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부터 제법 추워졌다. 평소 같으면 그래도 산책 한번 하는데 오늘은 집 바깥에 한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 그래도 하루종일 제법 바빴다. 아침 7시부터 세미나를 시작해서 하루종일 미팅을 하다고 대충 4시에 끝났다. 세미나 끝나고 뒷풀이에서 어떤 젊은 친구가 세미나 내용과 관련하여 이런 저런 질문을 했는데 그 친구는 막상 질문을 해놓고 보니 별로 질문이 좋은 질문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듯 미안해 해서 내가 그렇지 않다고 격려를 해 주었다. 한국 문화에서는 이런걸 질문해도 되는걸까 하고 주저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심리적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아무리 초보적인 내용을 질문한다고 하더라도 그걸 가지고 면박을 주거나 아니면 무시를 해서는 안될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많은 훌륭한 생각들이 처음부터 one-shot 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아주 허접하거나 아주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질문에서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함으로써 오히려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생소하게 바라보고 그런 과정에서 이해가 깊어지거나 새로운 발견을 하게될 단초를 얻을수 있으니 모든 질문에 열려있을 뿐만 아니라 칭찬을 통해 질문을 환영하는 인상을 주어야 할 것이라고 다시한번 다짐해 본다.
2. 내일은 수학 세미나가 있어서 이를 준비하면서 조금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내가 수학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 강하지않아서 수학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수학적 기초가 탄탄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난이도가 제법 되는 수학을 공부하니 부실한 기초가 드러나면서 기존에 알던것마져 흔들리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는 마치 평소에 가벼운 운동을 할때에는 몸의 허약한 부분이 드러나지 않는데 아주 빡센 운동을 하면 몸의 어느 부분이 약한 곳이 있는지 알려주는 것과 비슷하다. 그렇다고 모든걸 다시 처음부터 공부할 수는 없으니 결국 삼킬부분은 삼키고 또 필요한 부분은 소화하면서 그렇게 대충 큰 그림을 이해하고 그리고나서는 구체적인 문제를 찾아 그 문제에 필요한 수학적 도구들을 찾아서 이해해 가면서 써먹는 수밖에 없을것 같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와 관련된 모든걸 다 공부하는 방법은 무식한 방법이고 너무 힘들다. 또한 공부하지 않고 문제만 풀려고 하면 그러면 좋은 문제를 풀지 못하고 그냥 자신의 기존 지식의 범위 안에 있는 문제만 풀게 된다. 그래서 내가 취하는 방법은 그 분야의 전문가와 코웍으로 서로 배워 가면서 일을 해야 하는 것인데 그걸 위해서는 일단 소통이 가능해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언어를 배우고 그와 관련된 맥락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최소한으로 공부를 하려는 것인데 그마저도 쉽지는 않다. 하긴 이 세상에 뭔들 쉽겠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