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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작가 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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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 Dec 02. 2022

작가 무명

가끔 부끄러울 때가 있습니다.

제가 작가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요.

발표한 작품이 없다는 사실에 대해서요.


자주 부끄러워질 때도 있어요.

작가는 보이지 않는 것을 훔치거든요.

세상의 숨결에 녹아있는 이야기를 훔칩니다.

모든 이야기를요.

사람들은 그렇게 쓰인 이야기를 읽습니다.

작가는 그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훔쳐갑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사람들도 작가의 마음을 훔쳐갑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공평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오랫동안 글을 써왔습니다.

다른 것들은 그만두는 것이 쉬웠는데 이것만큼은 안되더군요.

저는 여전히 발표하지 않는 글을 씁니다.

누군가는 그런 저를 안타까워해요.


그런데 제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지금 이 순간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탐구하면서 자유롭게 글을 쓰는 이 순간이요. 

제 인생에서 이런 순간이 오다니요!

이게 바로 무명이라는 특권이 아닐까요.


저녁노을이 세상을 물들이는 것처럼

저는 글을 씁니다.

아침이슬이 맺히는 것처럼

저는 글을 씁니다.

언제나 그렇게 글을 쓰고 있겠습니다.


많이 부끄럽지만, 이제는 저를 그렇게 소개하려 합니다.

저는 작가입니다.

그리고 이 순간에 느끼는 감정들을 잊지 않기 위해서

그 이름을 무명이라고 짓겠습니다.


이것은 작가 무명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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