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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 May 08. 2019

오류의 즐거움? 완벽의 두려움?

<불온한 데이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2019.7.28


<위상공간 360> 크리스 션

 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3개의 전시 중 어떤 것을 볼까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첫 전시실에서  회색 구슬들의 요란한 움직임 소리에 호기심이 생겨 그곳에 들어가게 되었다. <위상공간 360>은  작가 '크리스 션'의 작품으로 프로그래밍은 '조피 프로펜자'가 담당했다. 360개의 로봇 구슬들은 마구 움직이다가 외부 이탈 방지턱에 도달하거나 서로 부딪치게 되면 방향을 틀어 다른 쪽으로 이동한다. 인공지능 청소기에 부착되는 센서가 이 작품들에 사용된 듯했다. 한 곳에 뭉쳐서 고여있는 구슬들, 쉴 새 없이 돌아다니면 이리저리 부딪치는 구슬들의 궤적은 모니터를 통해서 그려졌다. 그것은 우리의 모습과도 비슷했다. 행동이라는 것이 때론 의지와 상관없이 진행되기도 하고, 유의미하던 무의미하던 그 행동들이 모여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목적을 위해 열심히 움직이다가 어느 순간 침체 구간에 다다르기도 한다. 그렇게 <위상공간 360>에서 등을 돌리려는 찰나에 뜻하지 않은 순간이 찾아왔다. 둥근 구슬 반의 쪼개진 면을 발견한 것이다.


이탈된 반구

 그렇다면 나머지 반은 어디에 있을까? 열심히 눈을 굴려가며 그 나머지를 발견했다. 그것은 열심히 균형을 잡아가며 돌아다니다가 넘어지기도 했는데 결국 배수구 홈에 걸려버렸다. 그러다 다른 구슬이 부딪치면서 그 반동으로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렇지만 잃어버린 반쪽에 대한 균형을 잡으려고 열심히 뒤뚱거렸다. 다른 구슬들 속에서 완전히 다른 움직임은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디지털을 활용한 작품에서 발생한 오류가 또 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디지털 오류가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것이 만약 정교한 생명을 위한 장치였다면 심각한 문제가 된다. 그래서 디지털의 오류는 고장으로 분류되고, 이를 수정 개선해야 하는 것이 된다. <위상공간 360>의 작가도 마찬가지 입장일 것이다. 내게 다른 감상의 기회를 준 이러한 오류는 어디까지가 즐거움이고, 그 즐거움은 누구까지 유효할 수 있을까?

나머지 반구


 지금 시대의 오류라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디지털 제품을 생산하는 정교한 과정 속에서도 ppm의 수치가 발생하며, 생산과정에서 없었던 오류도 완제 품속에서 발생한다. 제품에 대한 서비스 보증기간을 두는 것은 이러한 오류를 염두 해 둔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디지털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는 오류가 포함되어있을지도 모른다.


 좀 더 시간이 지나 인공지능을 만난 디지털이 의학을 다루게 된다면 오류라는 것은 절대로 발생해서는 안 되는 것 중에 하나가 된다. 그러한 세상은 분명 도래할 것이며, 그때 우리의 인식에는 디지털이라는 것이 오류 없는 완벽한 것으로 인식될지 모른다. 지금처럼 오류가 난무하는 디지털이라는 것이 구식 아날로그로 취급될지도 모른다.


 다음 공간에서 이어진 작품 '하름 판 덴 도르펠' 작가의 디지털 그림은 강한 인상을 주었다. 밀도 있게 짜 맞춰진 도형의 그림들은 컴퓨터 프로그램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과정을 통해 그려지도록 한 것이다. 인간이 아닌 디지털로 그려진 이 그림에는 기하 도형의 정교한 배열을 보여주었다. 기계의 내부를 추상화해서 표현한 것 같기도 한 묘한 느낌을 주었지만, 그 정교함이 갑갑함을 주기도 했다.


 디지털의 정교 함이라는 것이 당연시되는 앞서 말한 시대에 이 그림을 보게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그것은 완벽한 어떤 균형을 느끼도록 할까? 아니면 일상에서 접한 완벽한 디지털로 인해 오히려 거부감을 줄까? 그렇다면 <위상공간 360>의 오류는 어떻게 인식될까?



위상공간 360_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omgYpeyahTQ



이탈된 반구의 움직임

https://www.youtube.com/watch?v=XlleVLdwu7k



<벨리버튼 스토팅카 레즈빅>2019, '하름 판 덴 도르펠'
<C. C. 발진> 2018, '하름 판 덴 도르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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