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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Sep 28. 2021

7. 지상낙원에서 신의 직장이란 (1)

1) 직장의 목적을 찾아서 2) 사회적 가치를 찾아서

공정하고 현실적인 상사와 사고안치고 자기 맡은 일 척척 해내는 동료, 적정한 통근시간과 집과의 거리 및 교통수단, 어느정도 적성에도 맞고 성취감도 있는 업무, 안정적인 회사규모와 재정, 적당한 금액의 보수 및 복지 등등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하게 원할 수 있는 조건들이지만 사실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만족시키는 직장은 굴지의 대기업에도 철밥통인 공무원직에도 없다.



1) 직장의 목적을 찾아서


이곳은 한국에 비해서 직원 수에 비해 업무가 적다. 한국에서는 2-3명이서 할 만한 업무량을 팀장 포함 6명이서 나눠서 하고 있다. 물론 여기 직원들은 업무가 너무 많다고 불만이고 자기들이 너무너무 열심히 일한다고 월급을 올려야 된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과 비교한다면 진짜 새발의 피 택도 없다. 물론 내가 다니는 직장이 정부기관이라서 그럴수도 있고 사기업은 분명 상당 부분 다른 점이 많을 것이다.


덕분에 휴가, 병가, 휴직 등 법적으로 정해진 당연한 나의 권리를 행사하는 데에 있어 팀에 가해지는 타격이 적다. 당연히 내가 휴가를 사용하는 이유나 개인적인 사정 등을 물어보지도 않고 설령 팀장님께 보고해야할 의무적인 부분이라 하더라도 팀원들에게 누설되는 일은 절대 없다. 휴가 갔는데도 노트북 가져가서 와이파이 찾아다니며 업무봐야하는 한국 사무실의 현실은 이 사람들 머리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나서 보이는 예전 직장과 지금 직장의 장단점들. 물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 지 따라 모두 다를 것이다. 내가 월급쟁이라면, 사장님이라면, 고객의 입장이라면 등등.


- 5-60대에 억지로 퇴직해서 2-30대의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더 좋을까, 업무효율성과 일자리창조를 포기하고 개인이 원한다면 70대까지 일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좋을까?


- 팀의 단합을 위해서 업무의 연장이라며 퇴근시간 이후 반강제로 회식에 참석하도록 회식비로 돈을 쓰는 것이 좋을까, 직장 동료와의 친목은 철저히 개인의 선택에 맡기고 팀 내의 분열을 막기 위해 직장 내 갈등조정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좋을까?


- 일이 많아서 당연하게 야근을 하고 집에서나 휴가를 가서도 일을 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기가막히게 만들어 놓는 것이 좋을까, 회사 밖에서는 일을 아예 할 수 없도록 막아놓는 것이 좋을까?


- 워킹맘들이 안심하고 야근할 수 있도록 정부지원 아이돌보미서비스나 24시간 유아교육기관을 확대하는 것이 좋을까, 업무가 지연되더라도 업무시간 내에 충실히 일하고 아예 야근을 할 수 없도록 정책을 만드는 것이 좋을까?


- 출산률이 떨어지니 출산장려금을 주는 게 좋을까, 육아휴직을 눈치없이 할 수 있고 복직했을 때 승진 등에 불이익이 없도록 정책을 확실히 시행하는 것이 좋을까?


- 효율성을 최고로 해서 사람을 갈아 넣어 신속정확한 업무제공을 해주는 것이 나을까, 개인의 능력치 내에서 원하는 만큼 정년 없이 오래 일하고 개인의 시간을 보장하는 등 합리적인 업무환경을 우선시 해서 서비스가 느려지는 것이 나을까?


- 정확한 배차시간을 맞추기 위해 위험하게 버스를 운전하고 승객들이 빨리빨리 타고 내려야 하는 것이 좋을까, 오랫동안 기다려도 휠체어나 자전거 유모차 등 모두가 승차할 수 있도록 그리고 사람들이 자리에 앉을 때까지 기다려주고 느릿느릿 안전운행 하는 것이 좋을까?


- 밤을 새서라도 야근하면서 마감기일에 맞춰 일을 가능하게 해서 최대한 많이 버는 것이 좋을까,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양 만큼의 업무만 한 두달전 부터 예약을 미리 받아 정해진 시간만큼 일하고 일한만큼 버는 것이 좋을까?


내에게 만약 자식이 있다면 그 아이에게 주고싶은 어린시절은 어떤 모습일까. 작은 시골마을에서 자라 남들과 경쟁할 필요도 없이 넓은 집에 여유롭게 햇빛 쬐고 자연을 즐기고 어렸을 때 부터 부모님이 기대를 전혀 안해 자기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인정받는 그런 남편이 자라온 가정환경일까. 도시에서 나고자라 누구보다 열심히 해야하고 부모님의 높은 기대치를 맞추고 싶어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탐구해볼 겨를도 없이 쉼없이 달려와 결과적으로 이것저것 많은 경험치를 쌓게 된 그런 나의 가정환경일까. 사실 선택은 아이가 직접 하는 거긴 하지만 말이다.



2) 사회적 가치를 찾아서


이디오크러시 Idiocracy 라는 영화가 있다. 바보 idiot 와 민주주의 democracy 를 합친 합성어로 2500년대 백치들만의 민주주주의가 어떻게 되는 지를 보여주는 영화이다. 영화 시작점인 현재 시점에서 사람들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자제하고 노력하는 사람과 본능에 이끌리는 대로 오늘만을 사는 사람들로 나눈다. 물론 둘을 양분할 수는 없겠지만 왠지 내가 살아온 여러 환경 중 너무 뚜렷하게 구분되는 양쪽 사람들이라 기분이 착잡하다. 


물론 당시에는 후자가 더 행복하겠지만 길게 본다면 영화에서처럼 사회 전체적으로 삶의 질이나 교육수준, 문화적 경제적 환경적 상황은 점점 악화될 것이 분명하다. 사람들은 본능에 이끌려 자신이 하고싶은 대로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고, 정부든 기업이든 병원이든 교육기관이든 모두 제 기능을 못하게 될 것이다. 만약에 그런 상황이 온다면, 그런 환경에서 그런 사람들과 산다면 똑똑한 게 나을까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게 나을까.


나는 아직까지 그 답을 찾지 못했다. 단순한 욕구의 충족을 삶의 목표나 행복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우리의 삶이 동물들과 다를 것이 없지 않는가. 인간은 생존과 본능에 충실한 동물에 불과한 존재라는 것일까. 그렇다면 인류가 쌓아온 고차원적인 사상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몇몇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그런 현자들의 교훈은 그것을 이해하고 고뇌할 수 있는 사람들만의 것일까. 모든 인간이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니 단순한 육체적 물질적 쾌락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선택도 존중받아야하니까... 


그렇지만 너무 큰 수심에 빠져 내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정신적인 고통을 받고 있다면 내게 주어진 상황이 지나치게 큰 부담이라면 단순한 행복과 만족을 추구하는 것이 생존을 위한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을까. 최소한의 상식선과 도덕이 타인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거나, 인간성에 대한 믿음이 깨부수어지는 큰 사건사고들이 매일매일 일어난다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는 사람들이 대다수가 되어버린다면, 제대로 된 생각을 하는 사람이 하도 드물어서 찾기가 힘들어진다면, 이 시대에 몇 안되는 소수의 '정상인'이 멸종한다면? 그들이 사는 방식에 적응하는 것이 생존의 유일한 길이라면 그게 정상이 될 수 있을까? 그것도 나를 위한 선택일까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일까.


인간이 변화하는 것은 환경적인 요인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모든 동식물이 진화하는 것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더 나은 삶 더 편한 생활 더 안전한 공간을 위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는 것. 그러다가 어느 정도 안정적인 환경이 확보된다면 거기에 안주하게 되지만 결국 같은 것을 원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침범당하게 되는 것. 약육강식의 법칙.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그렇다면 지금 선진국이라고 정의되는 여러 나라들 자본주의적 성장을 이룩한 이 상황에서 그들은 안전할까 그들은 행복할까. 태어날 때부터 풍족한 생활을 해왔던 사람들에게는 더이상의 발전이 필요없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교육이든 문화든 있는 것을 즐기면서 누리면서 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다. 몇 세기 전 그 미국의 원주민들처럼 그 아프리카 지역의 부족들처럼 그 아시아 왕국들 처럼. 


그리고 현재 입장이 바뀌어 그들의 그런 안락한 생활을 원하는 수많은 타지의 사람들에게 옛날처럼 전면전은 피하기 위해 이미 많은 자리를 내어주고 있는 것 같다. 누군가 많이 가지고 있다면 상대적인 시각에서 누군가는 적게 가지고 있는 것이고, 누구나 더 많이 더 좋은 더 나은 것을 원하니까. 모든 것은 변하고 상황은 변하고 입장은 바뀌고 그렇게 역사는 반복되는 것인가 보다. 


지금 나는, 이 곳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가. 내가 원하는 인생과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기억하고 실천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냥 이 곳에 안주하고 있는가. 나의 삶은 지금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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