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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광 Oct 29. 2021

마음의 소리

요전에 박사를 받고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한국인 제자와 우연치 않게 통화를 했었는데 한국에 교수 채용에 지원을 하지 않고 관심을 안두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에 갈 생각이 없냐고 했더니 아주 그런건 아닌데 일단은 여기 생활이 바쁘고 해서 신경을 못쓰고 있다고 답을 했다. 예전에 본인이 지원을 했었다가 잘 안되고 해서 지금은 그냥 현재 직장에 만족을 하고 잘 지내는가보다 하고 별다른 조언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좀더 생각해 보니, 그 친구는 한국에 가고싶지 않은게 아니라 지원을 자꾸 해서 실패하는게 두려운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번 떨어지고 나니까 지원하고 기대감을 갖는게 힘들어지고 그러다보니 아예 관심을 줄이고 마음의 평안을 찾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본인이 간절히 한국을 가고 싶다고 생각하면 그렇지 않은 현실이 불행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런데 그게 꼭 그 친구만의 특성은 아니고 누구나, 심지어 나 역시 그런 면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의외로 내가 원하는 것을 잘 인지하지 못할수 있겠다 싶다. 왜냐하면 내가 원하는 어떤 미래와 그렇지 못한 현실과의 괴리가 발견될때 마음의 평화가 깨지고 그 마음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자기 기만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아마도 돈에 대한 이중적인 자세일 것이다. 내가 돈을 많이 벌고 부자가 되고 싶어하지만 한편으로는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천박하게 간주하는 것이다. 그게 자신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서 그럴수도 있고, 그렇게 생각하는게 스스로의 자존감을 지키고 마음의 평화를 지키는데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그런 식으로 이중적인 자세를 갖거나 아니면 스스로를 기만하면서 생활하는게 과연 본인에게 유익한 것인지는 의심스럽다. 기생충 영화에 나오는 기택처럼 절대 실패하지 않는 비결은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고 도전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정말로 본인이 원하는 것일까? 그보다는 내 현실이 정말 어떤지, 내가 여기서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직하고 확실하게 파악한후, 그것을 이루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게 더 나은게 아닐까? 현실주의자로 산다는 것은 이러한 측면에서 마음의 소리를 듣고 스스로에게 정직하고 명확한 사람이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내가 진정코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스스로에게 깊이 물어볼만한 질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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