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은 응용이다.
"병뚜껑을 따면, 쓸모를 생각해!"
비누와 비누 받침은 바늘과 실 같지요? 서로 없으면 안 되는 존재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비싼 비누 받침대를 구입하지 않아도 집 안의 놀고 있는 물건으로 대체할 수 있어요.
저는 병뚜껑만 보면 쓸모를 생각합니다. 몸통 잃어 홀로 남은 병뚜껑을 버리기도 애매하고 보관하자니 어쭙잖아 늘 쓸모를 생각해요. 그러다 '설거지 바'를 들인 날 드디어 병뚜껑의 쓸모를 찾았어요. 하얀 비누에 하얀 병뚜껑을 올리고 손으로 지그시 누르니 어쩜 이리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예쁠까요? 그때 속으로 외쳤어요. '유레카! 더 이상 비싼 비누 받침대를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 받침대 사이사이에 끼어 있는 물때와 곰팡이를 보며 스트레스 받지 않아도 된다.' 살림하다 보면 '유레카' 외치는 날이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살림이 재미있어지는 비결이기도 해요. 무언가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말이지요.
병뚜껑을 너무 깊이 누르면 비누가 바닥에 닿을 수 있어요. 그렇다고 너무 야트막하게 누르면 병뚜껑이 도망가니 적당히 누릅니다. 그리고, 튼튼하게 고정되었는지 병뚜껑만 잡고 흔들어 봅니다. 흔들었을 때 비누가 빠지지 않으면 됩니다.
병뚜껑 비누 받침은 물때와 곰팡이 걱정 없어 좋습니다. 비누 받침대의 고인 물에 비누가 녹는 아까운 현실에 마음 아파하지 않아도 됩니다. 비누가 병뚜껑에 올라앉아 있는 덕분에 공기가 잘 통하고 쉽게 녹지 않아요. 그리고 좁은 싱크대 위 어떤 위치에 놔도 자리매김하기 딱 좋은 크기지요.
어떤 분의 질문이 생각납니다. “비누가 딱딱해서 플라스틱 병뚜껑이 비누에 삽입되지 않아요. 소주병 뚜껑으로 해도 되나요?” 소주병 뚜껑은 얇은 알루미늄 소재라 아무래도 물에 담가서 오랫동안 사용하는 비누에 맞지 않아 보입니다. 비누는 따뜻한 계절에는 무릅니다. 그때는 플라스틱 병뚜껑이 쉽게 삽입되지요. 추운 계절에는 비누가 딱딱하게 굳어 삽입이 어려워요. 그럴 때 비누를 따뜻한 곳에 잠시 놔두세요. 공유기, 밥 솥, 음식물처리기 위의 놀고 있는 열을 이용하면 좋습니다. 아님 따뜻한 아랫목도 좋겠네요. 딱딱했던 비누 조직이 부드러워지면 그때 플라스틱 병뚜껑을 지그시 누르면 고정이 잘 된답니다.
버리면 쓰레기였을 병뚜껑을 잘 활용하니 뿌듯하더군요. 그 어떤 비누 받침보다 쓰임이 좋으니까요. 비누를 끝까지 사용하다 보면 종이처럼 얇아져 마지막 사용이 불편하지요? 병뚜껑에 붙은 비누 조각은 끝까지 사용하는데 그렇게 불편하지 않아요. 병뚜껑이 손 잡이 역할을 하니까요.
병뚜껑 활용 비누 받침 외 또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1) 조개껍데기를 이용하는 방법
조개껍데기 중에 전복 껍데기가 으뜸이에요. 전복은 맛있게 먹고 껍데기는 쌀뜨물에 담가놓습니다. 쌀뜨물은 지방성분 제거와 냄새 제거에 효과적입니다. 몇 시간 뒤 쓰임이 끝난 칫솔에 치약을 묻혀 전복 껍데기를 박박 문질러요. 그런 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내면 비린내와 이물질이 제거됩니다. 손에 밴 생선 비린내를 제거할 때 치약을 손에 바르는 것과 같습니다. 전복껍데기에 뚫려있는 구멍은 배수구 역할을 해 물 고임이 적습니다.
2) 쓰임이 끝난 작은 접시 활용
금이 간 접시나 사용하지 않고 방치해둔 작은 접시도 비누 받침으로 훌륭합니다. 물 빠짐 구멍 대신 작은 돌멩이나 아이들이 갖고 놀던 구슬을 접시에 담고 그 위에 비누를 올려둡니다. 이는 아이들 손길이 닿는 욕실보다 주방 싱크대에 놓고 사용하는 게 안전하겠습니다. 떨어지면 깨질 우려가 충분하고, 구슬과 돌멩이를 만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호기심에 욕실이 난장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접시에 접착제를 발라 마끈을 여러 개 붙입니다. 지탱하고 있는 마끈 위에 비누를 올려놓으면 물 빠짐이 좋습니다. 오래전에 사용해보니 지속력이 약한 단점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