 콘텐츠를 제작하는 많은 분들이 소비자나 독자가 무얼 원할지 고민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기획을 하잖아요. 그렇게 '소비자 우선주의'가 있는가 하면, 매거진 B는 반대편에 있는 잡지예요.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 하는 잡지죠. 근데 저는 두 가지 접근법 모두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내가 좋아하는 걸로 기획 방향을 확고히 하면 세일즈 하는 데에 훨씬 수월하긴 한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거니까, 내 생각이 맞는 건지 틀린 건지 걱정할 필요가 없거든요.


김혜민

손현 님은 브런치북 2회 수상자이기도 하죠. 저자로서 출간을 하면서 북 에디터와 협업해 보기도 했고, 본인은 매거진 에디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보신 북 에디터와 매거진 에디터의 일은 어떤 차이점이 있었나요?


손현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매거진 에디터는 본인이 더 나서서 주인공 역할을 하고, 북 에디터는 주인공이 아니죠. 저자를 위해 조력자 역할을 하거나 프로듀싱을 하는 역할이에요. 매거진 에디터는 자신의 이름이 드러나고 크레딧을 중시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까 좋게 말하면 스타가 될 가능성이 높아요. 나쁘게 말하면 자의식 과잉인 사람도 많은 거 같아요. 반면에 제가 경험한 다수의 단행본 편집자, 북 에디터들은 지나치게 겸손한 분이 많았어요. 잘하는 일에 대해서 '굳이 알려야 되나' 하는 분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잡스 - 에디터』 초반 라인업을 짤 때 단행본 편집자를 찾는 데에 애를 먹기도 했어요. 그나마 SNS를 열심히 하는 분만 눈에 띄는 수준이었거든요.


김혜민

이 책에서, 열 명의 에디터에게 공통의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한 방식이 재밌었는데요. 같은 질문에 모두 비슷한 답이 나올 때가 있어요. 그런 답은 꼭 출판업계의 동향처럼 읽히기도 했습니다. 두 분에게 인상적이었던 공통의 답은 무엇이었나요?


《Things What You Read》 (c) Magazine B


김진호

조금 전에 말씀드렸던, "북 에디터는 대중의 의중을 간파한 다음에 특정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말을 뒷받침하는 문장들을 발견했어요. 권미경 에디터는 "모두가 불안한 시대가 인간을 보듬어줄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고요, 김은경 에디터는 본인을 출판 주변인이라고 설정하고 "가장자리에서만 보이는 뭔가가 있을 거 같다"라고 말씀해 주셨고, 박재호 대표님은 "우리 삶에 필요한 화두를 기획하고 저자들과 논의해서 한 권의 책을 만드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 그리고 안유정 에디터는 "다소 서툴지언정 독자에게 어떤 제안을 하거나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책이었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셨고요. 조광환 에디터는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끊임없이 연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말을 하셨는데 이런 식으로 북 에디터분들이 본인의 일을 생각하고 일에 임하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손현

10인의 에디터가 브런치북 6회 심사위원으로 참가했잖아요. 그분들이 공통적으로 말씀하시는 게,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스스로 목차와 기획안을 좀 더 꼼꼼하게 체크해 줬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처음부터 글을 차분하게 읽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어렵다 보니 목차, 기획 의도, 아이템을 먼저 보게 되거든요. 목차와 기획안을 잘 짰다는 건 글쓴이 스스로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안에서 정리가 끝났다는 거니까요.


그다음에는 퇴고에 좀 더 신경 써 줬으면 좋겠다는 말이 있었어요. 편집자도 사람이다 보니까 좀 더 읽기 편한 글에 시선이 가거든요. 아무리 아이템이 좋아도 문장 자체가 기본이 안 되어 있으면 글쓴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김혜민

저는 개인적으로, 공통의 답은 아니지만 이 멘트가 제일 인상적이었습니다.


"작가라는 호칭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고 생각합니다. 쓰는 순간, 모두 작가인 거죠."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작가님들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죠. 북저널리즘 시리즈로 유명한 스리체어스라는 출판사의 이연대 대표님이 하신 말씀인데요. 이연대 대표님은 이 말씀을 하시면서, 기성 작가와 브런치 작가의 차이가 출간 여부 정도인데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가 20회를 맞이할 즈음이면 그 경계마저 희미해지지 않겠느냐고 조망해 주시기도 했습니다.


20회까지 가려면 브런치팀이 부지런히 일해야겠습니다. 지금 열리고 있는 제7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많은 관심과 응모 부탁드립니다. (웃음)


《10인의 에디터에게 묻다》, brunch.co.kr/brunchbook/10editors


참고로 《Things What You Read》는 비매품으로 한정 수량으로 제작됐는데요, 내용은 브런치팀의 브런치북 《10인의 에디터에게 묻다》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덧붙여, 브런치북 7회에 도전하시는 작가님에게는 7회 참여 출판사를 인터뷰한 《베스트셀러 작가와 출판사에 묻다》도 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출판사마다 어떤 작품, 어떤 작가를 기다리고 있는지를 언급했기 때문에 당선 가능성에 가까워지는 가장 직접적인 경로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글감이란 무엇인가


김혜민

크리에이터스데이 2019. 브런치데이인 오늘 주제는 '나의 글감'입니다. 두 분이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발견한 인사이트 안에 좋은 글감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단서가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남은 시간 동안은 오늘 주제에 대한 두 분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어요.


카카오 크리에이터스데이 브런치토크 (c) Kakao Impact


글감이란, 매거진으로 치면 주제 혹은 기조라고 해석할 수 있을 텐데요. 매거진 B를 예로 들면 브랜드, 잡스 시리즈는 직업, 또 좁혀서 『잡스 - 에디터』는 에디터라는 글감이 있는 거죠. 이렇게 큰 주제의 글감을 정하고 매 호 또는 각 장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잃지 말아야 할 신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손현

이미 질문 속에 답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잃지 말아야 할 신념을 끝까지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매거진 B를 브랜드에 관한 잡지라고들 말씀하시지만, 결국 저희가 매거진 B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그 브랜드와 연관된 사람들의 철학이거든요. 그걸 브랜드 철학이라 부르든, 경영 철학이라 부르든, 잡스 시리즈처럼 직업 철학이라 부르든 공통점은 하나예요. 나답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거죠. 기획 과정에서는 자기다움이 있느냐 없느냐, 그리고 어떤 캐릭터를 가진 사람이냐를 중요하게 살펴보고 있습니다.


김진호

저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를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 글을 통해서, 이 글을 모아서, 완성된 콘텐츠로 결국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가.


제가 《에스콰이어》에 있을 때는 좀 있어 보이게 사는 법에 대해 말해야 했어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와는 상관없이 잘난 척도 해야 했고 가르치려고도 들어야 했고 '아직도 이걸 몰라?'라는 식으로 독자를 적당히 무시하는 투로 써야만 했어요. 욕도 많이 먹고 무시도 당했지만 충성도 높은 독자들은 그런 식의 이야기와 정보를 듣고 싶어 했죠. 나라는 사람보다 매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는 게 중요했어요.


《잡스 - 에디터: 브런치북 에디션》을 만들 때는 에디터십의 확장과 그 의미에 대해 전달하고 싶었어요. 강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필진을 구성했고,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써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저 역시도 엄청난 진리를 전하는 게 아니라 제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썼고요.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가 분명했기 때문에 억지로 주장하거나 현혹하려 들지 않아도 됐어요. 충분히 독자에게 메시지가 전달되는 결과물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김혜민

에디터라는 직업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익숙해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고 자세로 '아직도 이걸 몰라?'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더욱 기민해야 할 텐데요. 그래서 자의로든 아니든 트렌드의 중심에 있을 수밖에 없는 직업이기도 합니다. 그런 두 분에게 '글감'이라는 주제를 놓고 제일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어요.


요즘 뜰 것 같은 글감은 뭔가요? (웃음)


김혜민 마케터 (c) Kakao Impact


김진호

뜰 것 같은 글감이라긴 뭐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덕후' 콘텐츠를 사랑합니다. 제가 하나만 뚝심 있게 파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런지, 마니아적인 사람들을 동경하는 것 같아요. 《잡스 - 에디터: 브런치북 에디션》 필자이기도 한 마시즘 작가님의 글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제가 음료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음료를 좋아하는 그의 태도와 지식과 경험에 빠져드는 것 같아요. 브런치에서도, 유튜브에서도, 그런 콘텐츠들을 찾게 보게 되더라고요. 책도 제 삶과는 딱히 관련이 없는 '덕력' 넘치는 주제를 좋아해요. 필기구에 별 관심이 없는데도 『만년필 교과서』, 『더 펜』, 『아무튼, 문구』 같은 책을 재미있게 읽었어요.


어떤 글감이 뜰지 예상할 정도의 공력이 저에겐 없습니다만, 덕후의 덕질과 덕력을 자랑하는 마니악한 무언가를 다루는 콘텐츠 시장이 분명하게 형성돼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혜민

저도 개인적으로 덕력 있는 사람이 쓴 글은 그게 어떤 소재냐를 떠나서, 글쓴이의 매력 때문에 끌리는 것 같아요. 손현 님은 요즘 뜰 것 같은 글감, 아니면 즐겨 보시는 콘텐츠를 소개해 주신다면?


손현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웃음) 처음 사전 질문을 받았을 때 고민을 해 봤는데요. 각자의 인생 단계에 따라, 다시 말해 지금 관심사에 따라 보이는 글감이 다르지 않을까 싶어요. 출산을 하고 나니까 아기에 관한 게 많이 보인다고 아까 정문정 작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요.


저는 콘텐츠를 쉼 없이 접하고 만드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하루의 시작부터 끝까지 새로운 자극이 끊이지 않도록 환경을 만들어놓은 상태예요. 예를 들면, 요즘 종이 신문 보는 사람 별로 없잖아요? 저희 집 문 앞에는 아침마다 신문이 와요. 출근길에 지하철에서 잠깐이라도 훑어봐요. 가끔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기도 하지만. (웃음) 신문에 의외로 좋은 칼럼이 많아요. 온라인에서라면 절대로 클릭하지 않았을 것 같은 기사도 보게 되고요. 신문을 볼 때마다 최소 한두 개씩은 글감을 얻게 되더라고요.


손현 에디터 (c) Kakao Impact


평소에는 트위터도 즐겨보는 편이에요. 누군가 이런 표현을 한 적 있어요. "페북은 도시, 인스타그램은 리조트, 트위터는 정글이다." 저는 그 정글 속에도 좋은 글감이 많다고 생각해요. 물론 정글 속에 거짓 정보나 소수 의견도 많으니 내가 접하는 글감이 쓸 만한 글감인지 아닌지 끊임없이 자기 검열을 해야겠죠.


지난 6월부터는 매주 배달되는 《블룸버그 비즈니스 위크》도 보고 있는데요. 물론 다 읽지는 못하고 표지와 목차 정도만이라도 훑어보려고 해요. 그 중에서 9월 25일에 발행된 맥도널드에 관한 기사 하나가 인상적이었는데요. 맥도널드의 신임 CEO 스티브 이스터브룩(Steve Easterbrook)이 데이터와 테크를 활용해서 어떻게 맥도널드 매장과 메뉴를 개선하는지에 관한 내용이에요. 사소한 거지만, "I'm lovin' it"이란 광고 카피에서 it을 I.T로 바꿔서 "I'm lovin' I.T"라고 제목을 단 것부터, 감자튀김을 응용해서 그래프를 만든 것들까지 하나하나 흥미롭더라고요.


무엇이 뜰 것 같은지 예상하는 것보다 우선 내가 무엇에 빠져있는지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해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글감은 여러분 주변에 이미 충분하니까요.


김혜민

오늘 이 자리에서 가장 필요한 질문을 마지막으로 드려야 될 거 같아요. 조금 추상적인 질문일 수도 있을 텐데요. 예상하셨겠죠.


좋은 글감이란 무엇일까요?


김진호

저도 사전 질문지 받았을 때, 이렇게 말했어요. "저도 알고 싶어요" (웃음)


좋은 글감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의 믿음 같은 걸 말씀드리자면, 직접적인 경험이 가장 좋은 글감이라고 생각해요. 본인이 직접 경험한 무언가를 능가할 소재는 없어요. 그런 경험은 미사여구로 꾸밀 필요조차 없고요. 담담하고 담백하게 써 내려가기만 해도 좋은 글이 되죠. 그런데 모든 걸 직접 경험할 순 없는 거잖아요. 그걸 대체하는 게 취재입니다.


매거진 에디터 시절을 회상해 보면 편집장은 제가 얼마나 부지런하게 한 달을 보냈는지를 원고만 보고도 대번에 알았어요. 그 달에 취재를 얼마나 했는가가 글에 다 티가 나거든요. 취재는 모든 글 쓰기의 필수 요소라고 생각해요. 가만히 앉아서는 글을 쓰거나 글감을 찾을 수 없어요.


김진호 매니저 (c) Kakao Impact


《잡스 - 에디터: 브런치북 에디션》 필자이기도 한 장강명 작가가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건 그의 취재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신문 기자 출신이니 취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셨을 거예요. 그분의 소설을 보면 장면 묘사가 굉장히 생생해요. 심도 깊은 취재를 해서 디테일하게 옮겨냈기 때문이죠.


역시 《잡스 - 에디터: 브런치북 에디션》 필자인 신기주 에스콰이어 전 편집장은 글을 정말 잘 씁니다. 문장 호흡을 굉장히 짧게 짧게 가져가는 스킬이 좋은데요. 그건 스킬이기도 하지만 엄청난 취재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아는 그 누구보다 바쁘게 사는 분이거든요. 사색하기보다는 사람 만나는 데에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하는 일을 반복해요. 인풋이 많으니 문장을 꾸밀 필요도 없이 툭툭 늘어놓을 수 있는 거죠.


글감은 삶의 궤적 안에 얼마든지 널려 있어요. 여러분도 가능한 많이 경험하시고 많이 느끼시고 많이 표현하시길 바랍니다.


손현

저는 잠시 마케터로 변신해서, (웃음) 『잡스 - 에디터』에 실린 답변으로 대신하는 게 여러분께 도움이 더 될 것 같아요. 미스터포터의 브랜딩과 콘텐츠 제작을 총괄하고 있는 제러미 랭미드의 답변인데요. 그는 미스터포터에서 콘텐츠를 만들 때 이 세 가지를 고려한다고 말했어요. "정보를 알리고(inform), 마음을 움직이고(inspire), 보는 사람을 즐겁게(entertain) 해야 한다."


좋은 글감에도 이런 속성이 있다고 믿어요. 재미있거나 감동을 주거나. 둘 다 아니라면 배울 거리라도 안겨주는 글감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하나도 제대로 충족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세 가지가 골고루 담겨 있다면, 개인이 쓴 글이 자연히 자기만족을 넘어 사회적으로도 공감받고 가치를 더 지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김혜민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7회 참여 출판사 분들을 인터뷰할 때 어떤 에디터 분이 그런 말씀을 해 주셨어요. "브런치에서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누구나 에디터가 될 수도 있는 것 같다." 그만큼 브런치에는 기획력 있는 작가님들이 많다는 말이었죠.


두 분이 말씀해 주신 좋은 글감이란 경험에서 나오고, 주변을 살피는 노력에서 나오는 것인데요. 그 말인즉슨 나와 내 주변으로부터 발견한 글감을 가지고 기획하는 것이 좋은 글을 쓰는 방법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잡스 에디터에서 발췌한 이 문장으로 긴 시간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오늘의 주제, 이 자리와 제일 어울리는 문장일 거 같아요.


"에디팅은 곧 크리에이티브와 같은 레벨이다."


보통 사람들이 창조한다, 크리에이티브라는 것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많이들 생각하지만 진짜 크리에이티브는 에디팅이라는 행위를 통해서 나오는 거라는 얘기예요. 저는 이 문장을 보고 약간 마음이 후련해졌어요. 무에서 유를 창조하지 않아도 된다니. 사실 오늘 한 시간에 걸쳐 얘기한 ‘에디팅'이라는 개념이 실은 대단한 게 아닙니다. 하다못해 SNS에 올리는 사진 한 장 글귀 한 줄도 에디팅의 범주로 볼 수 있는 거예요.


결국 "여러분은 이미 작가이고, 이미 에디터이고, 이미 크리에이터입니다"라는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 이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 준비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두 분도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 주세요.


카카오 크리에이터스데이 브런치토크 (c) Kakao Impact


김진호

저는 사실 회사 업무를 했을 뿐인데 이렇게 큰 무대에서 여러분들 만나고 있는 게 얼떨떨하고요. 혹시 아직 『잡스 - 에디터』와 《잡스 - 에디터: 브런치북 에디션》, 《10인이 에디터에게 묻다》를 아직 읽지 않으셨다면 꼭 한번 읽어 보시길 추천드리겠습니다. 저희가 만들어서가 아니고요. 분명히 좋은 인사이트를 얻으실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에디터십이 세상 모든 일에 적용 가능하다고 믿고 있어요. 꼭 좋은 결과와 좋은 인사이트 얻으시길 바랍니다.


손현

트위터에서 최근에 이런 글을 봤어요. "당신의 직업을 사랑하세요. 그러나 당신의 회사를 사랑하진 마세요. 당신의 회사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을 언제 그만둘지 모르니까요." 퇴사하자는 얘기가 아니라, 저는 여기 오신 분들의 직업이 되게 궁금해요. 그 일을 평소에 어떤 생각으로 하시는지 궁금하고, 그게 제 눈에는 다 글감으로 보이거든요.


오늘 이 자리가, 그리고 저희가 나눈 대화가 여러분에게도 좋은 글감이 되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끝)







《10인이 에디터에게 묻다》 by Magazine B


《베스트셀러 작가와 출판사에 묻다》 by Brunch Team



* 대화를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일부 표현은 삭제하거나 편집하였습니다.

* 이 토크 전반부에 나눈 이야기의 일부는 이전 글에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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