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벌이 가장의 애환
전 세계를 혼돈에 빠트렸던 코로나는 더 이상 팬데믹이 아니었고,
코로나에 걸려도, 양성이 나와도, 격리는 더 이상 의무가 아니게 됐다.
그런데 남편은 여전히 전업 수험생이었다.
시험을 보지 않는, 전업 수험생.
만약 남편이 올해 시험을 보기라도 했다면...
그 일말의 아주 작은 확신이라도 나에게 줬더라면!
이 생활에도 끝이 있을 것이라는 조금의 희망이라도 있었다면!!
나는 기꺼이 이번에도 참고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그러던 와중 내가 코로나에 걸렸다.
나는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병가를 썼지만
결국 양성이 나오는데도 꾸역꾸역 회사를 나갔다.
아픈 건 둘째 치고, 월급과 보험이 필요하니까.
아직 양성이니,
사무실에서 마스크 쓰고도 기침하기가 눈치 보이고
점심시간에도 공터를 찾아서 혼자 밥을 먹어야 했을 때
그때 뭔가 내 마음속에서 꿈틀 했다.
꾹꾹 눌러 담았던
억울함.
외로움.
서러움.
자신이 먹을 것을 구입하기 위해 마트에 간다는 남편에게 생필품을 부탁했다.
남편은 코로나 테스트를 먼저 해봐야 한다고 했다.
와이프는 양성이 나와도 돈 벌러 갔는데,
자기는 집에 있으면서 집안일을 하는 것도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면서...
그동안 억눌렸던 감정이 터져 나왔다.
누군가가 내 목을 조여 오는 것 같이 숨이 턱 막혔다.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차라리 내가 죽으면 이 모든 게 끝날까 싶었다.
그래도 나는 퇴근길에 저녁을 사갔다.
같이 저녁이라도 먹는 게 내 소원이었으니까...
남편은 나 혼자 식사를 다 끝내고 설거지를 마칠 때까지
컴퓨터 앞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불도 켜지 않은 채로
남편이 존재하든 부재하든
내가 혼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너가 대체 집에서 하는 게 뭐야!
나는 남편에게
네가 스스로가 인정할 만큼 최선을 다해 공부하고 있다면
내가 학바라지 하는 건 괜찮다고 했었다.
너를 사랑하고
너의 꿈을 응원하고
네가 반드시 해낼 것이라 믿는다고.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나는 처음부터 이곳에서 살기 싫었고
지금 살고 있는 이 집도 싫고
여기서 너무 불행해 죽을 것 같다고
나는 매일매일이 외롭고 혼자라고
악을 쓰며 말했다.
남편은 갑자기 폭발한 나를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그 순진무구하면서도 가만-히 쳐다보는 눈빛.
이제까지 괜찮다고 했으면서 갑자기 왜 그러냐고 묻는다.
일관성이 중요한 서양인인 남편은
괜찮다는데 안 괜찮은 마음을 이해할 지각능력도,
우울하다는 말에 답변해 줄 공감능력도 없었다.
결국 다 내가 취직도 못하고 시험도 안 보는 내가 무능력하다는 거야?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어, 그게 중요한 거잖아.
나 때문에 네가 불행하다면, 너의 행복을 찾아야지.
나는 반대의 상황이라면 아무 불만 없이 너를 지원했을 거야.
나는 그게 남편의 진심이라는 것을 안다.
한국적인 표현과는 거리가 멀어서 그렇지, 악의는 없는 사람.
나는 왜 이혼하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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