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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키미 Mar 24. 2020

출간 계약 후 브런치 작가명을 바꿨다

오로지 퍼스널 브랜딩 관점에서

'길똥이'라는 브런치 작가가 있다 치자.


브런치팀의 이름으로 그의 저서를 소개해야 할 때, 나는 책의 저자명부터 확인한다. 저자명이 '홍길동'이라면 저자명과 브런치 작가명을 병기한다. '홍길동(길똥이)' 또는 '길똥이(홍길동)'라고 적는 것.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홍길동(길똥이) 작가의 책 <○○을 △△△해요>가 출간되었다.] 그리고 '길똥이'에 작가의 브런치 주소를 링크한다. 브런치 작가 정보와 책 정보를 동시에 전달하기 위해.


한 번은 그런 일이 있었다.


'길똥이'처럼 닉네임 형태의 작가명을 쓰는 브런치 작가가 강연을 했다. 스태프 역할로 맨 뒤에 서서 강연을 듣는데, 무척 재밌고 유익했다. 그러던 중 참석자들의 폰에 익숙한 화면이 비쳤다. 브런치 홈 화면이었다. (훔쳐보는 취미가 있는 건 아님) 왜였을까? 연사의 브런치를 찾아 [구독하기]를 누르기 위해서다. 그 자리에서 팬이 되었다는 증거.


그런데 참석자들은 '길똥이' 작가의 브런치를 찾지 못하고 헤매었다. 강연에서 그의 이름이 '홍길동'으로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을 △△△해요>의 저자 홍길동 작가님을 모시고 강연을 시작하겠습니다!"라고 하였으니 참석자들은 당연히 '홍길동'을 검색했다.


'길똥이' 작가의 브런치는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얼마 전 출간 계약을 하고 나는 브런치 작가명을 '킴프로'에서 '김키미'로 바꿨다.


계획대로 착실하게 글을 쓴다면 올해든 내년이든 세상에 내 이름을 내건 첫 책이 나올 터. 그때 저자명에 '김키미'라는 이름을 올리기로 마음먹고 브런치 작가명과 인스타그램 닉네임을 모두 '김키미'로 통일했다. 나의 포트폴리오를 하나의 명함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출간이란, 한 권의 명함을 만드는 일과 같다. 손바닥보다 작은 종이에 소속, 직업, 직급을 나열한 피상적인 명함이 아니라, 온전히 나의 힘으로 나를 표현한 나만의 명함. 책이라는 명함은 나의 이름을 달고 전국에 퍼질 거다. 나를 몰랐던 사람들이 나의 생각을 펼쳐 읽게 된다. 운이 좋으면, 어떤 독자의 마음에 닿아 더 큰 마음으로 되돌려 받을 수도 있다. 어떤 기업의 니즈에 맞아 의외의 기회로 연결될 수도 있다. 첫 출간을 발판 삼아 두 번째 책을 출간할 수도, 또 다른 영역으로 저변을 넓힐 수도 있다. 행여 소량 판매에 그칠지라도 "책 <○○를 합니다>의 저자 △△△"라는 나만의 타이틀을 가지게 됨에는 변함이 없다. 꽤 능력 있는 명함 아닌가. 그런 명함에 어떤 이름을 올릴지 결정하는 건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고민이었다.


나를 알리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브런치도 명함의 기능을 수반한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SNS 채널도 그렇다. 온라인 채널에서 나는 써오던 닉네임을 고수하는 편이었다. 채널마다 아이덴티티가 다르면 그에 맞게 조금의 변형을 하는 정도. 프로필 화면을 '디자인'한다는 느낌으로 별 의미 없는 영단어를 나열하기도 했다. 그렇게 해도 그것이 모두 하나의 나라는 걸 알리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프로필에 '링크'만 하면 되니까. 가령 브런치에서는 '길똥이'이고, 페이스북에서는 'Hong gil dong'이고, 유튜브에서는 '길똥무 TV'이고, 인스타그램에서는 'Daily 길똥'이어도 노 프라블럼.


문제는 Off-line to On-line. 책이라는 오프라인의 물체, 강연이라는 오프라인의 시공간으로부터 온라인 채널을 '링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검색이다. http://로 시작하는 URL로는 부족하다. QR 코드로도 부족하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간의 링크가 대부분 검색을 통해 일어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을 △△△해요>의 저자 홍길동 작가님을 모시고 강연을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사람들이 '홍길동'을 검색했던 것처럼 말이다.


온라인 채널 A에서 B, C, D로 연결시키기 위해 '어떻게 하면 URL 링크를 더 누를까'를 고민할 때에는 인터페이스에서 답을 찾았다. 반면 오프라인의 사용자를 온라인 채널로 데려오기 위해서는 '어떤 검색어를 입력하게 할까'를 고민해야 한다. 이는 곧 브랜딩의 영역. 브랜드 네이밍을 하듯 나의 이름을 검토해보고, 필요하다면 '검색어'로서 유리한 새 이름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네이밍을 위해 내가 세운 조건은 이러했다.

온라인 서점에 등록된 동명인이 없는(또는 적은) 이름일 것

부르기에 쉽고 쓰기에도 쉬운 이름일 것

본래의 나를 잃지 않는 이름일 것

향후 10년 이상 변심하지 않고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이름일 것

오프라인에서 불릴 이름(검색어)과 온라인에서 쓰는 이름(검색 결과)을 일치시킬 수 있을 것


본명 '김혜민'은 동명인이 많아 애초에 탈락시켰다(장강명, 정문정, 고수리 작가님 등을 부러워하며). 닉네임 '킴프로'는 나의 변심이 예상되어 이제 그만 놓아주기로 했다. '키미(Kimmy)'는 회사에서 쓰는 영어 이름이자 지인들에게도 익숙한 이름. 누구나 쉽게 부르고 쓸 수 있도록 성을 붙이기로 했다. 김키미. 아는 분 이름과 같아서 1차 망설임, 무려 20만 팔로워를 가진 인스타그래머 이름과 같아서 2차 망설임이 있었다. 일러스트레이터 '키미앤일이'도 있다. 그래도 '김키미'라는 이름으로 출간한 작가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작가 김키미' 중에는 내가 1번이길 바라며, 결정. 탕탕.



사실 검색어에 따른 검색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사이트에 따라, 알고리듬에 따라, 검색어에 따라, 검색 양에 따라, 프로필 소개 문구에 따라, 여러 변수에 따라. 검색 스킬이 좋은 사람이라면 쉬이 원하는 결과를 찾아낼 수도 있다. 인물 검색 섹션에 뜨는 유명인이라면 포털에 친절하게 각종 SNS 채널이 링크돼 있기도 하다. 하지만 하나는 분명하다. 보편적인 상황에, 정확도를 추구하는 검색 알고리듬 입장에서 '홍길동'과 '길똥이'는 전혀 다른 인물이라는 것. 때문에 '홍길동 = 길똥이'를 찾는 독자가 의도한 결과 값을 보여주는 기술이 간단하지 않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


'내 이름을 몇 명이나 검색하겠어?' 하는 의문은 버리기. 혹시 모를 일 아닌가. 그 몇 명 중에 내가 상상해본 적도 없는 기막힌 기회를 건네줄 이가 있을지. 정다운 마음을 건네줄 이가 있을지.


그 이를 위해 대문을 활짝 열어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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