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와 29CM 실무자들의 일하는 방식
매 달 29CM 스토어에서 이뤄지는 브런치 토크를 홍보할 겸, 브런치와 29CM의 실무자들이 나서 마이크를 잡았다. 브랜딩, 플랫폼, 콘텐츠, 방향성, 일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문을 받고 답했다. 2019년 많은 일을 함께 뛴 에일라(김주영)와 나란히 밖에 나가 업무 회고를 한 기분.
브런치팀에서, 29CM에서도 실무자가 외부에 나가 자신들의 일하는 방식을 이야기한 건 거의 처음 있는 일이다. 함께 일하는 동료, 그리고 동료만큼 자주 협업하고 있는 파트너에 대해 더 알게 된 시간. 오피셜 멘트와 개인적인 의견을 넘나드는 가운데 개개인의 성향이 엿보였다. 재밌는 건 "퍼스널 브랜딩이 부각되는 시대에 자신만의 브랜드를 어떻게 일구고 있느냐"는 질문에 모두 진땀 흘렸다는 점. 30대 직장인이 마주하는 시대적인 고민 앞에 명쾌한 답은 없겠지만, 자기 일에 있어서만큼은 프로페셔널을 추구한다는 공통점도 있었다.
토크는 브랜드 위주로 진행됐으나 그 가운데 개인을 보여준 Q&A만을 골라 아래 글을 편집했다.
김혜민(브런치 마케터)
IT 업계에 와서 플랫폼 기획자로 7년 일했고, 브런치 마케터로 2년 일했습니다. 직업도 전환하고 도메인도 전환했어요. 주로 커머스 일을 했는데 제 성향은 콘텐츠 쪽에 더 맞았던 거 같아요. UX나 정책을 설계하는 일도 당시에는 천직이라고 여겼지만, 오프라인까지 포괄하는 브랜딩을 해보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어요. 마침 브런치는 성장 단계상 브랜딩이 중요해진 시기였고 운 좋게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김주영(브런치 사업・제휴 담당)
카카오가 네 번째 직장이고요, 카카오에서 8년째 일하고 있어요. 다음 제주에서 일하는 뉴스 편집자로 입사했고요. 편집 일을 4년 하다가 스토리펀딩이라는 서비스를 만들면서 기획자로 일하게 됐어요. 지금은 종료된 서비스지만 창작자를 만나고 콘텐츠를 만들어서 팔아보는 경험을 했다는 점에서 저한테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그때의 경험으로 브런치에서 '라떼는 말이야'처럼 '스토리펀딩에서 해봐서 아는데'를 팔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웃음)
박진경(29CM 스토어・컬처 리더)
저는 29CM가 첫 번째 직장이고요, 7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AMD로 입사해서 커머스팀에서 이력을 시작했고요. 1년 반 정도 일하다가 정규직 전환 후 미디어팀으로 가게 됐어요. 거기서 호주, 마이크로소프트, 유니클로 등의 PT 제작을 3년 정도 했어요. 루틴이 반복되면서 개인적으로 PT를 계속 제작하는 것이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회사에서 다른 직무를 제안해 주셨어요. 그래서 다시 커머스팀으로 넘어오게 됐고 스토어랑 컬처 카테고리를 맡은 뒤 1년 반을 더 다니고 있습니다.
이영재(29CM 기획 MD)
저는 개인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개인 브랜드를 준비하다 보면 고정적인 수입을 절실하게 원하는 상황이 오는데요. 투잡을 뛰려고 알아보던 중에 29CM 채용 공고를 접하게 됐어요. 공고에 뜬 건 스토어 점장 자리였어요. 그런데 회사에서 역제안을 주셨죠. 스토어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나 팝업을 기획하고 브랜드를 서치 해 오는 일, 그리고 내부에서 준비하는 브랜드를 제작해 보면 어떻겠냐고. 지금은 개인 브랜드를 중단하고 29CM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박진경
브랜드가 상품으로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걸 고객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요. 해당 아이템이나 브랜드에 대해 히스토리를 낱낱이 서치 해 보는 것부터 시작해서 직접 사용해 보고, 필요하면 번역을 통해서 자료를 수집하기도 합니다. 주변에 그 브랜드나 아이템을 사용해본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요. 특히 삼성화재 PT 해외 편을 준비하면서 여행지를 선정하기 위해 전 직원에게 어디로 여행을 떠나고 싶냐는 설문지가 메일로 왔던 것이 기억에 남아요.
이영재
각자 포기해야 될 것을 포기했을 때 제일 멋있는 협업이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브런치 토크에서는 각자 포기한 게 있어요. 브런치팀은 리소스를 포기했고요, 29CM는 수익을 작가님에게 양보했죠. 토크 티켓 판매 금액은 온전히 강연 작가님에게 드리고 있어요.
김혜민
좋은 기업은 반드시 두 가지를 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돈과 가치. or가 아니라 and 조건이어야 하죠. 카카오라는 기업에서 브런치는 돈보다는 가치를 버는 서비스입니다. 그 가치라 함은 작가님들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가치일 수도 있고, 브런치라는 서비스가 시대에 기여하는 가치로 창출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언제까지나 가치만 벌어서는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고도 생각해요. 최근 들어서는 돈까지 버는 방법에 대해서 논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김주영
브런치팀에 합류하고 나서 '컨센서스(Consensus, 합의)'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어요. 브런치에서 컨센서스란, 회의에 참여한 멤버 모두가 동의하는 결론에 이르는 거예요. 열 명이 모이면 열 명 모두가 자기 의견을 가지고 와서 하루 종일 토론을 하고, 끝에는 다 같이 '이것'에는 동의한다는 결론이 나와요. 그전에 저는 내 생각이 맞다 싶으면 즉시 실행해서 결과물을 내는 사람이었는데요. 이제는 다른 사람 의견을 들어보고 그 논리에 설득돼서 내 의견을 바꾸기도 해요.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배운 것이 저에게는 새로운 시선의 발견이었습니다.
박진경
이건 제가 29CM를 오래 다닌 이유이기도 한데요. 29CM 직원들은 일을 '일'만으로 하지 않고 자신의 커리어라고 생각해요. 그런 멋있는 분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니까 시너지가 엄청나요.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이 얘기를 하면 저 사람이 기분 상하지 않을까?' '이건 좀 반대되는 의견인데?'라고 생각하지 않고 의견을 많이 주고받기 때문에 계속 디벨롭이 되는 것 같아요. 광고주 분들도 29CM의 시선으로 콘텐츠를 풀어주길 바라면서 저희에게 믿고 맡겨 주시니까 마음껏 의견을 펼칠 수 있습니다.
이영재
요즘 시장은 거의 모든 분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서 상품을 내고 있어요. 그래서 이것도 사고 저것도 사다 보면 어떤 라이프 스타일에든 맞춰지기 마련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물건이 내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고 있다'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죠. 사용하는 물건이 계속 바뀌어 간다는 건 그만큼 더 많은 돈을 벌게 됐고 나이가 들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박진경
2~3년 전에 내부적으로 29CM 브랜딩에 관련한 책을 만들었어요. 그 책에 29CM의 페르소나가 실제로 나와 있습니다. 그걸 정리해서 읽어 드리면, 29CM는 담백한 얼굴에 중성적인 매력을 가지고 블랙 컬러를 선호하는 여성입니다. 차분하고 조용하지만 소신 있고, 얕은 지식과 경험도 있으며 약간은 과시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트렌디하고 건강한 삶을 추구한다고 적혀 있어요. 29CM 다닌다고 하면 마가렛호웰 에코백을 매고 다닐 것 같고, 힙하고 핫하고 세련되고, 자기만의 브랜드 하나씩은 알고 있을 것 같다고 말씀해 주시는데, 실제로 저희 회사에서 일하는 분들이 그렇긴 해요. 저는 안 그렇지만요. (웃음)
김혜민
저는 지인들에게 물어봤어요. 그런데 하나같이 "브런치 작가를 말하는 거야? 일하는 사람을 말하는 거야?"라고 되묻더라고요. '브런치 인간상'이라고 하면 브런치 작가가 먼저 떠오른다는 거죠. 자연히 일하는 사람들도 모두 글을 쓸 것 같다고 해요. IT 회사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판사 편집자가 떠오른다, 카카오인의 펑키한 이미지보다는 브런치만의 외딴섬에서 책을 읽을 것 같다, 30대 초반의 독립적이고 지적인 여성이 떠오른다고 해주셨어요. '힙, 핫, 세련미'보다는 텀블벅에서 펀딩하고 트레바리에서 책 읽을 것 같다고 합니다. (웃음) 실제로는 개발자 등의 찐 IT인이 80% 이상이고요, 그 외가 기자나 에디터 출신이에요.
박진경
퍼스널 브랜딩, 하고는 싶은데 사실 부끄러워서 못 하겠어요. (웃음) 그래서 제가 하는 일을 인스타그램에 올려본 적도 없어요. 저를 팔로우하시는 분들은 제가 어느 회사에 다니고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실 거예요. 그런데도 저랑 일했던 분들이 저를 계속 찾아주시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일할 때는 일에 굉장히 집중하고, 풀 때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요. 퍼스널 브랜딩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저한테 주어지지 않게 하는 거죠. 결국 저는 '일을 잘 하자'는 쪽을 택한 것 같아요.
이영재
진경 님과 제가 같은 팀인데, 진짜 잘해요. 근데 우리만 알아요. 그게 좀 알려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는데, 저도 같은 처지예요. 29CM에서 일한 지 1년 반이 넘었는데 제 지인 중에서도 제가 여기서 일하는 걸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누구나 똑같은 일을 하고 직장을 다니는 건데 왜 알려야 되는지 필요성을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퍼스널 브랜딩이 요즘 너무 부각되니까 고민해 봤더니 뻔한 결론이 도출됐어요. 잘하는 걸 좋아하고, 좋아하는 걸 잘하면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브랜드가 된다. 브랜드라는 게 많이 알려져야만 브랜드인 건 아니잖아요. 나만 알고 싶은 브랜드도 있는 거니까요.
김주영
'3년 차 기획자' '5년 차 디자이너'가 책을 내고 강연을 하는 시대잖아요. 브런치에서는 그런 작가님을 소중하게 생각하죠. 그런데 그걸 개인으로 치환할 때는 고민이 많이 돼요. '내가 퇴사를 한다면?' '회사 이름 떼면 난 어떤 사람이 될까?'라는 고민을 아마 직장인이라면 다들 하실 것 같아요. 전업 크리에이터가 아닌 이상, 우선은 지금 하는 일을 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는 걸 선호합니다. 큰 프로젝트에 멤버로 속해서 일하는 것도 좋지만 이왕이면 발제도 내가 하고, 설득도 내가 하고, 실행부터 마무리까지 내가 하는 일을 해야 나중에 회사 이름을 떼더라도 '이 일 하나만큼은 내가 했다'라고 족적을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김혜민
저도 '카카오 또는 브런치를 뗐을 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있는데요. 고민에 대한 힌트를 브런치 작가님들로부터 많이 얻고 있어요. 브런치 작가님들은 한 편의 글이 아니라 책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긴 호흡의 글을 기획해서 쓰거든요. 그러한 글 쓰기 방식이 퍼스널 브랜딩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발견한 조건은 이렇습니다. 첫째, 일단 작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 있어야겠죠. 그 말을 하기에 자신에게 강점이 있어야 돼요. 그리고 그 말을 듣고 싶어 하는 대중이 존재해야 말하는 의미가 있겠죠. 마지막으로, 말을 잘하기 위한 재능이 있어야 돼요. 필력 혹은 기획력, 강연을 한다면 언변이 있어야겠죠. 이 조건들을 한 단어로 정의하면 '자기 객관화'입니다. 자기 객관화가 되어야 자기 브랜딩을 시작할 수 있는 단계에 비로소 돌입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BRUNCH X 29CM 12월 브런치 토크 [29CM, 브런치와 만나다]
- 일자: 2019. 12. 18.
- 장소: 29CM 스토어
- 사진: 29CM
- 글: 김키미(김혜민)
*브런치 토크는 29CM 스토어에서 열리는 브런치 작가의 토크 클래스입니다. 브런치 토크에 대한 설명과 협업 배경 등 오피셜 한 코멘트가 담긴 후기 콘텐츠는 위 링크 페이지에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