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현재 진행형인경주 이야기
1. 아홉수들의 경주
20살, 수능을 마치고 마냥 즐겁던 1월 친구들과 처음으로 여행 왔던 경주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10년 만에 같이 경주를 다시 찾았다. 서로 이야기하다 보니 예전 기억이 새록새록 나기도 하고, 경주는 그대로인 것 같으면서도 많이 변한 것 같다는 이야기가 공통적으로 나왔다. 개인적으로 경주는 신라의 도시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 경주는 과거가 아닌 현재 진행형인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주는 대표적으로 ‘살아있는 박물관’, ‘천년의 고도’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다녀온 경주는 ‘그것만이 다가 아니야!’라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이제부터 개인적으로 느낀 경주의 다채로운 모습들을 나의 언어로 들려드리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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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국사의 압축판, 경주
첫 번째 경주의 매력은 우리나라 역사의 모습을 온전히 담고 있다는 것이다.
위의 사진은 신라 탄생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계림이다.
가을에 본 계림을 아직까지 잊지 못하고 있는데, 푸릇푸릇한 계림을 보는 것도 아주 좋았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도 이 곳에 많이 찾아오는데, 곧 신라 사람들은 얼마나 좋았을까? 어느 시대에 살건 좋은 곳을 알아차리는 안목은 잘 변하지 않는 것 같다.
누가 경주를 신라의 것이라고만 한다면 나는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밑의 사진은 황룡사 역사문화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황룡사 1단의 실제 크기이다. 물론 선덕여왕 시기에 황룡사 9층 목탑과 황룡사지가 건설된 건 맞지만, 고려시기까지 존재했었던 유적이기 때문에 신라만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서울에 있는 광화문을 생각해보자. 광화문은 조선시대에 세워진 4대 문 중 하나이지만, 현재까지 보존되어 오고 있으며 현대 사람들에게 아주 중요한 의미이기도 하다. 이처럼 황룡사지와 황룡사 9층 목탑도 그런 의미였지 않았을까? 고려시대, 몽골이 침입해와 소중한 유적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직접 본 사람들은 정말 마음이 아팠을 것 같다. 마치 우리가 숭례문 화재 현장을 보며 마음 어느 한 곳이 아려왔던 것처럼 말이다.
실제로 이 역사 문화관에서는 CG 작업으로 실제 황룡사 9층 목탑에서 바라본 전경을 볼 수 있었는데, 감탄이 절로 나왔다. 아침 해가 뜬 풍경부터 노을이 지고, 밤이 되는 모습까지를 보여주는데 그 순간만큼은 내가 신라인이나 고려인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한 번만 더 보고 올 걸’이라는 아쉬움이 남을 만큼 황홀했다.
경주에 사는 현지인이든 여행자든 동궁과 월지가 하이라이트라는 점은 모두 인정할 것이다. 왜 그럴까? 조명 설치를 잘해서 아니면 단순히 이뻐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다가갈 수 없음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누구나 한 번쯤 내가 통일신라시대나 조선시대 왕 또는 선비, 귀족처럼 정자에 앉아 풍류를 즐기는 모습을 상상해 봤을 것이다. 그리고 바깥에서 월지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안쪽에서 바깥쪽을 바라보면 마치 내 지위가 상승한 것 같고, 권력을 쥐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 같다. 어느 유명한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유현준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모든 건축물은 누군가가 돈을 서서 그걸 위치에너지로 바꾼 결정체이다” 우리도 동궁과 월지에 입장료를 내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감상하고 그 길을 산책하며 잠시나마 달콤한 상상을 하기 위해 계속해서 이곳을 찾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3. TRENDSETTER, Gyeongju-si(트렌드세터, 경주시)
두 번째로 느낀 경주의 매력은 문화를 선도한다는 점이다.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유명한 유적지와 유물들이 넘쳐나는 도시라면 과거에 안주하여 과거의 영광만을 보여주려고 할 텐데, 경주는 그러지 않았다. 서울에는 경리단길, 부산에는 해리단길이 있듯이 경주에는 황리단길이 존재한다. 지리적 위치를 보면 대릉원과 천마총을 경계로 첨성대와 계림이 있는 과거와 유행을 선도하고 있는 황리단길이 있다. 실제로 계림을 산책하고 황리단길로 넘어갔는데, 과거에서 현재로 넘어가는 것 같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황리단길이 현재만을 강조했느냐, 그랬다면 지금처럼 많은 관심과 사랑을 못 받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황리단길이 인기가 많아지고 사랑받는 이유는 과거와 현재의 공존과 조화라고 생각한다. 비유를 해보자면 정원을 예로 들 수 있다. 동북아시아 세 나라의 정원은 차이점이 명확한데 간단히 얘기하자면 일본과 중국의 정원은 인공미가 돋보이고, 우리나라 정원은 자연미를 중요시한다. 즉, 연못을 만들더라도 일본과 중국은 물을 끌어들여 정원을 만들고, 우리나라는 물이 있는 곳에 정원을 만든다. 이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연미를 중요시하는데, 경주의 황리단길의 모습이 그러하다. 외관은 주변 자연환경에 맞추어 한옥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가득하다. 건강을 중요시하고 식단을 철저히 하는 요즘 시대에 맞춰 샐러드 집이 많고, 경주 문화재 모양으로 만든 조명, 여러 생활용품들과 대릉원 모양의 타르트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모습들로 인해서 나는 경주가 트렌드 시티라고 느껴졌고, 여러 번 여행 왔고, 많이 보고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오고 싶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했다.
4. 경주는 신라만의 것이 아니더군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틀 동안 경주 사람처럼 여행하며 느낀 것은 경주는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었다. 10년 전 경주를 신라의 도시인 것처럼 생각하고 여행한 것이 아쉽게 느껴졌고, 이제라도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느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경주는 많은 사람들에 의해 변화되었고, 또 변화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경주는 사람들의 기호에 맞춰 계속 변화할 것이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중심은 바로 조화와 공존이라 생각한다. 100년, 1000년이 지나도 경주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인 가치와 소중함은 계속 남아있을 것이고 이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가 경주를 더 매력적인 도시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